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약사 수가 주려다 진료 침해 '부추길라' 우려

전문 약사 수가 주려다 진료 침해 '부추길라' 우려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22.08.0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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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약사와 기존 약사 차별화 쉽지 않아" 수가 책정 어떻게?
9월 제출될 정부 연구용역 이목 집중...2023년 4월 시행 코 앞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기자] 의협신문

새롭게 신설될 전문 약사의 행위료를 무리해서 얹어 주려다 자칫 약사의 진료 침해 행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약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와는 차별화된 '전문 약사 제도'를 2023년 시행해 별도의 수가를 주겠다는 발상인데, 전문 약사 서비스가 기존 약사 행위와 다르지 않아 차별화 방안을 무리해서 찾다 자칫 진료 침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의료계의 우려다.

보건복지부는 올 9월 전문 약사 시행과 관련한 연구용역 결과를 보고받고 10월 전문 약사 관련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을 만들 계획이다.

전문 약사제도는 2020년 4월 7일 남인순 의원이 개정발의해 신설된 약사법 제83조 3(전문약사)에 따라 법제화됐다. 보건복지부는 개정 약사법에 따라 2023년 4월 8일 시행을 목표로 전문약사 자격 인정과 전문과목에 관한 사항을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에 담아야 한다.

시행일이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작 전문 약사가 하는 전문 약사 행위를 기존 약사의 행위를 차별화할 방안이 쉽지는 않아 보인다.

한국병원약사회는 '노인약료 전문 약사' 업무를 "환자의 복용 약물의 용법과 용량, 약물 복용시 주의사항 등에 대해 환자 상담과 교육을 수행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지만 업무 정의만으로는 기존 약사와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없다.

한국병원약사회의 전문 약사제도 운영 규정을 봐도 모호하기는 마찬가지다. 운영규정 2조는 "전문 약사는 전문 분야에 능통하고 약물요법에 대해 보다 전문적인 자질과 능력을 갖춘 임상약사"라고 정의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 역시 "전문 약사 서비스에 대해 수가를 책정하려하는데 기존 약사 행위를 전문 약사 행위와 어떻게 차별화해야 할지 사실 고민"이라며 난감함을 표현했다.

한국병원약사회는 2010년부터 자체적으로 전문 약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번에 시행될 전문 약사 제도도 병원약사회 전문 약사 제도를 참고로 설계될 전망이다.

현재 한국병원약사회는 ▲내분비계질환약료 ▲심혈관계질환약료 ▲영양약료 ▲장기이식약료 ▲종양약료 ▲중환자약료 ▲소아약료 ▲감염약료 ▲의약정보 ▲노인약료 등 10개 전문 약사를 교육하고 있다.

문제는 차별화가 쉽지않다보니 약계가 전문 약사 차별화 방안을 자칫 의사의 진료 영역에서 찾으려 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2023년 시행할 전문 약사제의 경우 병원약사회가 10여년간 자체적으로 운영했던 병원 중심의 전문 약사는 물론 지역 개국 약사에게도 ▲내분비질환약료 ▲노인약료 ▲소아청소년약료 ▲심혈관질환약료 ▲의약정보 전문 과목을 이수하면 전문 약사 자격을 줄 예정이다.

그나마 병원 전문 약사는 의료기관 안에서 의료진을 중심으로 한 팀단위로 활동하지만, 지역 전문 약사는 개국 중인 약국에서 의료진의 관리감독없이 전문 약사 서비스 혹은 '약료'란 이름으로 사실상 진료 영역을 침범할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

약계가 전문 약사 제도를 일사천리로 추진하는 배경에는 약사 행위가 인공지능이나 자동조제기 등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자리잡고 있다.

오정미 서울대 약대 교수는 전문 약사제도 실행방안과 관련해 지난 2월 열린 공청회에서 "2025년 약사의 인공지능·로봇 대체율이 68.3%로 전문 의사 42.5%, 수의사 43.4%, 한의사 45.2%, 치과의사 47.5%보다 높다"며 "인공지능 등이 대체하기 어려운 전문 약사 영역을 만들어 약사 직능의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최근 정부가 시범사업 성격으로 화상복약기를 설치하기로 하고 약국에 설치된 '자동조제기에 약을 채우는 행위는 약사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창원지법의 지난해 판결까지 나오면서 전문 약사 제도는 약사들의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올 9월 발표될 정부 연구용역안에 대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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