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662·248의 의미?…한국 필수의료 현주소

53·662·248의 의미?…한국 필수의료 현주소

  • 박승민 기자 smpark0602@gmail.com
  • 승인 2022.10.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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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의료 전문의 고령화…"젊은의사 유인책 마련돼야"
소청과 및 산부인과 폐업률↑·고난도 수술 낮은 수가 지적
조규홍 장관 "적시에 이용하는 필수·공공의료 체계 확충" 약속

[그래픽=윤세호 기자]ⓒ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 기자]ⓒ의협신문

최근 서울아산병원에서 발생한 간호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필수의료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2022년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야 의원들은 이같은 국민적 관심도를 의식, 국정감사에서 필수의료 활성화 방안 관련 질의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필수의료과목은 생명에 직접적인 위험에 대응하는 의료분야로 통상적으로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흉부외과·비뇨의학과 등이 포함된다.

[의협신문]은 대한민국의 필수의료 현 주소를 쉽게 파악하기 위해 그동안 발표된 필수의료 현황을 숫자로 재구성했다.

53세. 필수의료과목으로 분류되는 외과와 산부인과의 평균 전문의 연령은 53세다. 흉부외과와 비뇨의학과는 52세. 소아청소년과는 50세, 내과는 48세다. 

[자료=신현영 의원실 제공]ⓒ의협신문
[자료=신현영 의원실 제공]ⓒ의협신문

필수의료과목 전문의 고령화를 단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젊은 의사를 필수의료 과목으로 유인하지 못하면 필수의료 붕괴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이어졌다.

연령대별로 전문의 수 현황을 살펴보면, 필수의료과목은 40대가 전체의 32.14%로 가장 높았다. 이어 50대가 29.46%, 60대 이상 19.28%, 30대 이하 18.58% 순으로 분포돼 있었다. 필수의료 과목 전문의 평균연령은 50.2세다. 

이는 전체 평균에서 30대 이하가 60대 이상 연령대 보다 많았다는 점에서 대조적인 결과다. 내과를 제외한 모든 필수과의 30대 이하 연령대 전문의 수는 60대 이상보다 적었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우리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특정 과에 대한 기피 현상 심화는 해당과 전문의들의 고령화로 나타나고 있다"며 "전공의 수급이 어려워 젊은 의사 충원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런 추세가 지속되면 20~30년 후에는 필수의료 붕괴가 필연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안·성', '정·재·영' 등으로 불리는 인기과에 젊은 의료인력이 쏠리는 상황이 확인된 만큼 인기과와 필수의료과의 간극을 줄이기 위한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662곳. 필수의료과목 중 하나인 소아청소년과는 2017년부터 2022년 8월 말까지 총 662곳이 폐원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132곳이 폐원한 수치다. 또다른 필수의료 중 하나인 산부인과 역시 최근 5년간 275곳, 연평균 55곳이 폐업했다. 

ⓒ의협신문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A소아청소년과 출입문 앞에 폐업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김선경 기자]ⓒ의협신문

두개 과의 지역적 편차 역시 컸다.

2022년 8월말 현재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가 하나도 없는 지방자치단체는 경상북도가 5곳(군위·청송·영양·봉화·울릉군)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강원도가 4곳(평창·화천·고성·양양군), 전라북도가 3곳(무주·장수·임실군), 전라남도 2곳(곡성·구례군), 경상남도 2곳(하동·산청군) 순이었다.

반면, 서울시 강남구는 산부인과 64곳, 소아청소년과 41곳으로 합해서 105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외 경기도 부천시 산부인과 33곳, 소아청소년과 57곳으로 합해서 90곳, 경기도 화성시 산부인과 18곳, 소아청소년과 71곳으로 합해서 89곳, 대구시 달서구 산부인과 30곳, 소아청소년과 50곳으로 합해서 80곳, 서울시 송파구 산부인과 31곳, 소아청소년과 43곳으로 합해서 74곳 순이었다.

산부인과는 없고 소아청소년과만 1곳이 있는 지자체는 강원도 횡성·정선군, 충남 태안군, 전남 영암군, 경북 고령군, 경남 의령군이었고, 산부인과 1곳만 있고 소아청소년과는 없는 지자체는 경기도 연천군, 충북 괴산군, 전남 함평·신안군이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수요 자체가 줄어들면서 공급이 흔들리고 있다. 이들 전문과목이 대표적인 필수의료 과목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대한병원협회에서 그런 의견을 제안한 상태고 정부가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다. 필수의료 종합대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폭넓은 의견수렴을 진행해, 대책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248만원. 우리나라의 뇌동맥류 결찰술(경부 Clipping·단순) 수가는 248만 9890원으로 일본의 1167만 7453만원, 호주의 537만 3664원, 미국의 484만 3970원에 크게 못 미친다.

[자료=백종헌 의원실 제공]ⓒ의협신문
[자료=백종헌 의원실 제공]ⓒ의협신문

수술 난이도에 비해 턱없이 낮게 측정된 수가로 의료 현장에서도 "보상이 전혀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문철 에스포항병원장은 "뇌혈관 개두술은 의사 한명의 노동력만 들어가는 게 아니다"며 "최소 10명의 의료인이 한 팀으로 4∼6시간 수술을 진행하는데 턱없이 낮은 수술 수가로 인해 수술할 수록 적자다"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백종헌 의원(보건복지위원회)도 "우리나라 수술 수가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비해 한참 부족하다"며 "이런 비현실적인 수가가 필수의료 쇠퇴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병원별로 숙련된 개두술 가능 의사는 평균 1.6명에 불과한 상황"이라며 "의료계에서는 그 중 50대 시니어 개두술 가능 의사가 전체의 60%를 넘는 것으로 보고 있어, 10년 후에는 개두술 가능 의사가 병원당 1명도 안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고난도 고위험 수술 수가가 인상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정부는 필수의료 기반 강화와 관련해 110대 국정 과제에도 포함하는 등 추진 의지를 보이고 있다. 조규홍 장관 역시 지난 10월 5일 취임사에서 '필수의료 확충'에 무게를 뒀다. 

조규홍 장관은 "중증, 응급 수술 등의 분야에 공공정책수가를 도입해 언제 어디서나 적시에 이용할 수 있는 필수·공공의료 체계를 확충하겠다"라며 "필수의료 분야 의료 인력 양성을 지원하고, 분만 등 의료취약지 지원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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