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협 "투약 일관성 보장되지 못해" 지적
오유경 처장 책임론 나와…소청과의사회 "사퇴해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약사 출신 국회의원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성분명 처방 도입'에 의지를 드러내자 의료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10월 20일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코로나19 확산기에 있었던 감기약 품절 사태를 언급하며 정부에 성분명 처방 도입을 적극 제안했다.
서 의원은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아세트아미노펜 등 의약품 품절 대란이 일었고, 식약처가 이를 대체할 수 있도록 성분명 처방을 권고한 바 있다"며 "국민권익위에 접수된 10개 우수 제안 후보에 포함되기도 했을 정도로, 감염병 상황 의약품 부족사태 대비책으로 성분명 처방이 떠오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러 논란이 있지만, 이참에 제도를 도입하자"며 "특정 집단에 의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정책이 소홀히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성분명 처방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인 만큼 이에 대해 함께 대안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감염병 등 특별한 위기시기에 약품의 수급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각종 대책을 식약처와 함께 검토해보겠다"는 원론적인 답을 냈지만, 약사 면허 소지자인 오유경 식약처장은 "적극 동의한다"며 서 의원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성분명 처방은 의사가 특정 의약품의 상품명을 처방하는 대신 의약품의 성분명을 적도록 해 약사가 해당 성분과 함량을 확인한 뒤 제품을 고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동안 의료계에서 "제네릭약과 오리지널약의 차이에 따른 효과·부작용 예측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견지해왔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10월 27일 "성분명 처방의 가장 큰 문제는 투약의 일관성이 보장되지 못한다는 점"이라며 "현재는 의사에 의한 동일한 처방에 대해 같은 약을 복용하게 되지만 성분명 처방이 된다면 매 처방마다 효과, 효능이 다른 약을 처방받을 수 있다. 복제의약품과 오리지널약품 간 약효 동등성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는 예기치 못한 약화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장기간 동일한 약물로 관리돼야 하는 만성질환에서는 조제하는 약국의 사정 혹은 약사의 이해에 따라 매번 다른 약을 처방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짚었다.
대개협은 "의약분업제도가 시행된 지도 20년이 넘었다. 제도 역시 시대가 변함에 따라 변화해야 한다"며 "약사 없이도 약을 조제하는 시대에 20년 전의 의약분업제도는 유명무실하다. 약제비 절감과 환자 편익을 고려하면 성분명 처방 따위의 철 지난 주장 대신 강제분업(강제조제위임)이 아닌 국민이 선택하는 국민선택분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시대적 요구이자 환자를 위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오유경 처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국정감사장에서 서영석 의원과 오유경 처장의 대화를 지적하며 "오유경 처장은 국민 건강을 대변하는 국민을 위한 공무원이 아니라 오직 약사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일 뿐이라는 게 백일하에 드러났다. 주성분이 같다고 다 같은 약이 아니며, 약사가 멋대로 조제해놓고 문제가 생겼을 때 약사가 책임지는 것도 아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오유경 처장은 국무총리 직속으로 차관 직위에 해당하는 막중한 자리에 앉아 약과 식품에 대한 업무를 하기엔 너무 능력과 자질이 부족하다"며 "오유경 처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