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이과학회 '귀 건강 포럼'…이명·어지럼증 완치 가능
'안면마비' 적절한 치료 시기 놓쳐…귀 전문가 진료 적절
인공와우 급여 확대·노인 보청기·소아 비대칭형 난청 지원 절실
"국민 귀 건강에 헌신하는 대한이과학회입니다."
대한이과학회는 제56회 '귀의 날'(9월 9일)을 맞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대국민 귀 건강 포럼'을 열고 과학적 접근을 통해 완치 가능한 주요 귀 질환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시급한 정책 이슈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난제로 떠오르고 있는 난청은 환자와 가족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진단도 내놨다.
포럼은 ▲과학적 접근으로 완치 가능한 주요 귀 질환 ▲안면마비: 왜 귀 전문의 진단과 치료가 반드시 필요한가 ▲초고령사회, 국민 귀 건강을 위한 과제와 전망 등 3개 분야로 나눠 발제와 토론을 진행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박시내 공보이사(가톨릭의대 교수·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는 "국민에게 귀 건강과 귀 질환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드리기 위해 긴 시간 공을 들여서 포럼을 준비했다"라며 "전문성과 명망을 갖춘 전문가들이 귀 건강과 정보와 관련 정책 제언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달해드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포럼은 대한이과학회의 역사와 귀의 날에 대한 소개로 시작됐다.
최병윤 총무이사(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는 "대한이과학회는 '인류 귀 건강에 헌신한다'는 미션 수행을 위해 귀 질환 극복을 위한 창의적 연구를 선도하고, 세계로 열린 학술교류로 최상의 의료를 공유하며, 이과학 분야의 보건정책 개발로 사회발전에 기여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귀 전문가 양성, 올바른 교육과 홍보를 통한 국민의 귀 건강 증진 등 다섯 가지 비전 달성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이과학회는 지난 1990년 대한이과연구회로 첫발을 내디딘 후 2004년 정식 출범했다. 현재 귀 전문의 663명이 가입돼 있다. 학회 산하에 △내시경귀수술연구회 △보청기연구회 △안면신경연구회 △어지럼연구회 △외이재건연구회 △이관질환연구회 △이명연구회 △이식형청각기기연구회 등 8개 연구회와 5개 기초 연구회(bio-material·genetics &development·inner ear·otitis media·psycho-acoustics & auditory neuroscience)를 두고 있다. 매년 2회의 정기 학술대회를 비롯 이과 검사의 술기와 판독, 보청기 워크샵, 임상 이과학 세미나, 전공의 이과학 길라잡이, 신의료 기술 세미나 및 라이브 서저리 등 다양한 행사를 주관하고 있다. '귀의 날'은 대한이비인후과학회가 지난 1962년 제정했다. 숫자 9가 '귀'와 발음이 비슷하고, 귀 모양과도 유사해 9월 9일로 정했다. 그동안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주관으로 귀 건강 관련 교육·홍보 활동을 진행했으며, 지난 2009년부터 대한이과학회가 맡아 해마다 특별한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이비인후과학회 공식 유튜브 채널인 '귀코목TV'를 통한 대국민 홍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구자원 이과학회장(서울의대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은 "이과학회는 진료와 연구를 통해 얻게 된 정보·지식·술기 등을 후배 세대에게 물려주기 위해 노력하며 인류의 귀 건강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라며 "초고령화시대를 앞두고 난청 등에 대한 우려가 크다. 걱정만 한다고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대비해야 한다. 귀 관련 여러 가지 질환이 삶의 질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주요 정책 의제에는 어떤게 있는지, 대책은 어떻게 마련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과학적 접근으로 완치 가능한 주요 귀 질환으로는 이명과 어지럼증이 소개됐다.
송재진 이명연구회 학술위원장(서울의대 교수·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은 '이명: 왜 귀 전문의의 과학적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며, 과연 치료할 수 있는 증상인가?'에 대한 발제에서 이명은 치료할 수 있으며 완치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송재진 교수는 "이명은 난청이 동반되면서 생기는 증상이다. 대부분 이명을 유발하는 원인이나 질환이 있기 때문에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면 많은 경우에서 불편감이 호전되고 증상의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다"라며 "불과 1990년대 이전만해도 '이명과 친구가 돼야 한다', '이명은 낫지 않는 병' 등의 잘못된 인식이 많았지만, 2000년대 이후 이명의 원인·진단·치료에 대한 연구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완치 가능한 질환이라는 관점의 전환을 맞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명 완치를 위한 이과학회의 노력과 성과도 공개했다.
송재진 교수는 "이명의 원인, 진단, 치료에 대한 연구 성과를 통해 세계적으로도 이명 연구를 선도하는 위치에 이르렀다. 올초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발표된 국제학술지 연구논문 중 국내 연구진 논문 수가 세계 5위를 차지했다"라며 "교과서 편찬, 환자 가이드북 발간 등을 통해 최신 지식을 공유하고 환자 인식 개선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김성헌 어지럼연구회 학술위원장(연세의대 교수·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는 '어지럼 질환 정확히 알기' 발제를 통해 어지럼 질환의 심각성과 함께 고령화에 따른 유병률이 급증 추세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반복적인 재발성 급성 어지럼은 발생시기를 예측할 수 없고, 심각한 불안장애 증상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지럼은 급·만성 모두 평형기능 이상으로 낙상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이 되며, 골절 등 다양한 이차 장해도 우려된다.
김성헌 교수는 "인구 고령화와 삶의 질이 높아짐에 따라 어지럼 질환의 유병률이 급증하고 있다. 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 한국인 21%에서 최근 1년간 어지럼과 균형 이상을 경험했다고 보고됐으며, 이에 따른 요양급여비 총액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어지럼 질환에 대한 전문의 진단의 중요성도 짚었다. 말초성 어지럼, 중추성 어지럼 등에 대한 감별 역시 전문의의 신경학적 검사만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얘기다.
김성헌 교수는 "대부분의 어지럼 질환은 귀의 전정기관 이상에서 발생한다. 이석기관에서 일부 이석이 원래 위치에서 떨어져 나와 반고리관으로 흘러 들어간 경우에 주로 발생하며, 유리된 이석을 원래 위치로 정복시켜주는 이석정복술이라는 물리치료로 대부분 치료가 된다"라며 "대표적 전정질환에는 흔히 이석증으로 알려진 양성돌발성두위현훈, 메니에르병, 전정신경염 등이 있다. 이 밖에도 각종 어지럼 및 평형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은 다양하며, 각 질환별로 치료가 다르기 때문에 전문가의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되새겼다.
해마다 9∼10만명 정도가 발생하는 안면마비 질환에 왜 귀 전문의의 진단과 치료가 필요한지에 대한 접근도 이뤄졌다.
▲듣기만해도 무서운 안면마비 원인분석(여승근 경희의대 교수·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안면마비 초기 치료에서 이과 진료의 중요성(이종대 순천향의대 교수·순천향대부천병원 이비인후과) ▲오래된 안면마비가 치료될 수 있을까?(김진 한림의대 교수·동탄성심병원 이비인후과) ▲빅데이터를 이용한 국내 벨마비 발생률 분석과 의과, 한방치료 지침 비교(전범조 가톨릭의대 교수·의정부성모병원 이비인후과) 등을 통해 안면마비에 대한 국민 인식 개선 필요성과 귀 전문의에 의한 진단·치료의 효율성을 공유했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안면마비는 원인불명이거나 헤르페스 바이러스, 대상포진 바이러스에 의한 '벨마비', 귀 주변 대상포진에 의해 발생하는 '람세이헌트증후군' 등이 주종(67%)을 이룬다. 이 밖에 귀 주변 포함 두부 외상(13%), 귀 침생 종양·염증(10%), 선천성·중추성(10%) 등이 원인이다. 가장 많은 벨마비 외에도 염증, 외상, 종양, 감염 등 원인이 다양하다.
문제는 안면마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벨마비의 경우 발병 72시간안에 고농도 스테로이드 복용만으로도 회복이 가능하지만, 한방 치료 등으로 치료 적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
발제자들은 "대다수 국민이 안면마비에 대해 매우 어긋난 상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최신 의학 수준에 걸맞는 치료를 받지 못하고 비상식적이고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에 노출돼 있다"라며 "안면마비 발생 부위를 자세히 살펴보면 90% 전후로 귀 안이나 귀 주변 질환관 연관돼 있다. 막연히 생각해 왔던 찬바람이나 뇌졸중이 주된 원인이 아니다. 안면마비 환자들은 우선적으로 이비인후과를 찾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OECD국가에서 안면마비클리닉은 이비인후과 내에 설치돼 있다.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국기 귀 건강을 위해 정책적 과제를 점검하는 시간도 가졌다. 인공와우 급여화, 노인 보청기 지원사업, 치매 예방을 위한 난청 관리 등에 방점이 찍힌다.
오승하 서울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장애인보건의료협의회 이사장)은 '인공와우 의료급여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발제에서 소아 비대칭형 양측 난청 지원, 인공와우 외부기기(어음처리기) 교체 지원 확대 등의 절박함을 호소했다.
현재 소아 비대칭형 양측 난청에서 한 쪽은 보청기를 써야 하고 한 쪽은 보청기로 재활이 어려워 인공와우가 필요한 경우 급여 지원을 받으려면 두 쪽 모두 고도난청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인공와우도 영구적인 내부기기(임플란트)와 달리 외부기기(어음처리기)는 소모성이기 때문에 교체해야 하는 데 현재 1회만 지원한다. 1000만원에 이르는 가격 때문에 환자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오승하 교수는 "인공와우는 농아의 한계를 벗어나 말을 하고 건청인들 사이에서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난청 재활 수단이지만, 비장애인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정착장애로 이해돼야 한다"고 말했다.
문일준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는 '노인보청기 지원 정책 수립 새 정부에 바란다' 발제에서 보청기 급여화를 통한 '생애 전주기 난청관리체계 구축'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가파르게 늘고 있는 노인 인구를 위해 더 늦출 수 없다는 지적이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에서 보청기가 필요한 평균 중등도 난청(40dB 이상) 유병률은 20∼25%에 이른다.
국내 보청기 사용률은 상당히 낮게 나타난다. 부정적 인식, 사용상 불편함 못지 않게 가격 부담 역시 작용한다. 이 부분을 해결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구자원 서울의대 교수는 '치매 예방을 위한 난청관리 국가 정책' 발제에서 난청은 사회적 고립을 유발하고 결국 치매 발병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하고, 청소년기·생애전환기 청력검사 시행을 통한 난청 심각성 인식 개선, 노인 보청기 급여화 확대 등을 촉구했다.
지난 2018년부터 양측 60dB 이상 청각장애가 있으면 적정 수준의 보청기를 5년에 한 번식 맞출 수 있다. 그러나 보청기가 필요한 40dB∼60dB 구간의 난청일 경우 고가의 보청기를 자비로 구입해야 한다.
구자원 교수는 "난청은 교정 가능한 치매의 위험인자 가운데 비중이 가장 크다. 대화 단절로 인한 소통 장애는 사회로부터 고립되는 노인우울증의 원이 되기도 하며, 균형감 유지에 어려움을 초래해 낙상 사고의 주 원인이 된다"라며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난청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적극적 대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포럼 말미에는 대한이과학회 귀의날 언론인상 시상식이 열려, 이정환 의협신문 기자와 이진한 동아일보 기자가 각각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