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은 1심 판결이 2심에서 그대로 유지될 개연성 높아
민사사건은 판결 변경 비율 많아…적절한 주장·입증이 중요
잘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심급체계는 일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3심제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1심판결선고 후 변호사가 의뢰인으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과연 1심판결이 2심에서 바뀔 수 있느냐, 바뀐다면 얼마냐 바뀔 수 있느냐는 질문인 것 같다.
이러한 질문은 1심에서 패소한 경우 과연 2심에 항소해서 승소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일 수도 있고, 1심에서 승소한 경우에도 상대방이 2심에 항소할 경우 혹시 1심판결이 뒤집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우려섞인 질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1심에서 패소한 당사자 입장에서는 일단 비용을 들여 소송을 진행했음에도 원하지 않은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또다시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항소하는 것이 과연 현실적인 실익이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고, 1심에서 일부라도 승소한 당사자는 상대방이 항소하지 않길 바랄 수 있는데 상대방이 항소할 경우 맞대응으로 같이 항소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을 할 수 있다. 그런데 항소여부는 형사사건과 민사사건을 구분해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의료인과 관련된 형사사건(주로 업무상과실치사상, 의료법위반 등)에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1심판결이 2심에서도 그대로 유지될 개연성이 상당히 높은 것이 현실이다.
왜냐하면 1심에서 증인신문 등 대부분의 증거조사가 이뤄지고 2심에서 새로운 증거조사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2심에서 1심의 유죄여부나 양형을 변경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항소를 하더라도 1심의 판결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보면 될 것이므로, 1심에서 무죄판결 등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면 검찰에서 2심에 항소를 하더라도 1심판결이 변경될 것을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중대한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가 1심판결에 있는 경우에는 유무죄가 바뀔 수도 있고, 2심에서 피해자와 새롭게 합의를 하는 경우에는 양형에 반영이 되어 형량이 줄어들 수 있다.
그런데 의료과실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사건에서는 1심판결이 2심에서 변경되는 비율이 적지 않다.
왜냐하면 민사사건 2심에서는 1심의 감정결과에 대해서 추가적인 보안감정을 실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과정에서 의료진의 과실여부 판단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증거가 현출될 수 있고, 2심에서는 1심에서 인정한 피고의 책임비율을 조정하거나 손해배상요건 중 하나인 치료비나 위자료 금액을 다시 산정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1심에서 인정한 손해배상액이 2심에서도 그대로 인정되기보다는 과실 여부의 판단이 바뀌거나 손해배상액이 변동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1심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손해배상액이 인정된 경우 항소를 통해 다시 다투어볼 실익이 있을 수도 있다.
실제로 최근에 필자가 수행한 사건 중 1심에서는 척추수술 후 의사의 지도설명의무위반으로 재수술 후에도 상태가 악화됐다는 이유로 피고의 책임을 80%나 인정해 수 억원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피고 측에서 항소 후 실제로는 지도설명의무를 제대로 했고 재수술 전 신경손상이 없었음을 2심에서 적극적으로 주장, 입증해 원고청구 기각판결을 이끌어낸 사례가 있었다.
1심판결이 위와 같이 피고에게 극단적으로 불리했던 이유는 의료소송 전문가인 원고측 변호사와는 달리 피고 측 변호사는 의료소송에 문외한이어서 필요한 주장, 입증을 제대로 하지 못해 변론주의원칙상 원고측 주장이 대부분 받아들여졌으나 항소심에서는 1심판결에서 잘못 판단한 사실오인부분을 적극적으로 지적한 피고 측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기 때문에 잘못된 1심판결을 2심에서 바로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의료소송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1심판결이 받았다고 낙담하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변호사가 1심에서 적절한 주장, 입증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경우에는 사실심인 2심에서 얼마든지 1심판결을 뒤집을 수 있기 때문에 1심에서 패소한 경우에는 패소하게 된 이유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항소심에서 승소가능성 여부를 면밀히 검토한 후 최종적으로 항소의 실익이 있는지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