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배정' 등 환자 선택권 미보장·정보 공개 등 제보 이어져
의협·약사회 "준수 약속 지켜져야…정부, 강력한 패널티 마련해야"
보건복지부 "산업협의회에 미준수 따른 조치 사항 고려 요청"
한시적으로 허용 중인 비대면 진료 제도를 활용, 플랫폼을 운영 중인 업체들이 최근 발표된 '가이드라인'을 제대로 지키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의·약단체들은 가이드라인 준수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며 강제성을 부과하기 위한 패널티 마련의 필요성을 짚고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앞서 7월 28일 비대면 한시적 진료 중개 플랫폼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 제도가 기존 취지와 다르게 오남용을 조장하거나 담합 등으로 악용되고, 적정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는 문제들이 제기되면서 정부가 최소한의 안전망을 마련한 것이다.
가이드라인 주요내용에는 환자 유인행위를 금지하고, 환자의 의료기관과 약국 선택권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규제 마련 이후 한 달이 넘은 현재, 규제는 제대로 지켜지고 있을까.
원격의료산업협의회(원산협)는 지난 9월 2일 '한시적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 가이드라인'을 준수해달라는 취지의 협조공문을 각 플랫폼사에 발송했다.
제도화를 제1의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가이드라인 준수를 통해 당위성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편으로는 미준수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는 방증으로도 볼 수 있다.
대표적인 미준수 사례는 약국 자동배정에 따른 환자 선택권 미보장, 의약품 배송비 전액 면제 행위, 약국 정보 미제공 등이다.
대표적인 한시적 비대면 진료 앱인 D앱을 사용해보면, 가이드라인 마련 이후 환자가 직접 약국을 선택할 수 있는 단계를 마련했다. 하지만 제휴 약국의 정보를 따로 제공되지 않아 환자가 일일이 여러 약국에 연락한 뒤 제휴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문제는 아직까지 참여 중인 약국이 적은 편이어서 제휴 약국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러한 불편으로 인해, 실제 온라인 앱 사용 후기 등을 검색해보면 '제휴 약국 자동 배정' 서비스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 이 경우 약국이나 약사 정보 역시 따로 제공되지 않고 있었다.
가이드라인 이전과 비교했을 때 자동 배정과 결과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즉 실질적인 선택권 보장을 위해서는 제휴 약국 명단 공개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하지만 업계 측은 '비대면 진료 제도화'가 의약계 내부적으로 찬, 반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임을 짚으며 명단 공개를 꺼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 관계자는 최근 전문기자협의회와의 면담에서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에도) 약국 자동 배정 등을 하고 있다는 제보가 이어졌다"며 "가이드라인이다보니 강제성이 크지 않지만 발표 당시 업체 측에서 적극 협조 의사를 밝힌 만큼 지키지 않는 부분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짚었다.
더불어 "닥터나우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보건복지부가 의약사 전문성 존중과 대면 원칙, 약국과 의료기관 선택권은 환자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면서 "자동 배정 부분은 3가지 원칙 중 하나인 만큼 시정을 해야 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현행 약사법에 따라 면허증 게시 등 정보 제공 의무 등 법령이 있음을 짚으며 "아직 플랫폼 형태의 서비스 제공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법령이 없어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의·약계에서는 가이드라인이 환자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만큼 반드시 지켜져야 할 부분이라는 입장과 함께 미준수에 대한 강력한 패널티를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정근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은 "의협 차원에서도 회원권익위원회를 통해 미준수 제보가 접수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정근 부회장은 "한시적 비대면 진료 플랫폼 가이드라인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말 그대로 '한시적'으로 허용한 초법적 행위에 최소한의 안전망을 마련한 것"이라면서 "가이드라인 마련 당시 업계에서 환영 입장을 보이며 준수를 약속한 만큼 지켜져야 할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의협 차원에서도 지방자치단체에 가이드라인 준수 관련 모니터링 강화를 요청하는 한편, 보건의료발전협의체 등을 통해 정부에 가이드라인 미 준수에 대한 강력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라며 "구체적으로는 규정 자체에 미준수 처벌 규정 제정을 제안할 생각이다. 최소한의 규정도 지키지 않는다면 더이상 플랫폼의 존재 이유도 없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조양연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가이드라인은 사회적 합의의 일종"이라면서 "이를 안지키는 것은 신뢰가 깨지는 것이다. 플랫폼 업계가 말하는 상생은 쉽지 않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는 부분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를 보건복지부에 전달한 상태"라면서 "가이드라인 자체가 법률적 뒷받침이 없는 부분이 있다.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진행할 경우, 법에 반영해 구속력을 가질 수 있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고 봤다.
정부 역시 미준수에 따른 조치 사항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약무정책과 관계자는 "원격의료산업협회에 구체적으로 위반되는 사례 등에 대해 이행을 준수하고 있는지 여부와 미준수 시 조치 사항에 대한 고려를 요청한 상태"라면서 "당장 바꾸기가 쉽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협조를 약속한 만큼 지켜보면서 바꿔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