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파면·해임 직원 사유, 친인척 채용 내역 등 '탈탈'
여·야 의원, 건보공단 해이 지적 잇달아...내부 노조도 '비판'
건보공단, 공식 행사 최소화 등 '몸 사리기' 들어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직원 46억원 진료비 횡령 사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가운데 여·야 국회의원들이 잇달아 건보공단 해이 문제를 지적하는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나서면서, 일주일 뒤(10월 5일)부터 시작될 국정감사에서도 홍역을 치를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서울도봉갑·보건복지위원회)은 9월 26일 보도자료에서 건강보험공단 파면·해임 직원 22명의 처분사유를 공개했다.
인재근 의원은 "2017년부터 2022년 8월까지 개인정보 무단열람·외부유출, 금품수수, 음주운전, 성범죄 등으로 파면·해임된 직원이 22명에 달했다"며 건보공단의 기강 해이가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파면·해임 사유에는 보건복지부의 감사를 무마하는 대가로 금품을 받은 사례, 직무 관련자에게 수십 차례 식사대접과 상품권·현금 등을 수수한 사례 등이 있었다. 심지어는 채무 감면과 수수료 이득을 위해 불법대부업자에게 가입자 개인정보를 유출한 사례도 있었다.
이 외에도 성추행이 6건, 성희롱 2건, 성폭력 1건 등 총 9건의 직장 내 성범죄와 음주 뺑소니 사건을 포함한 음주운전 2건, 직장동료 특수상해 등 폭행 2건, 마약류관리법 위반 1건 등이 적발됐다.
인재근 의원은 "비위행위로 파면·해임됐지만 사실상 감액 없이 퇴직금을 지급받고 있다"고 지적, 공무원연금법에 준하는 감액 기준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비례대표·보건복지위원회) 역시 9월 27일 "건보공단의 임직원 친인척 채용 인원이 최근 4년간 197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거대 야당의원에 이어 여당 의원까지 건보공단 조직 문제를 지적하는 자료를 연이어 발표한 것이다.
최연숙 의원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의 임직원 친인척 채용 인원은 2019년부터 2022년 6월까지 4년간 33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가장 많은 곳이 바로 건보공단이었던 것.
이외 ▲국민연금공단 43명 ▲대한적십자사 35명 ▲건강보험심사평가원 16명 ▲국립암센터 14명 ▲국립중앙의료원 11명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6명 ▲한국보건산업진흥원 3명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3명 ▲오송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1명 ▲한국장애인개발원 1명이 임직원 친인척 채용 사례였다.
친인척 유형별로는 ▲형제·자매·손 86명 ▲사촌 65명 ▲부모 62명 ▲배우자 55명 ▲삼촌·고모·이모 34명 ▲자녀 22명 ▲기타 6명이었다.
최연숙 의원은 "채용의 공정성은 국민들에게 민감한 문제다. 공공기관의 임직원 친인척 채용이 많다는 것은 국민 눈높이에서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친인척 채용이 유난히 많은 건보공단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가 문제가 없는지 철저하게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계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대한일반과개원의협의회는 9월 26일 '건보공단은 국민과 요양기관들에 석고대죄하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지난 10년 동안 요양급여비용 지급 내역을 전수 조사하고 재발방지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특히 해당 사건에 대해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며 "횡령이 발각된 것 역시 자체 검증 시스템에 의해서가 아니라 요양급여비용을 제대로 받지 못한 대일회 회원이 건보공단에 민원을 내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만약 이의 제기가 없었다면 아직도 횡령이 지속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모골이 송연하다"고 지적했다.
내부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은 9월 27일 성명을 내고 "타락한 개인이 조직 내에 존재하더라도, 횡령행위를 할 수 없도록 합리적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 책임은 임원들에게 있다"고 규탄했다.
해당 사건 책임의 화살이 자칫 관련 부서의 직원들에게 돌아갈 것을 우려한 입장 표명으로 해석된다.
노조는 "건보공단 경영에 모든 책임을 지고 있는, 대표성 있는 임·경영진 전체의 반성과 책임지는 행위 없이, 관련 부서나 특정한 개인들에 대한 과도한 처벌로 꼬리자르기를 하는 일을 노동조합은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노조 역시 횡령행위 용의자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했으며, 빠른 시일 안에 그 결과를 공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0월 5일 국정감사를 코 앞에 둔 시점에서 일어난 상황에 건보공단은 공식적 자리를 최소화하는 등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다.
건보공단 국민소통실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오는 9월 28일 기자들과의 저녁식사 자리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9월 26일 문자를 통해 '만찬을 취소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외·내부적인 압박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아무래도 국정감사도 앞두고 있고, 보건복지부 감사 등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 25일부터 오는 10월 7일까지 2주간을 특별감사기간으로 정하고, 건보공단에 대해 관련 부서 합동감사반을 현지에 파견했다.
국정감사를 앞둔 상황 속 이뤄지는 보건복지부 특별 감사에 외부·내부 공격이 이어지면서 건보공단의 '몸 사리기'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