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소송 판결문 뜯어보니' 약제 급여 재평가 힘 얻었다

'콜린 소송 판결문 뜯어보니' 약제 급여 재평가 힘 얻었다

  • 고신정 기자 ksj8855@doctorsnews.co.kr
  • 승인 2022.08.02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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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행정법원, 종근당 등 선별급여 취소 소송에 원고 패소 판결
재판부 "재정 건전성 확보 공익 더 커, 정부에 광범위한 재량권"

ⓒ의협신문
[pixabay]

콜린알포세레이트 급여 범위 축소를 둘러싼 소송에서, 재판부가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급여 재평가 작업의 타당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인정한 결과로, 향후 있을 유사 소송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정부의 급여 재평가 작업 자체에도 힘이 실릴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은 7월 27일 종근당 등 46개 제약사가 제기한 콜린알포 선별급여적용 고시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냈다. 

사건은 지난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는 건강보험 지출 효율화 방안의 일환으로 지난 2020년 기등재 약제에 대한 정기적 급여 재평가 제도를 도입키로 하고, 그 시범사업 성격으로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의약품에 대한 재평가를 진행했다.

해당 약제의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 등을 다시 한번 따진 것인데, 평가 결과 콜린 제제들은 치매로 인한 기억력 저하나 집중력 감소에 대해서만 기존대로 급여를 유지하고, 그 외 적응증에 대해서는 환자 본인부담율을 80%로 높이는 선별급여로의 전환이 결정됐다. 

종근당과 대웅제약 등 해당 제제를 보유한 제약사들은 해당 결정에 불복, 정부를 상대로 선별급여적용 고시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고, 지난달 말 2년 여만에 종근당 등 46개 제약사가 제기한 소송의 1심 판결이 나왔다.

대웅제약도 타 제약사들과 함께 별도 소송을 냈는데, 그 결과는 오는 가을께 나올 전망이다.

제약사 "선별급여=급여박탈, 정부 재량권 남용" 주장 

ⓒ의협신문
종근당 콜린알포세레이트제제 '글리아티린'

해당 소송에서 원고인 제약사들은 콜린 선별급여 전환 결정이 ▲절차적 위법성 ▲근거 법령의 부존재 내지 불명확 ▲실체적 위법성 등의 문제를 갖고 있는 만큼, 그 결정이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별급여 지정은 곧 급여박탈을 의미한다며 건강보험정책심의의원회의 의결 등 그에 필요한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같은 맥락에서 침익적 행정처분의 내용을 모두 하위법령에 위임해 포괄위임금지 원칙과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대체가능성 등 평가의 부당성 등도 주장했다.

이탈리아를 제외한 주요 선진국에서 콜린제제를 의약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거나 건강보험 등재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약제의 임상적 유용성을 부정할 수는 없으며, 약제의 임상 유용성을 확인하는 자료들이 다수 존재하고, 비교 대상으로 삼은 대체약제의 적합성 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는 지적이다.

해당 고시가 재량권 일탈이자 남용에 해당한다고도 밝혔다. 

건강보험 재정 절감이라는 목적의 정당성을 물론, 고시로 인해 오히려 환자의 불편과 타 약제 전환에 따른 재정지출 증가 등의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수단의 적합성도 인정되지 않으며, 제약사들의 피해를 생각했을 때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도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재판부 "재정건정성 확보 공익 더 커, 정부가 급여 여부·정도 결정할 수"

하지만 재판부는 이들 모두에 대해 "이유없다"며 기각했다. 그 과정에서 제약사의 법리에 조목조목 반박하며, 되레 정부 급여 적정성 평가의 명분과 타당성에 힘을 실어준 모양새가 됐다.

재판부는 "요양급여대상인 약제가 일부 선별급여로 지정되더라도 약제급여목록표가 변경되거나, 해당 약제의 요양급여대상으로서의 지위가 박탈되는 것은 아니"라면서 선별급여 지정이 곧 급여박탈을 의미하며 그에 준한 절차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으므로 위법하다는 제약사들의 주장을 배제했다. 

아울러 국민보건 향상 및 사회보장 증진이라는 국민건강보험법의 입법 목적과, 이 입법 목적 달성을 위해 하위법령에 위임규정을 둔 것은 포괄위임입법 금지원칙에 반하거나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대체가능성 등 평가의 부당성을 주장한데 대해서도 이유없다고 판단했다. 제약사들이 재판부에 자료들을 살핀 결과에서도, 약제의 임상적 유용성을 뒷받침하는 것들을 확인하기 어려웠고 재평가 과정에서 전문가들도 이 점을 모두 인정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는 설명과 함께다. 

해당 고시가 재량권 일탈이자 남용에 해당한다는 주장도 배제했는데, 이 과정에서 약제 급여 재평가와 그에 따른 처분에 있어 정부의 재량권을 강조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국민건강보험제도는 한정된 재원으로 국민들에게 효율적이고도 적정한 요양급여를 실시해야 하고, 의료 환경이나 의학 지식의 발전에 신속·적절하게 대응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면서 "피고(정부)는 약제의 효능·효과, 재정 건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약제에 대한 급여 지원 여부 및 그 정도를 결정할 수 있는 광범위한 재량권이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건 고시로 인해 달성할 수 있는 국민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이라는 공익이 결코 작지 않다"며 "해당 고시로 인해 사건 약제를 복용하는 환자들이 입을 손해가 더 크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부 측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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