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호기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대책전문위원회 위원장
"전문위원회, 외부 정치에 쏠림이 없고 편향되지 않게 활동" 평가
"3차 백신접종 효과 감소...고위험군 4차 접종으로 중증화율 줄여야"
"정부, 소통·방역지침 갈팡질팡...의협과 공식적 대화채널 필요" 강조
지난 2년 6개월 동안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대책전문위원회 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전문가단체의 의견을 정부에 전달하고, 소통을 해 온 염호기 위원장이 코로나19 재확산이 눈 앞에 다가와 있다며 중앙정부와 대한의사협회가 과학적 방역 원칙을 수립할 것을 강조했다. 정부에서 방역정책을 수립할 때 전문가단체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여러 상황에 따라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이유에서다.
염호기 위원장은 7월 18일 의협 출입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경험에서 잘못된 부분을 빨리 파악하고, 국민의 건강을 위해 올바른 코로나19 방역정책이 수립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염호기 위원장은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의협에서 진행하는 여러 가지 코로나19 대책에 있어 코로나19대책전문위가 많은 서포트를 해왔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우리나라 코로나19 대책을 수립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협이 전문가단체임에도 정부와의 협조가 잘 되지 않았던 적이 있고, 그러다보니 여러 충돌도 있었다"며 아쉬워했다.
염 위원장은 "정부와의 협조가 어려웠음에도 코로나19대책전문위는 원칙을 잘 지키면서 활동을 해왔다고 생각한다. 또 위원들도 외부 정치에 쏠림이 없고, 편향되지 않게 활동하자는 공감대가 컸다"며 "위원들이 이를 잘 지켜서 지금의 코로나19대책전문위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대책을 수립할 당시 여야 등 정치권에서 코로나19대책전문위에 여러 제안도 했는데, 이를 물리치고 전문가적인 의견을 갖고 국민을 위해 활동한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시기 코로나19대책전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때를 회상했다.
염 위원장은 ▲중국발 코로나19 유입 차단을 위해 입국차단조치를 건의했지만 무산된 것 ▲마스크 부족 사태 당시 정부가 마스크가 필요 없다든지, 천마스크를 쓰는 등의 위기가 있었으나,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기자회견까지 진행한 것 ▲3차 유행시기에 하루 확진자가 7000명 가까이 갔다가 3000명으로 내려오니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를 하겠다고 해 강력하게 반대했음에도 진행이 되어 재유행이 된 것 ▲백신 접종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능에 문제 제기를 하고 조금 늦어도 효과적인 백신을 확보하자고 했지만 이것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것 ▲중환자실 확보 문제에 있어 대한중환자학회와 공동으로 중환자진료체계 수립을 위해 중환자 진료병원을 만들자는 의견를 개진했던 것 ▲신속항원검사 효용성에 대한 의견이 대립했던 것 등을 언급하면서 만감이 교차한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염 위원장은 "질병관리청을 비롯해 여러 정부 기관, 언론, 의사회원들과 소통을 하면서 전문가 의견을 전달하는데 많은 한계가 있었다"면서 "국가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의협이 어떻게 홍보를 해야 하는지 중요성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가 4만명을 넘어가면서 재유행 조짐을 보이는 것에 대해서는 "새로운 변이바이러스가 유입되고 전파력이 높고, 여름철을 맞아 대면 접촉이 많아지고, 지난 3차 백신접종 이후 면역력이 감소하는 등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최근 변이바이러스는 전파력은 높지만 중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것 같지 않다. 고위험군이나 기저질환이 있는 분들은 4차 백신접종을 해서 면역력을 키우면 감염이 되더라도 중증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최근 코로나19대책전문위에서 4차 백신접종을 권고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백신을 접종해도 감염이 된다는 지적들도 있지만, 백신 접종 후 감염 및 사망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4차 백신접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염 위원장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일반 감기처럼 변화하고 있다. 감염력은 낮추지 못하더라도 중증으로 가는 것은 어느 정도 예방하고 있다고 본다"며 "50대 이상에서는 본인의 판단이나 기저질환 등을 고려해서 4차 접종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50대 이하는 백신 접종을 권고하지 않는다. 혹시 감염이 되더라도 그냥 넘어갈 것으로 생각한다. 어린이들도 더이상 접종 권고하지 않는다. 오히려 감염을 통해 면역력을 더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중환자병상에 대해서는 무조건 병상을 늘리는 것보다 중환자병상을 운용할 수 있는 인력에 대한 지원방안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염 위원장은 "중환자병상을 만든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예를들어 1000개 병상을 더 늘린다고 하면, 이를 누가 운용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의사를 비롯해 병상을 운용할 수 있는 지원인력에 대해서도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전쟁이 발생했을 때 예비부대를 미리 편성해놓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정부와의 소통에 있어서는 공식적인 대화 채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염 위원장은 "가장 안타까운 점은 우리나라 의사 대표단체인 의협과 정부와의 공식적인 채널이 없다는 것이다. 중앙정부가 공식채널이 없다보니 지방자치단체는 더욱 문제가 많다"고 짚었다.
이어 "이번에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느낀 것은 정부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2가지로 나뉘어 있더라. 중앙은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총리실, 대통령실(청와대) 등이고, 지방자치단체는 시도구군 장이고 보건소 인데, 중앙정부와 지자체간 엇박자를 보이고, 실제 중앙의 원칙이 타 지역에서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는 것을 경험했다"고 말했다.
또 "감염병 대응을 위해서는 중앙과 지역을 아우르는 국민-정부-의료계의 체계적이고 유기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질병관리청과 보건복지부 중심의 중앙정부는 방역에 대한 중요한 원칙을 수립하고, 지자체는 이를 따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학적 방역을 위해서는 질병관리청장이 정권이나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말고 소신껏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보장할 것도 주문했다.
염 위원장은 "과학적 방역의 주체는 질병청"이라고 분명히 하면서 "말은 과학적 방역이라고 하고서는 실제로 그렇게 하지 않는 것 같아 의구심이 든다"고 경계했다.
그러면서 "과학적 방역의 주체인 질병청장에게 큰 힘을 실어줘야 한다. 또 과학적 방역 위임을 받은 사람은 눈치를 모지 말고, 때로는 욕을 먹더라도 소신있게 밀고 나가는 뚝심도 필요하다. 언론 등도 과학적 방역의 주체를 믿고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또 "정부조직에서 질병청의 힘은 미약하다. 새로 임명된 질병청장이 책임 있게 과학방역을 펼칠 수 있도록 정권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 혹시라도 다른 부처에서 정치적 목적의 요구를 하게 되거나, 야당의 공격과 국민에게 인기 없는 과학적 방역정책을 펼치더라도 이를 방어하고 지원하는 체계와 정치적 지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동안 방역정책이 시시각각 일방적으로 변경되다보니 의료현장에서의 불만이 높은 것에 대해서도 방역당국이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코로나19 환자 진료를 일반진료체계로 전환한다는 기준은 마련됐지만, 의료기관에서 진료절차와 의료인 안전에 대한 대책은 없다. 감염병 일반 진료체계는 아직도 표류 중"이라고 밝힌 염 위원장은 "아직도 건강보험체계에서 코로나19 환자 진료는 기준에 적합해도 조기치료를 하는 것이 어렵다"며 "현장에서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방역당국이 메시지를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료현장에서 팬데믹을 극복하고 있는 의사회원들에 대한 응원도 잊지 않았다.
염 위원장은 "회원들은 코로나19로 직접적으로 진료에 수고가 많다. 또한 경제적으로도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것도 알고 있다"면서 "우리 보다 더 어려운 국민을 생각하고 진료를 해 주시고, 의협, 시도의사회와 유기적인 소통체계를 마련하고 안내하는 진료지침을 잘 참조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재확산이 바로 눈 앞에 다가와 있다. 우리는 코로나19 재확산이 오지 않도록 또는 재확산이 올 것을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염 위원장은 "중앙정부는 의협과 전문적인 과학적 방역 원칙을 수립해야 한다. 지자체와 보건소는 시도의사회와 협의를 통해 중앙의 원칙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질병청은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방역기준을 수시로 알리고, 국민들은 코로나19 상황을 주시하고 상황에 따라 변화된 방역수칙을 지켜야 한다"며 "앞으로 6개월간 코로나19 재확산에 대비해야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