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HER2 음성 위암 옵디보 급여승인에도 투여 어려울 수 있다?

인터뷰 HER2 음성 위암 옵디보 급여승인에도 투여 어려울 수 있다?

  • 최승원 기자 choisw@kma.org
  • 승인 2022.09.2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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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L1 발현율에 따른 급여 범위 제한에 아쉬움
김경미·김승태 교수 "약과 진단기 급여 일정 조율 필요"

성균관의대 김경미 교수(병리과 사진왼쪽)와 김승태 교수(혈액종양내과)가 면역항암제 옵디보의 위암 치료에 대한 지견을 밝히고 있다. 

최근 위암에서 1차 치료 옵션으로 면역항암제 옵디보가 등장했다. 약 20년만에 위암 치료분야에서 신약, 특히 면역 항암제가 등장하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는 지난 6월 옵디보-화학요법 병용요법을 HER2 음성 위암 1차 치료제로 급여기준을 설정했다. 옵디보 병용요법이 위원회를 통과하며 급여 승인에 한 발짝 더 다가갔다. 의료진과 환자는 옵디보 병용요법이 급여 승인 가능성을 높였다는 점에서 환영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동시에 우려도 나온다.

우선 옵디보의 급여 기준이 허가 기준과는 달리 PD-L1 발현율에 따라 제한됐다. 임상결과 전체 위암 환자군의 생존 기간 연장이 확인됐지만 급여 조건이 CPS5 이상인 PD-L1 발현율이 높은 경우만으로 제한될 전망이다.

PD-L1을 검사할 진단기기와 옵디보의 급여 일정이 각각 추진되면서 자칫 진단기기가 치료제보다 늦게 급여승인돼 약이 급여되고도 환자가 약을 처방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까도 우려된다. PD-L1 발현율을 진단하는 'IHC 28-8 pharmDx' 병리검사의 수가 책정과 급여 논의에 보다 속도를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성균관의대 김경미(삼성서울병원 병리과), 김승태 교수(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를 9월 13일 만나 HER2 음성 위암 치료제로 허가된 옵디보-화학요법의 의미와 바이오마커 진단 등 약제와 관련해 병리검사가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일문일답>

최근 국내 위암 치료 경향은?

김승태 성균관의대 교수(혈액종양내과)

김승태 교수: 정기적인 건강검진으로 위 내시경 검사가 활성화되면서 1~3기 조기 위암 단계에서 진단받는 환자 비율이 꾸준히 늘어났을 뿐 아니라 전체 국내 위암 발생률 역시 감소 추세다.

2019년 국내 암 발생 순위에서도 폐암(11.8%)이 부동의 1위였던 위암(11.6%) 발생률을 추월했다. 조기 진단과 함께 옵디보와 같은 새로운 치료 옵션이 등장하면서 생존율은 증가하고 있다.

국내 허가사항과 임상 데이터로는 PD-L1 발현율과 관계없이 모든 위암 환자군이 옵디보와 화학요법 병용투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급여 기준은 PD-L1 발현율이 높은 환자만으로 제한될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모든 위암 환자군과 PD-L1 발현율이 높은 환자군에 따른 치료 결과는 어떤가?

김승태 교수: HER2 음성 위암 1차 치료제로 옵디보-화학요법 병용의 임상적 유용성을 평가한 CheckMate-649 임상연구 결과에 따르면, 옵디보-화학요법 병용투여를 받은 전체 위암 환자군의 생존기간 중앙값(mOS)은 13.8개월로, 화학요법 단독군의 11.6개월보다 사망 위험을 약 21% 줄였다(HR 0.79, 95% CI: 0.71-0.88).

기존 위장관암 연구에서 면역항암제 치료 반응을 예측하는 주요 기준 중 하나인 CPS 1 이상 환자군의 경우, 옵디보-화학요법 병용이 화학요법 단독군보다 사망 위험을 26% 줄였다(HR 0.74, 95% CI: 0.66-0.84).

특히 1차 평가변수인 CPS5 이상 환자의 경우 옵디보-화학요법 병용군의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이 14.4개월로 사망 위험을 31%까지 낮췄다(HR 0.69, 95% CI: 0.60-0.79). 전체 환자군은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이 7.7개월로 화학요법 단독 6.9개월보다 질병 진행 위험을 21% 줄였다(HR 0.79, 95% CI: 0.70-0.89). CPS5 이상 환자군 역시 옵디보-화학요법 병용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이 8.1개월로 화학요법 단독(6.1개월)보다 질병 진행 위험을 30% 유의하게 낮췄다(HR 0.70, 95% CI: 0.60-0.81).

HER2 음성 위암 1차 치료의 전체생존기간을 2~3개월 연장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는 크다. 표준치료인 화학요법 단독투여로는 기대 수명이 1년에도 채 미치지 못했는데, 옵디보를 추가해 20여년 간 넘지 못했던 전체생존기간 '1년'을 돌파했을 뿐만 아니라 환자가 생존할 수 있는 확률이 PD-L1 발현율과 관계없이 약 20% 이상 증가했다는 점에서 임상적 의의가 충분하다.

진료 현장에서도 CheckMate-649 임상 결과와 동일하게 옵디보-화학요법 병용의 유효한 치료 혜택이 확인됐다. 올해 초 옵디보-화학요법 병용 치료를 받은 환자 데이터를 중간 분석한 결과, 추적기간이 짧아 중앙값에는 도달하지 못했지만 전체생존기간 값이 CheckMate-649 임상 결과와 유사하게 나타났다.

최근 들어 임상시험 단계부터 치료제와 특정 진단기기를 묶어 동반진단 시스템으로 허가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른바 동반진단 시스템이 환자에게 주는 이득이 뭔가?

김경미 교수: 암 치료 영역에서 동반진단이 처음 주목받게 된 계기는 HER2다. HER2 양성 유방암 표적 치료제인 트라스투주맙 치료 전에 동반진단 검사를 통한 HER2 발현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데 이 상황에서 동반진단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후 EGFR, ALK 등 다양한 표적치료제가 잇따라 개발되면서 바이오마커별로 치료에 적합한 환자를 선별할 수 있는 동반진단의 비중이 더욱 커졌다.

암 진단 및 치료 과정에서 동반진단 병리검사가 중요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우선 동반진단 병리검사를 통해 특정 약제의 치료 반응과 효과를 더욱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동반진단은 검사 프로세스 자체가 단계별로 표준화돼 검사자 간의 오차(inter-observer variation)와 검사기관 간 오차(inter-laboratory variation)를 줄여 치료 효과를 더욱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특정 치료제에 대해 심각한 이상반응이 발생할 수 있는 환자군도 미리 확인해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특정 치료에 적합한 환자를 선별하는 것만큼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적합하지 않은 환자를 미리 확인해 부작용 발생 위험을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 각 약제별로 치료가 적합한 환자를 선별해 불필요한 처방으로 인한 재정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이번 옵디보-화학치료 병용요법의 동반보조진단기로 'IHC 28-8 pharmDx'가 급여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안다. 다만 약과 동반진단기가 각각의 급여 절차를 밟는 프로세스로 약은 급여되고 진단기기는 급여가 늦어지는 경우가 발생할까봐 현장의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안다.

김경미 교수: 약제와 병리검사 간 검토 프로세스가 이원화돼 각각의 급여 시점이 달라질 경우 환자 치료에 차질이 일어날 수 있다. 현재 'IHC 28-8 PharmDx'로 PD-L1 발현율을 검사할 수 있지만 '동반진단'이 아닌 '동반보조진단'으로 허가돼 있어 수가가 낮아 검사가 어려운 상황이다.

IHC 28-8 PharmDx 병리검사에 투입되는 자원과 시간을 고려할 때 동반진단에 준하는 경우로 변경해야 하며 시기도 약제 급여보다 늦지 않도록 해야한다. 지난 2021년 두경부암 2차 치료제로 옵디보의 급여가 확대될 때도 뒤늦게 병리검사 수가가 조정돼 환자가 실제 치료를 받기까지 2개월 이상 지연됐던 사례도 있었다.

김승태 교수: 현재 HER2 양성 진행성 위암 환자를 치료하려면 먼저 HER2 양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이후 병리과에서 판독한 병리검사 결과를 환자가 종양내과 진료를 받는 시점에 맞춰 인계하기 때문에 바로 병리검사 결과에 맞춰 적합한 약제를 선택해 치료를 시작할 수 있다. HER2 음성 진행성 위암에서도 적기에 최선의 치료가 이뤄지도록 옵디보 급여 적용에 앞서 'IHC 28-8 Pharm Dx'가 동반진단에 준하는 경우로 변경돼 환자가 먼저 병리검사를 받고 약제 급여 적용 시점에 맞춰 바로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앞으로 동반진단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옵디보-화학치료제 병용에 따른 검사 수요를 소화할 수 있는 의료기관은 어느정도 되나?

김경미 성균관의대 교수(병리과)

김경미 교수:  위암에서 PD-L1 병리검사를 하려면 'IHC-28-8 PharmDx' 결과를 판독할 수 있는 'Link-48' 기기 세팅이 필요하다. 문제는 매년 약 3만명씩 발생하는 국내 위암 환자 수 대비 Link-48 기기가 세팅된 의료기관은 전국에 2개 외부 검사업체를 포함해 14곳에 불과하다.

병리검사 기기를 제대로 운용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수가가 합리적으로 개선된다면 Link-48 기기를 도입해 병리검사를 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지금보다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국내 위암 진단과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무엇이 달라져야 하나?

김경미 교수: 암 치료에 있어 혁신적인 신약도 중요하지만 신약을 올바르게 처방할 수 있는 병리검사의 가치도 간과되면 안된다. 수천만원, 수억원에 이르는 약제비를 잘 관리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검사와 진단을 통해 약제별로 적합한 환자를 선별해 불필요한 처방을 줄이고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과정이 전제돼야 한다.

무엇보다 약제 급여를 오랫동안 기다려 온 환자가 빠르게 치료를 시작할 수 있도록 병리검사의 수가 조정이 약제 급여보다 선행되거나 시기를 맞춰 진단과 치료 단계 간의 공백을 최소화했으면 한다.

김승태 교수: 치료 효과가 우수한 약을 제대로 사용하려면 적합한 환자를 선별해 적기에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전이성 위암 환자는 생존기간의 연장 뿐만 아니라 삶의 질과 부작용 관리도 치료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이므로 약제와 병리검사가 함께 연계돼야지만 위암 치료 환경을 한 단계 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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