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병원 막자고 특사경?…정당성·타당성 없다

사무장병원 막자고 특사경?…정당성·타당성 없다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2.09.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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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사회·지자체 '민·관공조체제' 구축…개원때부터 차단해야
의료기관 허가 때 지역 의료인단체 경유 개설확인증 첨부 명문화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공단 특사경 법안 문제점과 대안' 현안 분석

사무장병원 근절을 앞세워 국민건강보험공단 임직원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입법이 20대 국회에 이어 21대에서도 시도되고 있다.

이미 발의된 '사법경찰관리 직무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면 단순 의심과 범죄혐의에 대한 불분명한 판단만으로도 특사경에 의해 수사가 개시되고, 별건으로 허위·거짓 청구까지 확대·과잉 수사로 비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의료계는 특사경 도입은 의료공급자에 대한 과잉규제로 기본권을 침해하며, 비공무원인 공단 임직원에서 형사사법체계 상 바람직하지 않은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사무장병원 근절이 목적이라면 사전적 조치로 개설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진단이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 임·직원 특별사법경찰권 부여 법안의 문제점과 대안>(임지연 연구원·김진숙 책임연구원) 정책현안분석 보고서를 통해 특사경 도입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사무장병원 개설 차단 방안을 제안했다. 

현재 운용 중인 특사경제도의 문제점은 끊이지않고 제기돼 왔다. 

먼저 수사권 남용 우려다. 

특사경제도가 활성화되고 직무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비효율적 특사경 운영과 수사의 비전문성, 절차상의 문제, 수사권 남용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 문제가 노정돼 왔다. 형법이나 형사소송법에 대한 전문적인 이해가 없는 공무원·비공무원에게 사법경찰관 지위를 부여할 경우 전문성 부족으로 인한 권익침해는 불가피하다. 

전문성 부족은 더 큰 문제다. 

특사경의 임용, 지명, 지명 후 교육은 상대적으로 매우 부실하다. 지금까지 국가 수사권에 대해 법치국가성과 적접절차의 엄중한 행사가 강조된 현실과 배치된다. 교육 훈련기관 부재와 교육에 참여하기 어려운 근무 여건으로 인해 전문적은 교육훈련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문성을 갖추진 못한 수사권의 부작용은 불문가지다. 

절차주의적 사고에 역행한다. 

최근 법원의 절차주의적 판단을 보면 형식적 권한을 가진 자라도 법령 등에 규정된 세부 절차까지도 정밀하게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피조사자의 인권 침해에 대한 문제뿐만 아니라 조사의 전문성·객관성이 담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경우와 같이 비공무원에게 수사권을 위임하면서 실질적인 권한 행사 절차를 법률이 아닌 각 훈령에 위임한 것은 개인의 인권을 중시해 온 우리 사회의 절차주의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지금도 보건복지부 공무원에 의한 현지조사에서 의료인에게 반강제적으로 행정법규 위반에 대한 사실인정학인서을 받는 등 의료인·의료기관에 대한 인권의식이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 적법한 수사 절차과정이 확립되지 않는다면 절차적 정당성과 법률적 타당성을 인정키 어렵다는 판단이다. 

보고서는 정당성이나 타당성에 흠결이 있는 특사경 도입에 몰두하기 보다는 사무장병원 개설 자체를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사전적 조치로 사무장병원 근절을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적으로 사무장병원의 대부분인 의료법인에 대한 개설 자격을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로 제한해야 한다. 의사 등으로 자격 제한이 어려울 경우 의료법인 설립에 대한 명확한 기준 마련과 의료법인 허가 업무자의 자격검증제도 도입도 필요하다. 

의료법인 운영 관리·감독 권한을 지역 의료인단체에 부여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사무장병원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에는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의료인단체가 적합하기 때문이다.

의료법인 이사장을 의사인 임원 중에서 선출토록 하고, 이사회의 일정 비율 이상을 의사로 구성해야 한다. 의사 중심으로 의료법인을 운영할 경우 전문직업성에 기반한 건전한 의료질서 확립을 도모할 수 있다.

의료기관 개설 시 의료인단체를 경유토록 해야 한다. 형식적·절차적 의미는 물론 실질적이고 실체적인 검증이 가능해야 한다. 의료기관 개설 신고도 의료인 단체를 경유토록 하고, 의료인단체에서 발부하는 확인증을 첨부토록 해야 한다.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해 의료법에 명시된 '의료기관개설위원회'에 각 지역 의료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 지역의사회 소속 위원 수 증원이 필요하다.

사무장병원에 대한 내부자의 자발적 신고를 독려하기 위해 벌칙 감경·면제, 환수처분 한시적 면제 제도 등을 운영해야 한다.

임지연 연구원은 "특사경 도입 법률 개정안은 의료인과 의료기관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인식을 넘어 지속적으로 통제하고 길들이려는 의도가 포함돼 있다"라며 "비공무원인 건보공단 임직원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방식으로는 사무장병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사무장병원 문제는 사후적 조치가 아닌 사전적 조치로 접근해야 한다. 개설 자체를 막기 위해서는 지역 사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의료인단체 지부와 지자체간 민·관 공조체제 구축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은 "개정안은 일부 사무장 병원의 일탈을 빌미로 전체 의료인과 의료기관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통제하기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많다"라며 "사무장병원 근절을 위해서는 사무장 병원에 대한 내부정보 취득이 용이한 의료인 단체와 협력 하에 사무장병원 개설 자체를 차단하는 방안이 가장 효율적이다. 지금도 엄청난 권한을 지닌 공룡 건보공단이 의료기관에 대한 권력 강화에만 몰두하고 있다. 특사경 대신 의료인 단체와 지자체 간 민·관 공조체계를 조속히 구축하는 것이 사무장병원 척결의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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