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약사 업무범위·역할 불명확...의약분업 평가 먼저
처방전 리필제·대체조제 합법화·임의조제 오해 없애야
보건복지부, 10월 전문약사제도 하위법령 초안 예정
바른의료연구소가 전문약사제도 시행에 앞서 모호한 '약료'의 개념과 전문약사의 업무 범위부터 명확히 하고, 처방전 리필제·대체조제 합법화·임의조제 부활 등 오해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의약분업제도를 제대로 평가, 관련 조치부터 우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 19일 전문약사제도 도입과 관련해 "세 번째로 진행 중인 연구용역이 8월 말쯤 완료될 예정이고, 9월쯤 이 보고서를 받아 10월경 하위법령 초안을 만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바른의료연구소는 27일 "약료라는 용어의 모호함과 기존 약사와 전문 약사의 업무 범위에 대한 논란, 병원 약사와 지역 약사의 인력 불균형 문제 때문에 발생할 전문약사제도의 파행 우려가 있다"면서 "의사의 진료권과 처방권 침범 문제를 비롯해 의약분업 제도에 대한 올바른 평가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약료(Pharmaceutical care, 藥療)는 1990년대 초반에 등장한 개념으로 약계는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하게 시킬 수 있는 확실한 치료성과를 나타낼 수 있도록 약물요법을 책임감 있게 제공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바의연은 "기존에 명확한 역할 분담의 개념이 있음에도 굳이 약료라는 생소하면서도 모호한 개념을 등장시키면서 전문 약사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전문약사제도의 당위성을 만들기 위한 목적"이라고 짚으며 "약료가 비전문 약사와 전문 약사의 역할을 구분 짓는 개념은 아니다. 결국, 약사회는 전문 약사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도 전문 약사의 명확한 역할이나 업무 범위 등에 대한 내용 없이 모호한 약료라는 개념만 강조하다 보니 전문약사제도의 필요성에 관한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전문약사제도가 대한민국 의료현장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바의연은 "외국에서 운영되는 전문 약사는 대부분 병원 약사 중심이고 병원 약사의 역할이 전문약사제도의 핵임이다"며 "다만, 대한민국에서 활동하는 약사들의 절대다수는 문전 약국 및 동네약국에서 일하는 지역의사이기 때문에 전문약사제도가 제대로 정착될 리가 만무하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나 약사회에서도 '근무경력 4년 및 실무경력 1년'의 전문약사 자격 요건을 만들면서도 지역 약사나 산업 약사의 경우 경력 인증기관을 어떻게 선정해야 할 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짚은 바의연은 "결국 미국 및 서구 선진국들과 비슷한 형태로 의료 시스템을 바꾸지 않는 한 전문약사제도는 올바르게 정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바의연은 "전문약사제도를 도입하면서 전문 약사의 전문성과 능력을 지속 강조하다 보면 처방전 리필제와 대체조제 합법화 추진 명분이 쌓일 수 있다"고 우려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가 약료라는 모호한 개념을 이용해 의사의 처방권 중 일부를 가져오는 임의조제도 염두에 둔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바의연은 "현재 대한민국 의료 현실을 고려했을 때 전문약사제도는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것과 같다"며 "보건복지부는 전문약사제도의 하위법령 제정 전에 전문 약사의 업무범위와 역할을 명확히 규정하고 약료의 개념을 구체화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제도의 도입 취지에 맞도록 전문약사제도가 병원 약사 중심으로 운영되게 하고 제도의 실효성이 낮은 지역 약사의 경우에는 제한을 두고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만 허용해야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한국병원약사회는 자체적으로 전문약사제도 운영규정을 제정. 2010년부터 전문약사를 배출하고 있다.
전문약사제도는 2020년 4월 7일 신설된 약사법 제83조 3(전문약사)에 따라 법제화됐다. 여기서 전문약사 자격 인정과 전문과목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고, 시행일은 2023년 4월 8일이다.
병원약사회는 현재 의료기관 근무 약사를 중심으로 감염약료·내분비질환약료·노인약료·소아약료·심혈관계질환약료·영양약료·의약정보·장기이식약료·종양약료·중환자약료 등 10개 분과 전문약사 자격를 배출하고 있다.
약계는 약사법에 의한 전문약사제도 시행과 함께 기존 의료기관 근무 약사를 대상으로 한 10개 분과 전문약사 이외에 지역 개국 약사를 대상으로 내분비질환약료·노인약료·소아청소년약료·심혈관질환약료·의약정보·지역사회약물치료관리 6개 분과 전문약사를 추가할 계획이다.
약계는 지역 개국 약사가 단순히 처방 받을 약을 조제하는 역할에 머물지 않고, 노인·장애인·만성질환자 가정을 직접 찾아가 다약제 관리·약물 부작용 케어·약물 교육 및 상담 등의 역할을 하는 '방문약료'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커뮤니티케어)에 방문약료가 자리를 잡으면 설 자리를 잃고 있는 약사 직능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방문약료가 커뮤니티케어의 핵심축으로 자리 잡으면 지역 주민의 건강관리를 책임지는 역할을 공고히 할 것이라는 속내도 감추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