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 규제·면허제도 '전문성' 확보 필수
국제면허기구 가입…역량 강화해야
세계의사면허기구(International Association of Medical Regulatory Authorities, IAMRA)는 전문직주도 자율규제를 담당하는 의사면허기구의 국제적인 연합체이다.
의사면허를 둘러싼 의학교육 평가인증, 면허시험, 면허제도, 면허 재등록, 보수교육과 의사 역량 강화 및 유지에 관한 제반 사항을 다루는 국제적인 기구로서 2년마다 학술대회와 총회를 개최하고 있다.
회원기관은 주로 의사면허기구가 다수이고 치과, 간호사 등 의료인 규제기관들도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다.
IAMRA의 단체적 설립목적은 의학교육과 면허제도의 수준을 높이고 의료규제기구(medical regulator)간 정보교류를 활성화를 통해 전세계의 의료 규제기구(regulator)를 지원하는 것이다.
의료규제(medical regulation)는 대중과 사회의 안전, 그리고 의료인의 질관리를 목적으로 한다.
IAMRA 총회는 이사회는 물론 의료규제 관련 학술대회 역할도 하고 있다. 2016년 현재 46개국 104개 회원 기관을 갖고 있다. 2016년 IAMRA 총회는 호주 멜버른에서 개최됐고 최초로 참가자가 500명을 넘어서면서 이목을 끌었다.
2018 두바이 총회는 무려 1000명이 넘게 참가하면서 이제 의사면허관리에 관한 관심과 논의는 명실공히 국제적 규모로 자리 잡게 됐다.
대한의사협회는 2000년대 초반 세계무역기구 도하아젠다 (WTO DDA)에서 국제간 의사면허 상호인정 협상에서 IAMRA에 대한 인지를 했다. 그러나 당시 의사협회는 국제적인 자율규제와 면허제도에 대한 충분한 인식 부족으로 IAMRA에 가입할 여건이 되지 않았다. 대신에 2003년 국시원이 가입했다.
이후 2012년부터 IAMRA가 격년으로 개최하는 총회에 국시원의 위원으로 활동하는 의대 교수와 국시원 원장과 직원 등 소규모의 인원으로 참가했다. 전문직이 주도하는 의사면허기구가 없는 관계로 국시원이 가입하게 된 것이었는데 국시원은 보건의료인 면허시험 전문기구로서 IAMRA의 의사자격과 시험에 관한 부분에서 직무 관련성이 있다.
정부 조직인 복지부는 전문성이 없어 정작 면허를 발부하는 기구임에도 IAMRA의 능동적 참여나 지속 가능한 학구적 활동은 불가능한 구조로 보인다.
대한의사협회 40대 집행부는 2019년 제36차 대한의사협회 종합학술대회 기간 중 자율규제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고 당시 IAMRA 사무총장과 캐나다 온타리오주 의사면허기구의 원장과 전속 변호사가 초청 강사로 초빙됐다.
일간지와 전문지 기자들 앞에서 캐나다와 미국의 연자는 북미에서는 의료로 인한 부정적인 결과로 의사를 형사처벌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시켜 주었고 의사 전문직 주도의 자율규제가 왜 중요한지 그리고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잘 설명해 주었다.
40대 집행부는 자율규제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면허기구의 설립을 위한 추진단 구성과 활발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대한의사협회가 자율규제를 기반으로 하는 의사면허기구는 아니나 중앙윤리위원회와 면허재신고 등 관련 직무가 있어 IAMRA 가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을종(partner) 회원으로 가입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 등 국제적 사정으로 IAMRA 총회도 비대면으로 개최되고 감염병 대처와 집행부 교체로 인한 직무 연속성의 문제로 자율규제 관련 국제활동은 잠시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대한의사협회가 IAMRA에 가입하고 있는 것은 자율규제를 기반으로 의사면허기구가 설립됐을 때 전문직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정부나 다른 어떤 잠정적인 경쟁 기구보다 전문성에 대한 우월적 지위를 갖추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는 반드시 자율규제에 정통한 임직원과 의료정책연구소의 연구원 그리고 관련 분야의 교수 역량을 강화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 전문성에 대한 우월성의 확보없이는 현대적인 자율기구 설립 이후 운영 주체가 전문직이 아닌 정부나 법률 전문가에 의해 잠식당할 수 있다는 매우 실질적이고 경험적인 위험과 우려가 존재한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은 의과대학 평가인증을 위한 전문직 주도의 민간 자율기구다. 교육부가 의학교육의 평가인증을 추진하기 20여 년 전부터 일부 선각자 의과대학 교수들이 대한의사협회와 협력해 소규모 학습집단을 형성하고 인정평가위원회를 발족시키고 발전을 거듭해 교육부와 세계의학교육연합회가 인정하는 의학교육 독립 평가기구로 승격됐다.
비정부 기구로서 정부부서인 교육부에 대해 평가인증 주도권 확보가 가능했던 것은 의과대학 평가인증에 대한 직무 전문성의 우월적 지위 확보와 실제로 직무의 탁월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전문직이 주도한 평가인증 기구가 정부도 하지 못했던 부실 의과대학 폐교까지 이끌었다. 의학교육평가원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세계의학교육연합회와 공조 결과로 한의과대학의 세계의과대학명부에 등재 시도를 막았다.
한의사의 직무 범위를 초월한 의사면허 영역에 대한 침범을 효과적으로 막은 것은 자율규제에 기반한 의과대학 평가인증기구가 국제적으로 전문성과 탁월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고 이를 바탕으로 10여 년 전부터 힘든 과정을 거친 선제적 노력의 결과다. 대한의사협회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산파역을 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하는 당위성이 존재한다.
의사면허도 마찬가지다. 다른 의료 직역과의 갈등은 항상 존재할 수 있다. 대한의사협회도 전략적인 관점에서 의사면허기구의 국제적 조직에 가입해 최신 동향의 자율규제와 면허제도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타 직역의 의사면허에 대한 침범과 갈등이 존재할 때 선제적 조치도 가능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의 문화에서 의사가 자율적인 행정처분에 앞서 형사처벌로 전과자를 만들어 내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언젠가는 타개해야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40대 집행부에서 기초적 발판을 마련한 자율규제는 41대 집행부에서 이어받아 더욱 발전시키고 의사면허 관리에 관한 전문성의 역량 강화를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자율규제는 대한의사협회가 집행부의 특성에 따른 숨바꼭질 정책이 되면 안 된다. 자율규제는 대한의사협회가 채택한 KMA POLICY로 꾸준히 발전시켜야 할 사회적 책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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