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협 19일 '지역사회 통합의료돌봄 개선 방안' 토론회 공동 주최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 "커뮤니티케어, 의료 배제하면 성공할 수 없어"
김충기 의협 정책이사 "의료서비스 패러다임 전환...의사 적극 참여 전제돼야"
의료계와 정부가 커뮤니티 케어의 성패는 의료·돌봄의 균형과 연계에 달려있다는데 뜻을 함께했다. 의료계는 "커뮤니티 케어가 성공하려면 지역 의료계와 개원의사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하다"면서 정부에 적절한 지원과 보상체계를 요청했다.
대한의사협회는 국민의힘 강기윤·이종성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허종식·신현영 의원과 함께 7월 19일 국회에서 '지역사회 통합의료돌봄 개선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은 '한국형 커뮤니티 케어 제안' 주제발표를 통해 "커뮤니티 케어의 성공을 위해서는 의료와 돌봄의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봉식 소장은 "급속하게 진행하는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해 커뮤니티 케어 선도사업을 도입했지만 가장 중요한 의료를 배제한 채 탈의료기관·탈시설에만 치중하고 있다. 커뮤니티 케어에서 의료를 배제하면 국민의 불안과 불신 때문에 결코 성공할 수 없다"면서 "초고령 사회에서는 국민이 건강한 노후를 누릴 수 있는 효율적인 의료와 돌봄 체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급증하는 의료비로 인해 국가적 부담이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커뮤니티 케어 제도를 도입한 영국·일본·덴마크·스웨덴 등은 의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역완결형 의료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의료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설명한 우봉식 소장은 "선진국 사례를 자세히 살펴보고, 의료와 돌봄을 통합한 한국형 커뮤니티 케어 제도를 설계해 초고령 사회 복지국가를 내실 있게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봉식 소장은 커뮤티니 케어의 성공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으로 ▲1차 의료 중심 의료돌봄 통합 제공체계 신설 ▲기능 중심 병상 이용체계 개편 등을 제안했다.
우봉식 소장은 "규모로 구분한 현재의 종별 시스템으로는 효율적으로 의료를 제공할 수 없다"면서 "급성기-회복기-만성기 등 질환의 시기별 특성과 의료기관의 기능별 특성에 따른 구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1차 의료기관에 '(가칭)요양의원' 제도를 신설하고, 병원급 의료기관은 질환의 시기에 맞춰 기능 중심의 이용체계로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봉식 소장은 "1차 의료기관의 일부는 방문진료와 방문간호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통합 의료·돌봄 서비스 제공 기관으로 변화해야 한다"며 "통합 의료돌봄 전문 1차 의료기관의 한 형태로 일본의 개호의료원과 비슷한 기능을 담당하는 '(가칭)요양의원' 제도를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요양의원 의사가 고령자와 친밀한 관계를 지속해서 형성해 신뢰를 유지하면서 예방적 의료를 제공해 건강 지킴이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충분한 보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 우봉식 소장은 "요양의원의 시설·인력·장비 기준을 기존의 요양병원과 요양원의 중간 정도로 완화해 의원급에서도 장기요양 환자를 일정 부분 케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통합 의료·돌봄 체계가 생기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봉식 소장은 의료기관도 질환의 시기에 따라 기능 중심으로 초급성기(상급종합병원·종합병원), 급성기(전문병원·정신병원·의원), 회복기(재활병원·커뮤니티병원-회복병원), 만성기(요양·치매·정신·호스피스·요양의원), 일차의료(의원-재택·방문 의료) 등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병원급 의료기관은 지역별·기능별 병상 총량제를 시행, 과잉 지역은 억제하고, 부족한 지역은 신설을 유도해 적정 병상을 확보토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존 1-2-3차의 피라미드식 의료이용체계는 고령화로 인한 다양한 의료와 돌봄 서비스 제공이 불가하다"고 밝힌 우봉식 소장은 "질병의 시기와 생애 전주기를 고려해 기능중심 의료이용 체계를 구축하고, 1차 의료가 지역 완결형 의료·요양·돌봄 연계체계의 조정자로서 초고령 사회의 다양한 의료·돌봄 수요를 조율하는 '매트릭스식' 의료이용체계로 바꾸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커뮤니티 케어의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봉식 소장은 "커뮤니티 케어 수행의 근간이 되는 의료와 돌봄을 통합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가칭)지역사회 의료돌봄통합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통해 커뮤니티 케어에서 의료기관의 역할을 보다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법제화의 중요성에 무게를 실었다.
아울러 초고령 사회에 대비할 수 있도록 의료법 전면 개정과 함께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 국민건강보험법, 노인복지법,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의료기사법 등 관련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는 점도 짚었다.
김형수 교수(건국의대 예방의학과)는 '재택보건의료와 커뮤니티 케어' 주제발표를 통해 "재택보건의료센터의 운영은 공공운영과 민간운영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면서 "공공운영은 공공재원을 활용한 취약계층 중심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민간 운영은 지역사회 의사회와 대학병원, 종합병원 위탁 형식으로 일반 대상자를 중심으로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청구 등을 통해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정토론 참석자들도 커뮤니티 케어의 성패는 '지역 의료계와 일차의료 의사의 참여와 연계'라는 점에 공감했다.
김충기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의료서비스의 패러다임 전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역 사회 의사들과 의사 사회의 적극적인 개입과 참여가 필요하다는 중요한 전제가 충족돼야 한다"라면서 "가정과 가족 중심으로 환자 돌봄을 지원할 수 있는 적절한 의료적 방침의 개발과 적용은 대다수 의사 또한 충분한 경험을 갖지 못하고 있어 큰 도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사회 변화에 대한 적응과 사회적 책무감은 바람직한 의사들의 사명일지언정 모든 구성원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 있는 가치일 수는 없다"며 "자발적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적절한 지원과 보상체계의 마련, 지역 사회의 리더십을 독려할 수 있는 소통체계의 강화가 사회 전반과 의사들 스스로 모두에게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현재 대한개원의협의회 총무부회장은 장기요양보험 분야에서 관련 수가를 신설하고 기존 재가센터와 1차 의료기관의 연계를 통한 왕진을 제안했다.
장현재 부회장은 "장기요양에 소속된 재가센터가 지역단위로 충분한 수가가 존재한다"며 "기존에 있는 재가센터를 1차 의료기관들과 연결시키고 의사들이 왕진을 간다면 그 상황 자체가 커뮤니티케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철 마포구보건소장은 "지역사회 통합의료돌봄에 공공과 민간이 함께 참여해야 한다"면서 협력과 연계에 무게를 실었다. 남상요 인하대 교수(정책대학원)도 일차 의료기관이 중심이 되는 지역사회 통합의료돌봄 체제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진행 중인 커뮤니티 케어 선도사업에 의료적인 한계를 인정하고, 의료와 돌봄의 균형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손호준 보건복지부 통합돌봄추진단장은 "커뮤니티 케어 사업을 시행하면서 여러 가지 한계점이 드러났고,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의료적인 측면의 부족"이라면서 "커뮤니티 케어는 앞으로 가야 할 사업이 아닌 패러다임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우리 정부에서 조금 더 강점을 둬야 할 것은 지역 중심, 의료·돌봄의 균형과 연계"라고 밝혔다.
"커뮤니티 케어 선도사업의 성과와 한계를 발전시켜 조금 더 고도화하는 방향을 고민하겠다"고 밝힌 손호준 단장은 "1차 의료기관과 병원의 역할,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 예방형 돌봄 등이 현장에서 잘 연계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