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 도일, 로빈 쿡...의사 추리작가 계보 잇는 박상민 

코난 도일, 로빈 쿡...의사 추리작가 계보 잇는 박상민 

  • 안준범 의협신문 명예기자(경상북도 포항시 북구 공중보건의사) andyhut@naver.com
  • 승인 2022.10.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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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하면서 우연히 읽은 '크리스마스 살인'이 작가의 길 인도
2020년 '차가운 숨결'로 한국추리문학상 신예상 수상

 

2020년 한국추리문학상을 수상한 박상민 작가의 [차가운 숨결]과 올해 발행한 [위험한 장난감]. ⓒ의협신문
2020년 한국추리문학상을 수상한 박상민 작가의 [차가운 숨결]과 올해 발행한 [위험한 장난감]. ⓒ의협신문

Q. 공중보건의사를 마친 후 올 5월부터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에서 내과 1년차로 일하고 있하고 있습니다. 전공의라 바쁠텐데 언제 짬을 내 글을 쓰나  일상이 궁금합니다
정말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어제도 당직을 서고 오늘도 근무했으니 36시간 동안 근무를 하고 왔네요. 모레도 당직이 있습니다. (웃음) 인턴 때는 내과를 생각해 본적이 없지만 공중보건의사로 거창 적십자병원에서 근무하면서 생각이 바뀌었어요. 인턴으로 근무할 때 지켜본 내과 선생님들은 너무 바빠 보여서 정신무장을 많이 하고 들어왔어요. 그런데 실제로 일해 보니 바쁘긴 하지만 생각보다 여유가 있더라고요. 교수님들도 좋으시고, 같이 일하는 동료 선생님도 좋아 내과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글은 항상 매일 쓰려고 노력합니다. 너무 피곤하면 못쓰지만 하루에 5∼6문장은 쓰려고 노력합니다. 그리고 당직 없는 주말에는 6시간 정도 소설에 시간을 쏟고 있습니다. 

Q. 미스터리 소설은 언제부터 쓰셨나요? 언제부터 작가를 꿈꿨는지도 궁금합니다.
미스터리는 추리소설의 한 장르인데 추리소설을 좋아하게 된 배경 부터 말씀드릴께요. 첫번째 수능에서 언어영역 성적이 좋지 않았어요. 평소에 국어를 좋아하지 않았기도 했구요. 그래서 재수하면서 언어영역 성적을 높이려면 책과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동네 도서관에 가서 책을 고르던 중 애거사 크리스티 소설 [크리스마스 살인]을 읽게 됐죠. 제목이 특이해서 골랐는데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애거사 크리스티 추리소설에 나오는 탐정 에르퀼 푸아로를 처음 만나게 해준 책입니다. 그 때부터 흥미를 느껴서 재수학원에서 점심시간이나 휴식할 때 틈틈이 읽었어요. 나중에는 추리소설뿐만 아니라 다른 소설장르까지 많이 읽게 됐어요.
 
추리소설에 특히 관심을 가지다 보니 한국 작가들은 어떤 추리소설을 쓸까 궁금해졌는데 마침 제가 다니던 한림의대 도서관에 '계간 미스터리'라는 잡지가 있었습니다. 잡지를 보다 나도 추리 소설을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구상한 소재들을 남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읽을까 궁금해서 예과 1학년 부터 방학 때면 소설을 썼습니다. 처음에 쓴 소설 장르는 본격 미스터리입니다. 본격 미스터리는 독자를 상대로 도전하는 추리소설의 한 장르인데 트릭과 반전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본격 미스터리부터 쓰기 시작해 본과 때 임상공부를 하면서 메디컬 미스터리로 옮겨갔습니다. 그리고 본과 3학년 때 <은폐>라는 단편이 계간 미스터리에 실리면서 마침내 작가로 데뷔하게 된 거죠.

Q. 특히 좋아하는 추리소설과 작가를 꼽는다면? 

ⓒ의협신문
박상민 작가는 수능시험 언어영역 성적이 저조하자 재수 때 성적을 높이려 애거사 크리스티의 [크리스마스의 살인]을 읽고 추리소설에 매료됐고, 이후 직접 창작활동을 하게 됐다. 그는 애거사 크리스티와 히가시노 게이노를 최애 추리소설가로 꼽았다. ⓒ의협신문

평범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추리소설에 입문하게 해준 애거사 크리스티를 좋아합니다. 애거사 크리스티 작품 80여개는 거의 다 읽었습니다. 애거사 크리스티 추리소설에 탐정으로 에르퀼 푸아로와 미스 마플이 등장하는데, 저는 에르퀼 푸아로를 더 좋아합니다. 애거사 크리스티 소설 대부분을 다 좋아하지만 [커튼]과 [ABC 살인사건]을 특히 좋아하구요. 

일본작가 중에서는 히가시노 게이고를 좋아합니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작가죠.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은 무한변주라고 생각합니다. 소재가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성이 있고 무엇보다도 가독성이 좋습니다. 그리고 가슴을 파고드는 내용도 많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쓴 추리소설 중에서도 감성이 담겨있는 작품을 좋아합니다. 예전에는 단순히 트릭과 반전만 생각했다면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들을 보면서 감성적인 부분도 생각하게 됐어요. 작품 중 딸과 어머니의 영혼이 바뀌는 <비밀>과 범죄의 희생양이 된 남녀의 슬픈 사랑이 담긴 [백야행]을 특히 좋아합니다. 

Q. 작가님 장편으로 [차가운 숨결], [위험한 장난감]이 있습니다. 책 소개 부탁드립니다. 
출간은 [차가운 숨결], [위험한 장난감] 순이지만 집필은 [위험한 장난감]이 먼저입니다. [위험한 장난감]은 제가 인턴 마칠 무렵 구상을 해서 쓰다가 공중보건의사 훈련소와 1년차 초에 집필을 완료했습니다. [차가운 숨결]은 1년차 말에 구상해서 쓰다가 2020년 초 코로나19 대구 파견 때 집중해서 끝냈어요.  코로나19 초창기에 파견 후 격리생활이 있어서 혼자서 집필할 시간이 꽤 있었습니다. [차가운 숨결]은 대학병원에서 젊은 의사와 환자가 만나서 아버지 죽음을 파헤쳐 나가는 이야기입니다. 독자들에게 다양한 감정을 일으키는 감성 메디컬 미스터리 소설이고,  위험한 장난감은 차가운 숨결과는 정반대로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가미된 메디컬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재수하면서 언어영역 성적을 높이려면 책과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동네 도서관에 가서 책을 고르던 중 애거사 크리스티 소설 [크리스마스 살인]을 읽게 됐어요. 제목이 특이해서 골랐는데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그 때부터 흥미를 느껴서 재수학원에서 점심시간이나 휴식할 때 틈틈이 읽었어요. 나중에는 추리소설뿐만 아니라 다른 소설장르까지 많이 읽게 됐어요.

Q. 두 작품 모두 주인공이 젊은 전공의 입니다. 작가님께서는 어떤 인턴이었고 어떤 레지던트가 되고 싶으신가요?
[위험한 장난감] 주인공 강석호에게 제 인턴시절을 반영한 것 같습니다. 일부 반항적인 부분이 있어서 병동과 마찰이 있기도 했습니다. 제가 인턴으로 일했던 병원은 병동보다는 인턴에게 일이 몰렸던 것 같습니다. 또 호기심이 많아서 병원 방재실이나 약제실 등 이곳저곳을 다니기도 했습니다. 제 소설에도 등장하는 병원도 제가 일했던 병원 구조를 많이 반영했습니다. 공중보건의사 생활을 하면서 평점심을 유지하는 방법을 많이 배운 것 같아요. 레지던트로 근무하면서 예전에는 화를 내거나 짜증 낼 일들을 한 번 더 배려하고 생각하게 됐어요. 저는 환자와 매일 대화하는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혼자 컴퓨터 화면만 보며 일하는 것보다 환자들과 이야기할 때가 가장 즐겁습니다. 그래서 제 소설에 나오는 인물 모두 환자와 많이 이야기하는 의사들인 것 같아요. 인턴 때는 술기를 하면서 환자들과 사소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내과 주치의가 되면서 의학적인 이야기 위주로 나누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Q. 작가님 소설에 다양한 범행도구들이 등장합니다. 이런 소재와 아이디어는 어디서 찾는지 궁금합니다. 
메디컬 미스터리에 쓸 소재는 항상 병원에서 생각하고 있습니다. 병원은 상상력이 부족한 공간입니다. 여유가 없고 당직도 많고... 하루하루가 빠듯합니다. 그래도 저는 항상 더듬이를 쫑긋 세우고 주위에 소재가 있나 항상 살피고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시술 참관도 찾아서 많이 하는 편입니다. 그렇게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소설속에 몇 문장 씩 녹아 있어요. 물론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모두 소설에 들어가는 건 아니지만, 사용될 수도 있으니 조심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웃음). 제가 인턴 때 한 실수들도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또 재미있고 충격적인 사건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을까 매일 상상하고 있습니다. 물론 제가 그런 사건을 일으키는 건 아닙니다(웃음). 병원에서는 얌전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보통 퇴근하고 침대에 누워서 상상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상상을 하면서 잠을 잡니다. 이렇게 매일 재밌는 소재를 찾고 상상하다 보면 출근도 힘들지 않습니다. 

Q. 경상남도 거창군에 있는 거창적십자병원에서 공보의로 일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거창적십자병원 생활은 어떠셨나요?
인턴의로 거창적집자병원 건강검진과 과장으로 일했습니다. 건강검진과는 다행히 당직 근무가 없어서 저녁에는 제 자유시간을 보낼 수 있었어요. 시간이 많아 상상하고 책을 집필할 시간도 많았습니다. 진료실에서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읽었고 퇴근 후에는 영화와 드라마도 많이 봤습니다. [차가운 숨결], [위험한 장난감] 모두 공중보건의사 때 집필한 도서입니다. 또한 새로운 작품 구상도 많이 해 지금은 그걸 글로 쓰는 일만 남았습니다. 공중보건의사 생활이 제 창작생활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Q.공보의로 복무를 완료했는데 현재 공보의 선생님들께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을까요?
 우선 너무 게임만 하지 말라고 조언해주고 싶습니다(웃음). 학생 때부터 하고 싶었던 일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어요. 그리고 자기 인생의 미래 이미지를 생각해보세요. 저 역시 공보의 3년동안 인생 설계도를 그린 것 같습니다. 의사로 사는 것도 좋지만 다른 분야도 관심있으면 그 분야를 깊게 파고 들어보세요. 의사로만 살면 심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공보의를 하지 않고 바로 레지던트로 근무했으면 소설 집필 의욕을 잃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여유로운 생활에서 재미있는 일을 찾길 바랍니다. 

Q.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은가요?
항상 재미가 보장되는 작가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꾸준히 신작을 발표하고 독자와 호흡하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2년에 소설 한 편은 쓰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리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독자의 기억에 오래 남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준비중인 작품에 대한 소개 부탁합니다.  
내년에 추리소설 작가들과 준비하는 추리소설 작품집(앤솔러지)도 있고 공보의 때 구상한 장편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메디컬 미스터리 외에 SF, 스릴러도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앞으로 나올 제 신작에 많이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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