'무당마검', '화산질풍검' 무협소설가 임대환 원장
"이 정도의 완성도 높은 이야기를 이 시대에 읽을 수 있어 영광이다." "퇴근길에 읽는 소설 한편으로 삶의 고단함을 잊었다." 촘촘한 설정과 방대한 세계관으로 무협 좀 읽었다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찬사가 쏟아지고, 다음 작품을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습관처럼, 삶의 일부로 소설을 써 내려가는 마취통증의학과 의사 임대환(서울 백림마취통증의학과), 필명 한백림을 만나봤다.
Q. 요즘의 일상은...그리고 직업이 두 개인 만큼 두 배로 바쁘진 않은 지 궁금하다.
마취통증의학과가 코로나19의 영향이 비교적 덜 하기는 하지만,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 자체가 줄기도 하고 직원들도 코로나19에 걸리다 보니 영향이 없지는 않다. 반면 웹소설, 웹툰, OTT 시장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집에서 여가시간을 더 많이 보내기 시작하면서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보니 글쓰기에 더 집중하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평소 생활은 글, 축구, 진료로 단순화 돼 있다. 다만 나의 경우 글쓰기가 최근 새로 시작한 일이 아니라 19년차 작가로서 관성적으로 하던 일을 하는 것이기에 어렵지는 않다. 직업이 두 개라고는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여가활동을 즐기는 동안 글을 쓰기 때문에 특별히 더 바쁘고 힘들지는 않다. 교수들도 진료 보시고 남는 시간에 논문 쓰는데도 여가활동을 충분히 즐기시지 않나. 똑같다. 나에게는 개인적으로 글쓰기가 더 나은 선택지 일 뿐이다.
Q. 벌써 작가로서 19년차다. 글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중학교 시절 무협소설을 읽는 것이 낙이었다. 그 때는 지금처럼 다양한 장르의 소설이나 웹툰같은 창작물이 없었다. 친구들과 피씨방에서 게임을 하면서 그 옆에서 한번 소설이나 써 볼까 하고 시작했던 것이 지금까지 오게 됐다. 그 때 썼던 소설이 현재의 '무당마검' 초고다. 취미로 시작해 대학생 때에 본격적으로 데뷔를 한 이후로 지금까지 이어지며 새로운 업이 됐다.
Q. 작가라는 직업이 다른 일에 비해 장점이 있나.
다른 일들은 초기 비용이나 자본이 들지만 글쓰기는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만 있으면 모두가 시작 할 수 있다. 글 쓰는 능력도 꼭 전문적인 배움을 거치거나 특별한 덕목, 혹은 소양을 쌓을 필요 없이 평소 책이나 논문을 읽고 이해할 정도의 언어 능력이면 충분하다.
그러다 보니 내가 실패하더라도 돈이 날아가고 장비를 잃는 것처럼 복구 불가능한 손해를 입는 것이 아니라, 실패라는 경험만이 남아 다음 시도에 보완할 수 있다. 또, 두고두고 읽히는 불후의 명작에 대한 수요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나의 글을 한 번만 읽는 데다가 좋은 글, 맘에 드는 글이 있으면 그 글만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글을 또 읽고 싶어한다. 영화를 재미있게 보고 난 후 또 다른 재미있는 영화를 기다리고, 재미있는 영화가 연이어 개봉한다면 영화관을 재방문하는 것처럼 글도 항상 블루오션이다. 또 비교적 빠르게 트렌드가 변화한다는 것도 블루오션이라는 점에 한 몫 하는데, 작년과 지금의 트렌드가 다르고, 내년에는 또 달라지다 보니 독자들은 늘 새로운 글을 환영한다.
Q. 특별히 작가로서 하는 노력이 있다면?
다양한 OTT 서비스, 웹툰, 소설 등 장르를 불문하고 인기있는 작품들을 전부 1∼2화라도 꼭 챙겨 본다. 의대 교수들이 계속 교과서를 펼쳐보고 최신 논문들을 리뷰하는 것 처럼, 나에게는 새로 들어가는 드라마나 창작물들이 참고 할 만한 최신 지견이 된다. 다만 나는 오랜 시간 글을 써 왔기 때문에 나의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감각을 유지하기 위한 일이라 막 시작하신 분들은 굳이 필요 없을 것이다. 글을 막 시작한 분들이라면 본인이 처음 글을 구상했을 때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염두에 두고 글을 꾸준히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Q. 의사로서 경험한 일이나 알고있는 의학 지식들이 글을 쓰는데 도움이 되는지?
전문적인 지식을 통해 작품의 진행에 필요한 개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도움이 된다. 무협이든, 판타지든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 일이지만 독자들이 이야기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말이 되는 것 처럼 느껴질 수 있게 설명이 필요하다. 작품 구석 구석에 수술 장면을 넣기도 하고, 전기 속성을 가진 인물이 능력을 이용해서 제세동을 하기도 한다. 메두사 처럼 눈을 마주쳤을 때 죽는 초능력은, 눈에 대한 자극이 삼차신경을 통해 미주신경과 상호작용해 심장을 멈추게 하는, oculocardiac reflex를 사용해 설명한다. 독에 심하게 중독된 인물이 인삼 하나 먹고 씻은 듯이 낫는 것 보다, 간이 해독작용을 하는 기관이니 간의 능력을 키워 해결한다는 설정을 했을 때 독자들이 보다 흥미롭게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다. 의학 드라마가 인기가 많은 것 처럼 의학과 관련된 이야기는 독자들이 특별히 재미있어 하는 편이다.
"과거에는 단 하나의 일에 충실하게, 열심히 일하는 것이 미덕이자 원하는 삶을 누릴 수 있는 길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이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알기 위해 다양한 길에 대한 끊임 없는 시도가 필요합니다."
Q. 의사에게 의사 외의 다른 직업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가?
처음 글을 쓸 때에는, 공부가 아닌 허튼 짓을 한다며 부모님께 혼난 적도 여러번이다. 그 시절에는 다른 것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일에만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과거에 비해 의사의 수입이나 역할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물가가 오르고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서 사회적인 위치는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소신대로, 교과서대로, 오로지 환자를 위하는 '진짜 의사의 덕목'을 배우고 꿈꿔온 젊은 의사들은 현실에 마주했을 때 갈등을 겪게 된다.
이 때 선택지를 늘려주는 것이 부수입이다. 물론 돈이 곧 행복은 아니고 모든 것의 해결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부수입이 생겼을 때에 갈등에서 보다 쉽게 빠져나와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다. 부수입을 어떻게 활용할지는 전적으로 본인의 선택이지만, 나는 진짜 의사답게 살기 위해서, 어릴 때 배운 의사로서의 가치를 지키고, 금전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병원을 쉽게 방문 할 수 있게 하는 데에 의미를 두는 편이다.
Q.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후배들을 만나 나중에 무엇을 하고 싶냐고 물었을 때, '인플루언서' 라고 대답한 친구가 있었다. 굉장히 반가운 대답이었다. 더 이상 단순히 일을 하는 방식을 조금 바꾸는 것으로는 변화가 일어나기 어렵다. 의학과는 아주 다른 분야에 많은 친구들이 진출해서, 그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주는 것이 변화를 이끌 것이다.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고방식이 보다 유연한 학생 때 다른 길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현재 의대를 다니는 학생 중 극히 일부만이 대학병원에 남게 된다. 대다수의 학생들은 학교 밖으로 나가게 될 텐데, 현재의 교육과정은 이러한 대다수가 마주할 현실에 대해서는 충분히 다루고 있지 못하다. 그러다 보니 많은 학생들이 학교 밖으로 나가야 하는 현실을 수련과정에 진입해, 서른이 넘어서야 깨닫게 된다. 비슷한 실력, 비슷한 친구들인데 누군가는 이미 한참 전 부터 이런 부분에 대해 고민을 해 왔고, 누군가는 어제부터 고민했다면 당연히 전자가 유리하지 않은가.
따라서 자신이 진정 바라는 삶의 모습에 대해 생각해 보고, 그런 삶을 살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지, 단순히 의대를 졸업하는 것으로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