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의료급여 의뢰서 부작용·의료급여 수급권자 역차별 심각"
진료의뢰서 안 받았다고 행정처분·현지조사 등 선의의 피해 발생
대한의사협회가 저소득층의 진료를 제한하고 있는 현행 '선택의료급여기관제도'를 즉각 개선할 것을 주장했다. 일선 의료현장에서 의료급여 의뢰서에 대한 부작용 및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역차별 문제가 심각하다는 이유에서다.
의료급여제도는 사회경제적으로 취약계층인 저소득 국민을 대상으로 질병, 부상 등 건강보험제도와 함께 국민의 건강과 의료를 보호하는 마지막 보루인 사회보장제도이다.
보건복지부는 2007년 7월부터 의료급여 대상 환자가 상한일수(연장승인)를 초과한 경우에도 의료급여기관(의원급)을 선택해 이용하게 되면 지속적으로 의료급여 진료를 받을 수 있고, 타의료기관 진료시에도 의료급여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선택의료급여기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의협은 "이 제도의 도입 취지인 수급권자의 적정 의료 이용 유도는 그 효과가 크지 않을뿐더러 가시적인 재정 절감 효과가 미미하고, 오히려 일부 과다 의료이용 1종 수급권자의 본인부담금 면제수단으로 악용되는 등 각종 부작용과 폐단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짚었다.
특히 "선택의료급여기관제도에 따른 의료급여의뢰서 발급 부분에 있어 환자의 편의보다는 행정적 요식에 해당해 국민이 불편을 겪고, 의료기관에서도 선의의 피해 및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환자가 의료급여의뢰서를 지참하지 않은 채 내원하게 되면, 진료비 전액을 본인에게 부담시켜야 함에도 의료기관에서는 저소득층 환자에게 전액을 부과하기에 현실적·도의적 어려움이 커 차후 제출을 약속 받고 진료하는 경우가 빈번할 수밖에 없다.
이후 환자가 여러 사유로 의뢰서를 제출하지 않게 되면, 결국 선한 의도로 환자를 배려한 의료기관은 부당청구로 적발되어 진료비 환수 등 여러 행정처분과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이 불합리한 현실이다.
이 밖에 선택의료급여 환자가 당장 타의료기관 진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인데 환자가 지정한 선택의료급여기관이 휴진 등의 사유로 의뢰서 발급이 여의치 않을 경우,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비용부담의 문제로 진료 자체를 포기하거나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쳐 증세가 악화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의협은 "진료의뢰서 서식에는 환자상태 뿐 아니라 상병명, 상병분류기호까지 기재하도록 하고 있는데, 의뢰서 발급기관에서 환자의 개인정보 보호 등으로 인해 타 진료과목의 상병명을 세세히 기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재된 상병 외의 진료는 원칙적으로 제한을 하고 있어 동반되는 합병증까지 연계하며 적극적인 치료를 하기에 장해 요인으로 작용하는 등 진료현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진료의뢰서에 기재된 상병 이외 질환에 대한 동시 치료가 필요하거나 치료의 종결여부가 명확치 않아 진료기간이 연장될 경우, 진료의뢰서를 추가로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차후 기획현지조사와 같은 행정기관의 조사 대상이 되는 사례마저 발생해왔다"고 밝혔다.
의료급여일수 연장승인제도의 형식적인 절차문제도 개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의협은 "의료급여환자의 도덕적 해이 문제 해결을 위해 도입된 의료급여일수 연장승인제도는 의료급여환자 특성상 다양한 질환을 동반하고 있어 의료급여 상한일수를 초과하는 경우가 많고, 그만큼 연장신청 시에도 대부분 승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장승인제도는 거의 형식적인 절차에 그치고 있음에도 신청 절차나 형식이 까다롭고 번거로워 대다수가 거동이 불편한 노인 및 만성질환자인 수급자 입장에서는 연장 신청에도 실질적 불편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협은 "그동안 의료수급권자에게 안정적인 진료체계 제공과 건강권 보장을 위해 선택의료급여기관제도에 대한 지속적인 개선을 요구해왔으며, 다시 한 번 정부의 조속한 관련 제도의 개선을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의협은 의료취약계층을 비롯한 우리 국민이 의료혜택에서 소외되거나 적절한 진료를 받지 못해 불편을 겪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환자진료와 의료제도 개선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