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경집중치료학회, 11월 '신경집중치료 전문 수련 인증의제도' 시행
초고령사회 앞두고 신경계 질환 급증 전망…정부·의료기관 인식 전환 절실
유정암 성균관의대 교수 "중환자 지속적 관리 필수…전담 전문의 반드시 필요"
"신경계 중환자 전문의가 있으면 중환자실 사망률과 병원 입원기간 중 사망률이 줄어듭니다."
대한신경집중치료학회가 오는 11월부터 '신경집중치료 전문 수련 인증의제도'를 도입한다. 뇌졸중·뇌전증·뇌염·뇌부종 등 신경계 중환자를 전담 치료하는 전문인력 양성이 주 목적이다.
유럽에서는 이미 오래전 부터 신경계 중환자 만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신경계 중환자 세부 전문의'(neurointensivist)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미국 역시 50여년 동안 신경계중환자 세부 전문의제도를 운영 중이다.
유정암 신경집중치료학회 홍보이사(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중환자의학과)는 "2025년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신경계 질환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졌다"라며 "인증의제도가 신경계 중환자 집중치료에 대한 정부와 의료기관의 인식을 높이고,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경계 중환자 전담 전문의가 있을 경우 사망률 지표 개선은 논문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지난 2017년 대한의학회 공식 학술지 <JKMS>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신경계 중환자 전문의가 있는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외상성뇌손상 환자의 중환자실 사망률이 22.9%에서 8.5%, 30일째 사망률은 27.1%에서 11.0%로 줄었다. 또 2020년 서울의대 논문에서도 신경중환자 전문의가 있는 경우에 중환자실 사망률(0.59배)·병원 사망률(0.585배)이 절반 정도 감소했다.
신경계중환자 전문의에 대한 효용성을 확인됐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중환자 집중치료의 중요성에 대한 정부와 의료기관의 인식은 여전히 미흡하고 치료적 환경 조성을 위한 지원과 전문인력 역시 크게 부족하다.
게다가 지속된 저수가 상황은 중환자실 운영상 운신의 폭을 크게 좁혔다. 제대로 된 보상도 없이 힘든 과정을 감내할 의사도 없고, 열정을 기대할 수도 없다.
유정암 홍보이사는 "중환자실 수가만 올려줘도 많은 문제점이 해결된다"라며 "최근 중환자실 전담 의사에 대한 수가가 책정됐다. 병상당 5만원이 조금 넘는다. 병원에서 전담의사를 안 쓸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신경계 중환자 전담의에 대한 인식은 아직까지 미진하다. 신경계중환자실 펠로우십을 운영하는 병원도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등 두 곳 정도다.
유정암 홍보이사는 "신경집중치료의 주요 질환은 중증 뇌졸중·지주막하출혈·뇌전증·뇌염 등이며, 신경외과 분야에선 수술 후 관리 등에 유용하다"라며 "일반 환자는 회진시 의료진과 마주하는 시간이 하루에 5분을 넘기 힘들다. 그러나 중환자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 지 모르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다. 중환자 전담 전문의가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현재 중환자 전담의 제도 운영상 세부 전문의 자격에 대해 수가를 더 산정하지는 않는다. 인증의제도에 대한 수용성이 높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래도 순기능은 있다.
유정암 홍보이사는 "인증의 자격을 따기 위해서는 학회에서 주관하는 교육을 받아야 하고, 논문도 발표해야 한다. 또 필기시험과 실기시험까지 치른다"라며 "이 과정을 통해 인증의 자격을 취득하면 신경계 중환자에 대한 집중치료가 가능한 전문의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신경계중환자 치료의 질을 높이고, 신뢰할만한 전문인력으로 인정받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신경집중치료학회는 인증의 시험 자격 기준에 대한 논의도 마쳤다.
유정암 홍보이사는 "11월에 시행하는 인증의시험에는 신경집중치료학회 학술대회 연 2회 중 1회 이상 참석, 학회 주관 연 2회 워크숍 프로그램을 모두 이수해야 응시할 수 있다"라며 "유관학회인 대한뇌졸중학회·대한뇌전증학회·대한뇌염학회 등에 공문을 보내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중환자 진료 여건은 완벽하지 않지만, 역설적으로 그만치 가능성도 크다.
유정암 홍보이사는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필연적으로 환자가 늘 수밖에 없다. 중환자실은 완벽하지 못한 상황 때문에 오히려 발전 가능성이 크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가능성 차원에서 충분히 도전할만 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