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갑상선학회·PACEN 공익적 임상 연구…"가치 중심 미충족 수요 지원"
20일 공청회 후 회원 의견 수렴 거쳐 8개 유관 전문가 단체 참여 권고안 확정
5년 단위 전향과제 2개, 2년 단위 후향과제 1개 협력…"공적 연구인프라 투자 절실"
최선의 갑상선 치료 방법은 무엇일까. 저위험 환자에게 행해지는 과도한 치료를 막을 수는 없을까. 이런 고민들이 모여 갑상선 치료에 대한 새로운 권고안이 마련됐다.
대한갑상선학회(KTA)가 갑상선결절에 대한 진료지침 개정을 추진한다.
이번 지침은 갑상선결절 진단에서 병리적 진단 분류와 분자 표지자 검사의 최신지견을 반영했으며, 지난해 발표된 대한갑상선영상의학회의 초음파 암 위험도 분류체계(K-TIRADS)를 적용해 병리검사의 기준을 제시했다. 또 양성 결절로 진단된 갑상선결절의 임상적 추적 관찰과 치료의 적응증도 포함했다.
이와 함께 임산부 갑상선 질환 관련 임신 중 갑상선기능 정상 범위는 임신 1분기 갑상성자극호르몬(TSH) 값의 정상 상한선을 4.0mIU/L로 정했으며, 무증상 갑상선기능저하증의 정의도 변경했다. 갑상선호르몬 치료 기준 역시 최근 발표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TSH 4.0mIU/L 이상으로 조정했다.
강호철 대한갑상선학회 이사장(전남의대 교수·화순전남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은 "갑상선결절과 암은 다른 암에 비해 흔하며, 질환의 중증도 역시 저위험 암에서 진행성 난치암까지 다양한 임상양상을 보이므로 상급 의료기관과 일차진료 현장 모두에서 활용가능한 표준화된 진료지침 개발이 필수적"이라며 "내과, 외과, 이비인후과,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병리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 구성된 '갑상선결절 및 암 진료 권고안 개정위원회'를 구성해 근거중심의 '갑상선결절 진료 권고안 개정안'을 우선적으로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KTA는 추계학술대회 기간 중인 8월 20일 공청회를 통해 '갑상선결절 진료 권고 개정안' 초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회원들의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진료권고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갑상선 결절 진료권고안의 주된 근거는 연구자 주도 임상연구 등 국내 연구결과가 바탕이 된다.
8월 1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대한갑상선학회와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내 환자중심의료기술최적화연구사업단(PACEN) 연구협력 현황에 대한 소개도 이어졌다.
PACEN은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보건의료기술연구개발사업으로 국내 R&D 중 유일하게 국가 지원 연구자 주도 임상연구사업이다. 공익적 목적의 임상연구를 진행한다.
이 사업의 목적은 신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일반적 R&D와 다르다. 신기술 인·허가 후 의료현장에서 통용되는 다양한 의료기술의 효과성·안전성·비용효과성을 따져보고 다기관 환자 자료 수집·평가 등을 통해 최선의 치료가 무엇인지 규명한다.
산업체가 주도할 만한 유인동기는 부족하지만, 실제 진료 현장에서 임상 전문가와 환자가 의문을 갖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고, 전체 의료자원의 효율적 사용을 도모하기 때문에 국가 지원이 필수적이다.
송재관 PACEN 부단장(울산의대 교수·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는 "공익적 임상연구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연구자의 동기부여와 높은 역량 이외에도 사람 대상 임상연구의 특성상 전문성이 담보돼야 하며, 각 업무 단계별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라며 "공익적 임상연구가 공공재로서 부가가치를 높이고 환자를 위한 양질의 근거를 지속해서 축적하기 위해서는, 임상 연구의 과제비 지원과 동시에 임상연구자료 관리 등의 공적 연구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대합갑상선학회와 PACEN은 환자 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과제로 5년 단위로 전향과제 2개, 2년 단위 후향과제 1개를 진행하고 있다.
전향과제는 '저-중간 위험군 갑상선암 환자에서 갑상선엽절제술 후 갑상선자극호르몬 목표농도 유지의 유용성 평가를 위한 다기관 무작위 배정 대조 연구'(MASTER 연구), '미세 갑상선 유두암에서 진단 즉시 갑상선엽절제술과 적극적 감시 요법의 비교 연구', 후향과제는 '갑상선기능항진증에서 저용량 방사성 옥소 치료의 근거 생성 연구' 등이다.
갑상선 질환 진료에서 임상현장의 미충족 수요 해결을 위한 공익적 임상연구다.
8월 19∼20일 열리는 KTA 추계학술대회에서도 '재발 위험성이 높지 않은 갑상선암 환자의 장기관리' 주제로 공동심포지엄을 마련했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MASTER 연구의 중간 분석결과를 소개하고, 갑상선암 환자 대상 임상연구의 발전 방향을 모색할 예정이다.
MASTER는 갑상선엽절제술을 받은 환자 3000명의 수술 후 갑상선자극호르몬 수치에 따른 갑상선암 재발률, 심혈관계 및 골대상 합병증 발생률, 삶의 질, 비용-효과성 등 전반을 비교하는 전향적 연구로서 전국 26개 대학병원 및 상급종합병원이 참여하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대규모 코호트 연구다.
주요 연제로는 ▲엽절제술 후 갑상선기능, 어떻게 변하는가? (박영주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저중간위험군 엽절제술 현황,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2010 vs. 2020) (정은재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재발 위험이 높지 않은 갑상선암 환자의 수술과 그 결과는 어떠한가? (구본석 충남의대 교수·충남대병원 이비인후과) ▲갑상선암 환자들은 어떤 내분비적 문제를 갖는가? (이은경 교수·국립암센터 내분비내과) ▲갑상선암 환자들의 골건강 현주소는?(구유정 충북의대 교수·충북대병원 내분비내과) ▲갑상선암 환자들의 삶의 질은 어떠한가요? (최준영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외과) ▲갑상선암은 비만과 관계가 있는가? (김미진 부산의대 교수·부산대병원 내분비내과) 등이 발표된다.
강호철 갑상선학회 이사장은 "의학 연구는 생존 기간의 연장에만 골몰하지 않고 환자들의 삶의 질과 장기적인 건강 상태에 대해 관심을 갖는 방향으로 진보하고 있다"라며 "완치된 암 생존자가 많은 갑상선암 분야에서 장기 예후를 향상시키기 위한 과학적인 근거를 마련할 수 있도록 학회 차원에서도 고민을 많이 하겠다"라고 말했다.
송재관 PACEN 부단장은 "이 연구사업은 새로운 의료기술을 개발하는 기존 R&D와는 달리 의료현장에서 통용되는 다양한 의료기술의 real-world evidence를 생성하는 국가 지원 연구자 주도 공익적 임상연구 사업"이라면서 "재발 위험성이 높지 않은 갑상선암 환자에게 수술 후 최선의 갑상선 호르몬 치료와 추적 방법에 대한 질 높은 근거를 생성해 갑상선암 치료에 드는 비용을 절감하고 갑상선암 환자들의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