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필수의료 종합대책 10월 마련 목표…"폭 넓게 의견수렴"
수가제도 개편·건보 국고지원 일몰제 폐지 논의 단초 마련
비대면 진료 제도화·의사면허 취소법...의료계 갈등도 예고
2022년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가 10월 4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을 시작으로 10월 20일 종합감사까지 약 2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올해 진행된 국정감사는 새로 취임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의 데뷔 무대라는 점과 윤석열 정부가 앞으로 추진하게 될 보건의료 정책 방향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계 안팎의 관심을 받았다.
[의협신문]은 국감에서 나온 주요 질의응답을 바탕으로, 향후 윤석열 정부 보건의료정책의 방향을 짚어봤다. 국회의 국감 지적사항과 이에 대한 정부 답변은 향후 실제 제도개선으로 이어진다.
■ 필수의료 종합대책 10월 중 마련되나?
최근 서울아산병원에서 발생한 간호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필수의료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국정감사에서도 필수의료 대책을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국회 여야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정부는 필수의료 종합대책을 마련 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국정감사에 앞서 국회에 제출한 업무 추진 계획을 통해 "국민의 생명과 건강 보호를 위해 코로나19 대응과 필수의료 확대, 의료취약지역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의료에 필수성이 있으나 사회적 시급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전문과목별 접근은 지양하고 '중증·응급'에 초점을 두며 우선순위 및 규모를 결정할 계획"이라며 "의료계 협의체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필수의료 지원 종합대책을 10월 중에 수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국정감사에서 "폭 넓은 의견 수렴을 통해 필수의료 종합대책을 만들겠다"며 "더불어 고난도 고위험 수술 수가가 인상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 공급자 단체와 '함께' 수가제도 개편 논의 기대
지난 5월 진행한 2023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수가협상)에서 공급자 단체들은 "이름만 '협상'일뿐 수가계약을 일방 '통보'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의료계의 목소리를 담아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수가 협상 구조의 불합리성에 관한 지적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은 지난 10월 13일 국민건강보험공단 국정감사에서 "현재 운영 중인 수가 협상 제도에 대한 목소리를 들어봤다"며 ▲공평한 협상 구조 필요성 ▲깜깜이 협상 구조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수가 인상률 ▲공급자 단체에만 적용되는 불공정한 패널티 등 4가지 수가 협상 운영 방안의 문제점을 언급했다.
구체적으로 "건보공단 재정운영위원회가 사실상 수가 협상을 하면서 사전에 어떤 정보도 주지 않고 공개도 하지 않고 있다. 수가 협상이 통보에 가깝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며 "최저임금이나 물가 인상률을 전혀 반영하지 않고, 수가 계약이 이뤄지지 않을 시 공급자 단체에만 패널티가 적용된다는 문제점이 제기됐다"고 짚었다.
조 의원은 10월 20일 종합감사에서도 보건복지부에 "공단재정운영위원회에 공급자 단체 6개 분야 대표들이 함께 협의에 참석해 같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그대로 반영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건보공단과 잘 협의해 보겠다", "잘 검토하도록 하고 협의에 적극 참여하겠다" 등의 원론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국회의 지적이 나온만큼 수가 제도 개편에 변화가 있을지 의료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 공공의대 신설·의사 증원 '9·4 의정협의 재확인'
보건복지부는 공공의과대학 신설과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대해 '의-당-정 협의'를 준수할 것으로 보인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에서부터 "공공의대 설립과 의사 수 증원, 지역의사제 등의 논의는 의정협의체를 통해 이뤄지도록 정부가 약속한 것이기에 그 절차대로 따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의료계는 정부의 중요한 파트너다. 약속은 큰 여건 변화가 없는 한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조규홍 장관은 국정감사장에서 야당의원들의 공공의대 신설과 의사 증원 요구에 “적극 논의하겠다. 내부에서도 논의를 하고, (9·4 의정협의 전제 조건인)코로나19 안정화 의미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보건복지부는 국정감사에 앞서 국회에 제출한 업무 추진 계획을 통해 "의대정원 증원은 지난 2020년 9월 의정합의를 토대로 한 의정 간 협의와 충분한 여론 수렴 등 사회적 공론화를 기반으로 추진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부에 '의사 증원' 논의를 압박하며 "합의문 구절에 없는 것은 추진해도 되지 않나?"고 '꼼수' 돌파구를 제안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꼼수' 조언에 "의대 신설은 의대 증원과 연동돼 있는 문제"라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 건보 국고지원 일몰제…여·야 '폐지 결의안 제안'
올해 말로 다가온 건강보험 국고지원 '일몰제' 폐지도 관심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여야 의원들은 건보공단 국정감사 자리에서 건강보험 국고지원 일몰제 폐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며 일몰제 폐지 촉구에 대한 여·야 공동 결의문 제안까지 나왔다.
건강보험재정에 대한 국가지원 근거가 올해로 종료되는 '일몰제'가 적용될 경우, 건강보험료 인상 폭탄에 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국회에서도 건강보험 재정안정화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앞서 조규홍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일몰제 폐지 등 재정 안전성을 위한 노력을 약속했다"면서 "오늘 의원들이 명확하게 건강보험 재정 국고지원 20% 법제화를 통해 국민 개인 보험료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결의안을 감사장에서 발표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강도태 건보공단 이사장은 "현재 일몰제 폐지와 관련해 5개의 법안이 계류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지속적인 지원의 구체화·명확화 방향을 위해 적극 참여하고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조규홍 장관은 "건강보험 재정 국고 지원과 관련해 재정 당국과 협의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2023년 예산안에 따르면, 건보 재정에 대한 내년 국고지원금은 10조 9702억 4700만원으로, 건보 국고지원율은 14.4% 수준인 것으로 집계된다.
■ 무과실 의료사고 100% 보상 주장에 "재정 당국 협의 필요"
무과실 의료사고 시 정부가 100% 보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정감사에서 다시 한 번 제기되면서 검토 가능성도 점쳐진다. 특히, 산부인과는 무과실 분만사고가 많아 정부의 보상 기금을 100%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현재 산부인과 의료사고 분담금 30%를 10%로 줄이는 방안을 보건복지부와 재정 당국, 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협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최근 의료분쟁 배상 상위를 살펴보면 외과, 비뇨의학과, 산부인과, 신경외과 등이며, 이 중에는 금액도 5억원에 육박하는 사안도 있다. 의사가 열심히 진료해도 결국에 의료사고 한 번 나면 그 병원은 문을 닫아야 한다"며 "무과실은 국가에서 100% 보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은수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장은 "기획재정부에서는 여전히 10%는 산부인과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재정 당국과 협의가 필요하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이외에도 산부인과 분만실에서 산모와 신생아 사망 시 배상금을 각각 1억원과 5000만원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 비대면 진료 부작용 질타에 "의료계 협의해 제도화 할 것"
한편, 보건복지부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공언하고 나서 갈등의 불씨를 심었다. 의사면허 관리 강화법안에 대해서도 "빠른 통과를 원한다"며 의료계와 대척점에 섰다.
보건복지부는 국정감사에서 여야의원들은 코로나19로 인해 한시적으로 시행 중인 비대면 진료 부작용에 관한 지적에 '비대면 진료 제도화'라는 해결책을 내놨다.
그간 의료계가 지속 우려한 부작용이 오히려 비대면 진료에 붙은 '한시적 허용'의 딱지를 뗄 명분이 돼버린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은 '의원급 의료기관 비대면 진료 현황'을 공개하면서 "비대면 진료율이 50%가 넘는 의료기관이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일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대면 진료보다는 비대면 위주로 진료하고 있었다"며 "국민의 건강을 위해 의사의 정확한 진료가 기본이다. 보건복지부는 정확한 진료를 위해 적정한 비대면 진료율을 정하는 등 과도하게 비대면 진료율이 높은 의료기관을 막기 위한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은 '비대면 진료 관련 의료법 위반 현황' 자료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한시적 비대면 진료가 허용된 2020년 2월 24일 이후 올해 5월까지 총 79건의 비대면 진료 관련 의료법 위반 건이 적발됐다"며 "이는 2018년도와 2019년도 2년간 28건과 비교해 확연하게 증가한 수치"라고 밝혔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 업체의 환자 유인 행위, 전문 의약품 광고, 무분별한 약 배달 서비스 등 현행법 위반 문제도 지적됐다.
이 같은 지적에 보건복지부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답변을 제시했다.
조규홍 장관은 "비대면 진료 제도화와 관련해서도 의료계와 협의해 제도화하겠다"고 답변했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2차관 역시 "(한시적 비대면 진료를 시행하면서) 의료계도 어느 정도 그 필요성을 인지하게 됐다"면서 "의료계와 협의해 입법화를 서두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의사면허 취소 강화 법안 "빠른 통과 원해"
보건복지부는 의사면허 취소 강화 내용을 담은 의료법 일부 개정법률안과 관련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질의에 "빨리 처리되기를 희망한다"며 "의료인 면허 결격사유 적극 확대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과 고영인 의원은 각각 국정감사 질의로 의료인 결격사유 확대에 관한 보건복지부의 입장을 질의했다.
의사면허 취소 강화법안은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금고 이상 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유예기간이 지난 후 2년이 지나지 아니한 자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고 그 유예 기간에 있는 자 등에 대해 의사 면허를 취소하고 면허 재교부를 금지하는 것 등을 주요 골자로 한다.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해 의료행위 중 업무상 과실치사에 대해서는 의료행위를 위축시킬 수 있는 우려가 있다는 판단하에 면허 취소 사유에서 예외규정을 뒀다.
더불어민주당은 지속해서 의료인 면허 결격사유 확대 법안 추진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지난 5월 보건복지위원회 전체 회의에서는 법사위에 계류 중인 의료인 면허 결격사유 확대법을 본회의로 부의하자는 움직임이 일었다.
아울러, 제21대 국회 후반기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정춘숙 의원은 보건복지위원회 운영 계획을 밝히며 "여야 간사와 협의해 법사위에 법안 의결을 요청할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성범죄나 심각한 범죄 행위에도 의사 면허를 취소하지 않는 법안이나 건강보험 재정을 위한 국민건강보험공단 특사경 법안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