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이국종 등 '깜짝' 물망 속 안정 택한 윤 정부
코로나19 등 숙제 산적'의사 출신' 기대컸지만…
오랜 공석 상태였던 보건복지부 장관 자리에 조규홍 보건복지부 제1차관(67년생)이 내정됐다. 보건복지부 공백 105일째만이다. 윤석열 정부는 앞서 예고했던 '감동 인선' 대신 '안정 인선'을 택했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7일 "보건복지부 장관에 조규홍 현 복지부 1차관을 내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나경원 국회의원 장관 내정설이 돌자 "이름을 들었을 때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이 정말 바뀌었구나라는 말을 들을 만한 감동적인 인선을 위해 노력한다"고 발언했다.
'감동 인선' 발언 이후, 정치권을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 방역을 총괄했던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과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 등이 물망에 '깜짝' 오르기도 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부터 '과학 방역'을 강조한 만큼, 의사 출신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한 기대 역시 어느 때보다 컸다.
하지만 결론은 '기획재정부 출신'의 차관이었다. 공직 생활의 대부분을 기획·재정 부처에서 보낸터라 이례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거대 야당 측 관계자는 조규홍 장관 내정 소식 직후, 건강보험재정 축소에 대한 우려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조원준 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 수석전문위원은 인선 발표 직후 "오죽 사람이 없으면 신임 차관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올리느냐?"며 비판 섞인 평가를 내놨다.
기재부 출신 차관을 장관으로 임명했다는 점에 대해 "결국 재정절감과 복지축소, 의료산업화와 규제완화를 밀어붙이겠다는 정권과 기재부의 의지를 반영한 인사라고 보여진다"고 해석했다.
조원준 수석전문위원은 "보건복지부의 기재부 예속화는 더 심화될듯하다. 건강보험재정 축소와 복지정책 후퇴는 당연한 수순이 될것"이라면서 "보건의료정책과 복지정책을 이끌 주무부처의 수장으로서 합당한 전문성을 가진 인사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분석했다.
의료계를 중심으로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의사 출신 보건복지부 장관 임명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았다는 점에서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코로나19 대응이라는 큰 숙제가 남은 만큼 방역 수장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우려다.
실제 첫 번째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던 정호영 전 경북대병원장의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의 의료현장 및 행정 경험이 지명 배경으로 꼽혔다.
정계에 능통한 의료계 관계자는 "그간 하마평을 통해 전문성을 가진 인물들이 다수 언급됐지만 결국엔 안정에 무게를 크게 둔 것 같다"며 "더욱이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역할이 막중한 상황에서 의료계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운 인사로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예산에서 보건복지부에 힘을 실어줄지, 더 큰 압박을 줄 것인지 현재로선 알 수 없는 상황이지만, 오랜 공백을 깨고 후보자가 내정된 것 자체는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국정감사를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채 이뤄진 '장관 후보자 내정'에 따라, 현재까지 3번째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일정은 국정감사가 겹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실은 조 후보자에 대해 "상생의 연금개혁 추진 등을 통한 지속 가능한 사회보장제도 확립, 사회복지 및 보건의료 분야 재정지출 효율화, 건강보험제도 개편 및 필수·공공의료 강화 등 핵심 국정과제 실현을 이끌어 줄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7일 소감문을 통해 "최근 서민들의 어려움이 커지며 코로나19의 위기도 계속되는 상황에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또 "꼭 필요하지만 공급이 부족한 필수의료를 확대하고 의료취약지의 지원과 코로나19 대응에도 힘써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소중하게 지키겠다"면서 "복지와 성장의 선순환을 위한 복지투자 혁신과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국민연금의 개혁, 저출산 대응,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 등 복지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구조적인 개혁과제도 철저히 준비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끝으로 "보건복지부 업무를 수행하며 쌓은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국회는 물론, 관련 전문가, 현장의 목소리를 항상 경청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정책을 검토하고 준비하겠다"면서 "국회 인사청문회를 성실하게 준비하며, 청문회에서 보다 상세히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