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의료분쟁조정법 제47조 제2항, 제4항 합헌 결정 선고
'부담금 액수 산정 및 추가징수 요건' 헌법불합치...2023년말까지 법개정해야
의료사고에 대한 손해배상금을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우선 지급하고, 대신 지급한 비용을 의료기관개설자에게 부담토록 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의료분쟁조정법)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7월 21일 '보건의료기관개설자에 대한 대불비용 부담금 부과 사건'(2018헌바504/의료분쟁조정법 제47조 제2항, 제4항 위헌소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손해배상금 대불제도는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자가 법원의 판결 등으로 손해배상금이 확정됐음에도 손해배상 의무자로부터 배상금을 지급받지 못할 경우 미지급금에 대한 대불을 청구하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우선 지급하고, 추후 손해배상 의무자(의료기관)에게 구상하는 제도를 말한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장은 2018년 1월 23일 청구인들(의원급 의료기관 개설자)을 포함한 의원급 보건의료기관개설자 2만 9675명에 대해 각 7만 9300원을 부과하는 '2018년도 손해배상금 대불비용 부담액 부과·징수 공고'를 했다.
이에 청구인들은 2018년 4월 18 위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소송 계속 중에 의료분쟁조정법 제47조 제2항 및 제4항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2018년 12월 13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소원심판대상은 의료분쟁조정법(2011. 4. 7. 법률 제10566호로 제정된 것) 제47조 제2항 및 의료분쟁조정법(2011. 12. 31. 법률 제11141호로 개정된 것) 제47조 제4항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의료분쟁조정법 제47조(손해배상금 대불) 제2항은 '보건의료기관개설자는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금의 대불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여야 하고(부과조항), 그 금액과 납부방법 및 관리 등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위임조항)'고 돼 있다.
또 의료분쟁조정법 제47조(손해배상금 대불) 제4항은 '제2항에 따라 보건의료기관개설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 제3항에도 불구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요양기관에 지급하여야 할 요양급여비용의 일부를 조정중재원에 지급하는 방법으로 할 수 있다. 이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요양기관에 지급하여야 할 요양급여비용의 일부를 지급하지 아니하고 이를 조정중재원에 지급하여야 한다(징수조항)'고 돼 있다.
헌법재판소는 의료분쟁조정법 제47조 제2항 위임조항 중 '그 금액'에 대해서는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납부방법 및 관리 등'에 대해서는 합헌 결정을 했다. 헌법불합치 조항은 2023년 12월 31일까지 법이 개정될때까지 계속 적용한다고 결정했다. 또 이 사건 '부과조항'과 '징수조항'은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했다.
헌재는 이 사건 부과조항(합헌)과 관련 "손해배상금 대불제도는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의 신속한 구제를 도모하고 보건의료인의 일시적인 경제적 곤란을 방지해 궁극적으로 안정적 진료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며 "부과조항은 손해배상금 대불제도를 운영하기 위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대불비용 부담금을 보건의료기관개설자에게 부과하는 근거 조항"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건의료기관개설자는 손해배상금 대불제도를 통해 추구하는 공적과제와 객관적으로 근접한 집단이고 그 재원 마련을 위한 집단적인 책임이 있다. 의료기관개설자는 대불금의 지급으로 인해 분쟁의 신속한 종결이라는 효용을 얻게 되므로, 공적 과제와 특별히 밀접한 관련성도 인정된다"며 "이 사건 부과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 위임조항 중 '납부방법 및 관리 등' 부분(합헌)에 대해서는 "헌재는 2014년 4월 24일(2013헌가4 결정) 위임조항이 법률유보원칙과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며 합헌결정을 한 이유로 제시했다.
헌재는 "의료분쟁조정법 제47조 제1항은 손해배상금 대불제도의 기본적인 사항에 관해 규율하고 있고, 같은 조 제4항은 사실상 대부분의 보건의료기관개설자에 적용될 수 있는 징수방법을, 같은 조 제3항과 제7항은 대불비용 부담금의 관리에 관한 기본 사항도 규율하는 등 대불비용 부담금에 관련된 기본권 제한의 본질적인 사항에 관해서는 법률에서 이를 규율하고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이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 "납부방법 및 관리와 관련 세부적인 사항은 하위법령에 위임할 필요가 있고, 시행 초기에 대불비용 부담금이 적립된 후의 추가적인 부담은 대불이 필요한 손해배상금의 총액이 증가하는 정도와 결손이 발생하는 정도를 고려해 정해질 것임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으므로 심판대상조항은 포괄위임입법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 징수조항(합헌)과 관련해서는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봤다.
헌재는 "일종의 공제 방식을 통해 대불비용 부담금의 납입을 확실하게 담보하려는 것으로서 그 목적이 정당하고, 요양급여비용의 일부를 조정중재원이 바로 지급받는 방식으로 대불비용 부담금을 징수하는 것은 목적 달성에 적합하다"고 봤다.
또 "대불비용 부담금의 납입이 지체되거나 거부된다면 대불제도의 재원 고갈을 피할 수 없다는 점, 대불비용 부담금 납입을 담보하기 위한 다른 수단이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점, 이 사건 징수조항은 단지 그 징수의 방법을 규정한 것으로서 부담금의 내용적인 측면에서 새로운 부담이나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종합하면, 이 사건 징수조항은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도 갖췄다"고 합헌 이유를 밝혔다.
반면, 이 사건 위임조항 중 '그 금액' 부분(헌법불합치)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봤다.
부담금의 액수를 어떻게 산정하고, 이를 어떤 요건 하에 추가로 징수하는지에 관해 그 대강조차도 정하지 않고 있고, 관련조항 등을 살펴보더라도 이를 예측할 만한 단서를 찾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헌재는 "반복적인 부담금 추가 징수가 예상되는 상황임에도 대불비용 부담금이 '부담금관리 기본법'의 규율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입법자의 관여가 배제돼 있으며, 입법자로서는 대불비용 부담금액 산정의 중요한 고려요소가 무엇인지를 이 사건 위임조항에 명시하는 방식으로 구체화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위임조항 중 '그 금액' 부분을 단순위헌으로 선언하는 경우 대불비용 부담금의 부과·징수의 근거가 없어지게 됨에 따라 혼란이 초래될 우려가 있다"며 "헌법불합치결정을 선고하되, 입법자는 늦어도 2023년 12월 31일까지 개선입법을 해야 하며, 그때까지 개선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 사건 위임조항 중 '그 금액' 부분은 2024년 1월 1일부터 효력을 상실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 사건 위임조항 중 '그 금액' 부분이 부담금의 산정방식이나 요건에 대해 아무것도 정하지 않고 대통령령에 이를 포괄적으로 위임했으므로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며 "입법자는 이 결정의 취지에 따라 개선입법을 해 위헌적 상태를 제거해야 한다"고 의의를 밝혔다.
그러면서 "종래 이와 견해를 달리해 이 사건 위임조항 중 '그 금액' 부분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 헌법재판소 결정(헌재 2014. 4. 24. 2013헌가4)은 이 결정 취지와 저촉되는 범위 안에서 변경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