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지불제도 개편 주장에 병의협 "저수가 정상화 먼저"

감사원 지불제도 개편 주장에 병의협 "저수가 정상화 먼저"

  • 박승민 기자 smpark0602@gmail.com
  • 승인 2022.08.22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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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불제도 개편, GDP 대비 의료비 지출 OECD 중상위 이후라야 "
"감사원 '묶음 수가제' 확대 주장 위험...의료기관 폐업 속출할 것"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대한병원의사협의회

대한병원의사협의회가 건강보험 재정 지출의 문제 해결을 위해 묶음 수가제(포괄수가제)를 확대하자는 감사원의 주장에 반박하고 나섰다. 아울러, 대한민국 의료왜곡의 근본 원인에 대한 해결없이 추진되는 지불제도 개편은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라 우려했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8월 22일 발표한 '대한민국 의료 왜곡의 근본 원인에 대한 해결없이 추진되는 지불제도 개편의 위험성과 문제점'을 통해 "미국 내에서도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는 제도를 의료 시스템이 판이한 대한민국에 섣불리 도입하게 되면 반드시 부작용이 발생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 7월 28일 건강보험 재정관리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공개하고, 문재인 케어의 문제점을 지적함과 동시에 건보재정 지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묶음 수가제를 확대해 현재의 행위별 수가제로 발생하는 의료비 증가를 통제할 것을 제안했다. 

감사원은 해외에서는 묶음 방식의 지불제도를 도입해 재정 총량을 관리하고 있고, 보건경제학회 전문가들의 다수가 지불제도 개편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병의협은 "감사원이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는 묶음 수가제는 미국 메디케어 등에서 추진되고 있는 대체지불제의 한 형태"라면서 "미국 등에서 시범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대체지불제를 도입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먼저 미국과 대한민국의 경상의료비 지출 차이를 짚은 병의협은 "미국이 행위별 수가제를 대체지불제로 개혁하려는 근본적인 이유는 GDP 대비 경상의료비 지출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지만 대한민국의 GDP 대비 경상의료비 지출은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고, 미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8.4%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병의협은 "이러한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의료비 절감을 위해 미국식 대체지불제를 도입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의문"이라면서 "GDP 대비 의료비 지출이 미국만큼은 아니더라도 OECD 중상위권 정도가 된 이후에 의료비 절감을 위한 지불 제도 개편을 추진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반박했다. 

미국식 대체지불제 도입이 들어맞지 않는 또 다른 이유로 대한민국의 낮은 수가 수준을 꼽았다. 

병의협은 "대한민국의 의료수가는 매우 낮은 수준"이라며 "저수가의 정상화 과정 없이 지불제도 개편을 통해 의료 이용량과 행위량을 통제해 의료비를 강제로 줄여버리면 의료기관들의 경영난은 심화되어 폐업하는 의료기관들이 속출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민간 의료기관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현재의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에서 의료기관들의 경영난과 줄 폐업은 곧 의료 시스템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저수가의 정상화를 동반하지 않는 지불제도 개편안은 매우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건강보험 재정을 안정화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 부재에 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병의협은 2021년 OECD 보건의료통계에서 대한민국의 경상의료비 중 정부와 의무가입자 비중이 2019년 기준 61.0%로 OECD 평균인 74.1%보다 낮다는 점을 언급하며 "경상의료비 전체 규모는 OECD 평균에 빠르게 접근하고 있는데 경상의료비에서 차지하는 정부나 건강보험의 비중이 낮다면, 이는 단일 공보험 제도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의료 재정에 대한 정부의 공적지출이 미비하다는 뜻과 함께 현재의 건강보험 제도로는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없다는 뜻이 된다"고 꼬집었다.

더불어 "이런 상황에서 지금까지 정부는 법률에 규정된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고지원 금액을 30조원 가까이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건강보험 유지를 위해 최소한의 노력도 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건강보험 재정의 안정화를 명분으로 지출을 줄이기 위해 지불제도 개편을 하는 것은 문제 해결의 순서에 맞지 않다. 감사원이 진정 건강보험 재정의 안정화를 위한다면 지불제도 개편이 아니라 30조원 가까운 국고지원 미지급액부터 건강보험에 지원하도록 정부에 요구했어야 맞다"고 지적했다. 

병의협은 "저수가의 정상화, 잘못된 의료보험 제도의 개혁 등 대한민국 의료왜곡의 근본 원인에 대한 해결 없이 추진되는 지불제도 개편은 매우 위험하다"면서 "정부는 감사원의 잘못된 요구를 받아들여 무리하게 정책을 추진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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