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지역약국·산업약사, 협의체 논의 중"
약학교육협의회 연구용역 보고 후 법령 초안 마무리 계획
남인순 의원, 10개 분과 '약료' 제시...의료계 "의사 역할 침범"
약사회의 오랜 숙원인 '전문약사제도'가 오는 10월 하위법령에 따라 구체화 수순을 밟는다. 그간 약계는 전문약사의 역할에 환자 상태 평가와 약물치료계획 등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계는 전문약사제도가 의사의 진료권을 침범할 수 있다면서 경계 태세를 보이고 있다.
하태길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장은 7월 19일 전문기자협의회와의 간담회에서 "세 번째로 진행 중인 연구용역이 8월 말쯤 완료될 예정이다. 9월쯤 보고서를 받아 10월경 (하위법령) 초안을 만들 것으로 예상한다"며 전문약사제도 진행 상황을 설명했다.
전문약사제도는 2020년 4월 7일 신설된 약사법 제83조 3(전문약사)에 따라 법제화됐다. 전문약사 자격 인정과 전문과목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고, 시행일은 2023년 4월 8일이다.
병원약사회는 2010년부터 10개 분과에서 전문약사 자격시험을 운영하고 있다. 신설된 약사법 조항에서는 전문약사 자격을 보건복지부에서 공식 인정, 법제화된 자격제도로 규정했다.
의료계는 약사법 발의 당시부터 "전문약사가 환자 상태를 평가하고,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은 치료 주체인 의사의 역할을 침범하는 것"이라며 비판해 왔다. 특히 약물상담과 약물요법을 이용해 치료기능을 담당해야 한다는 약료(藥療, Pharmaceutical Care)의 개념과 약사의 역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 2019년 남인순 의원이 발의한 '전문약사제도 법제화 법안'을 살펴보면 전문약사 분야로 내분비계질환약료, 심혈관계질환약료, 영양약료, 장기이식약료, 종양약료, 중환자약료, 소아약료, 감염약료, 의약정보, 노인약료 등 10개 분과를 제시했다.
보건복지부는 내년 4월 전문약사제도 도입을 목표로, 두 차례 연구용역을 진행한 상태다. 최근에는 한국약학교육협의회의 요청에 따라 추가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대한약사회 역시 최근 병원약사회·산업약사회와 함께 전문약사제도 협의체를 구성, 전문약사제도 하위법령에 대한 의견을 적극 개진하고 있다.
정부는 연구용역과 협의체 두 트랙으로 논의를 진행 중이다. 특히 인증기관 선정과 관련해서는 '전문성'에 초점을 두고, 협의체와 함께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양대형 약무정책과 사무관은 "현재 논의 중인 안으로는 근무경력 4년, 실무경력 1년 정도가 있다. 의료기관 전문약사의 경우, 민간에서 이미 활동을 했고, 연속 선상에 있다는 점에서 실무 교육 시스템을 갖춘 의료기관 선정에 무리가 없다고 본다"면서 "반면 지역약국이나 산업약사는 처음 시행하다 보니 인증기관 선정에 관한 기준을 명확히 하기 어렵다. 이 부분을 협의체와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 전문약사에 대한 응시요건 완화와 관련해서는 "전문약사제도는 약사의 차별화된 전문성을 보여주고 합당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증기관을 완화해 선정하기 보다는 전문성을 제공할 수 있는 기준에 맞출 계획"이라면서 "경력에 대한 인증은 아직 협의 중이다. 초안은 한국약학교육평가원으로 얘기됐는데 이견이 있어 협의체를 통해 계속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하태길 과장은 "시험 관리가 함께 논의돼야 하기 때문에 다른 '전문'이 붙는 제도와 비교하고 있다. 아직 확정되진 않았다. 초안이 나올 때쯤에나 구체적 인증 기준 등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약사제도 도입에 따른 별도 수가 책정 등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수가 책정은 의료계가 전문약사 확산 시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던 부분이다.
하태길 과장은 "그간 전문약사는 병원약사만 있었다. 이 비율이 15%정도다. 하지만 수가를 따로 준다든가 하는 부분이 없었다. 차별화된 전문성이나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베네핏 제공이) 합리적이라고 본다"면서 "다만 타 부서의 협조가 수반돼야 하기 때문에 제도 초기 도입은 어려울 것 같다. 전문약사제도를 통해 배출된 약사들이 전문성을 보였을 때, 베네핏 도입에 대한 협조를 얻기 수월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문약사의 '전문성'과 관련해서는 "환자에 대한 정보를 파악해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이 정착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태길 과장은 "의사의 경우 많은 수술 건수 등을 통해 전문성을 향상할 수 있지만 약사의 경우 단순 조제·판매만으로는 전문성이 높다고 할 수 없다. 단순히 대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최근 환자 정보에 대한 빅데이터, 미래 보건의료서비스에서 중요해진 만큼 해당 분야에서 전문성을 높여 차별화된 서비스를 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서비스에 대한 비용도 지불할 가치가 생긴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약학교육협의회가 전국 약대 학장들이 모여있는 단체다 보니, 미래에 대한 고민을 통해 마지막 용역을 실시하고 있다.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전문가들의 의견을 취합해 방향을 설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