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환자 위해 실수 드러내다…의료인 소망 꾸러미 '환자안전센터'

인터뷰 환자 위해 실수 드러내다…의료인 소망 꾸러미 '환자안전센터'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2.11.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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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홍모 센터장 "내 환자의 안전 바라는 건 모든 의료인의 마음"
의협 포함한 지역환자안전센터 투입 "독수리 5형제 얻은 기분"

구홍모 중앙환자안전센터장 [사진=홍완기 기자] ⓒ의협신문
구홍모 중앙환자안전센터장 [사진=홍완기 기자] ⓒ의협신문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한 번 일어난 사고는 또다시 일어날 수 있다…같은 실수가 일어나지 않도록 보호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의사들의 양심을 모으는 곳. 바로 환자안전센터다."

구홍모 중앙환자안전센터장은 '환자안전센터' 소개 요청에 거침없이 이렇게 답했다.

환자안전법은 2015년 1월 28일 제정, 2016년 7월 29일부터 시행해 왔다. 주요 내용은 환자 안전사고를 보고하도록 하는 것. 정부는 보고된 사고들을 분석해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을 제안하고, 의료기관은 각자의 상황에 맞게 시스템을 보완하도록 한다.

환자안전법은 2021년 1월 30일 의무보고제도를 도입하면서 더욱 강력해졌다. 의무보고는 200병상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과 종합병원의 경우 100병상 이상 의료기관에 적용됐다.

문제는 환자안전사고는 의료기관의 규모와 관계없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의무'가 없는 일정 규모 이하의 의료기관은 법적으로 안전사고에 대한 보고 의무가 없다. 페널티도 인센티브도 없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과연 의료인은 '굳이' 본인의 실수를 자율적으로 드러낼까?

구홍보 센터장에 따르면, 답은 "그렇다"다. 의료인들은 강제성이 없음에도, 물질적 인센티브가 없음에도 환자안전사고 보고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었다.

구홍모 센터장은 "환자안전 보고 건수는 법 시행 이후 꾸준히 증가추세를 이어오고 있다"며 "보고율의 증가는 결코 사고가 잦아졌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의료인 사이에서 환자안전을 보고하는 문화가 정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당히 긍정적인 시그널"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 통계에서 중증도 이상 환자안전사고 보고율의 증가를 특이점으로 짚었다. 보고율은 2020년도 7.9%에서 2021년도 14.9%로 거의 두 배가 증가했다.

구홍모 센터장은 "환자안전사고 보고는 개인식별정보를 제외하고 이뤄진다. 철저한 '익명성'으로, 의료인이 보복이나 페널티에 대한 두려움 없이 보고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마련한다"며 "반대로 이러한 익명성 탓에, 센터에서는 보고자에 대한 별도의 인센티브 역시 부여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환자가 안전하길 바라는 것은 환자와 보호자뿐 아니라 모든 의료인의 소망"이라며 "보고를 통해 재발방지를 위한 예방조치가 취해지는 것, 그리고 안전경보 등을 통해 좀 더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는 것 자체가 의료인들에겐 무엇보다 값진 인센티브라고 생각한다. 보고하고 있는 의료인들 모두 같은 마음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의협 포함한 지역환자안전센터 투입 "독수리 5형제 얻은 기분"

구홍모 중앙환자안전센터장 [사진=홍완기 기자] ⓒ의협신문
구홍모 중앙환자안전센터장 [사진=홍완기 기자] ⓒ의협신문

환자안전관리체계를 제대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컨트롤타워가 필수적이다.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중앙환자안전센터로 지정돼 중심 역할을 수행 중이다.

하지만 전국의 모든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환자안전사고 보고를 취합·분석하는 일을 하나의 기관에서 운영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구홍모 센터장은 "일정규모 이상의 병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환자안전 전담인력이 배치돼 있는 등 관리가 비교적 용이 하다"면서 "문제는 전국의 의원급, 약국 등의 사각지대였다. 중앙환자안전센터는 지역에 거점을 두고 연계를 통해 전체적인 컨트롤이 가능하다고 판단, 지역환자안전센터를 만들게 됐다"고 전했다.

제1기 지역환자센터에는 대한의사협회, 대한간호협회, 대한약사회 단체 3곳과 강원대학교병원, 삼성서울병원 2곳의 기관을 지정했다.

보통 정부에서 지정하는 지역거점의 경우, 의료기관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익단체가 대거 참여하는 형태가 됐다.

중앙환자안전센터 [사진=홍완기 기자] ⓒ의협신문
중앙환자안전센터 [사진=홍완기 기자] ⓒ의협신문

구홍모 센터장은 "지역별로 운영하려면 최소 17개 이상의 지역센터가 마련돼야 한다. 국가적 사업은 예산이 없으면 수행하기가 어렵다. 한 번에 17개의 센터를 마련하는 데에는 재정적인 부담이 있었다"면서 "또 다른 이유는 '회원 접근성'이었다. 지역거점병원이라도 다른 의료기관에 실수를 알린다는 것 자체가 꺼림직할 수 있다. 회원이 속한 단체에 일임할 경우 더 진솔되고, 사실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의의를 설명했다.

지역환자안전센터의 수행 기간은 3년이다. 의협은 지난 2021년 7월에 지정, 오는 2023년 7월까지 센터 역할을 유지하게 된다.

구홍모 센터장은 "지정 센터는 매년 사업계획서 및 결과보고서를 제출해 성과를 관리받게 된다. 3년 차에 최종 평가를 통해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며 "나태하거나 해태 등 역할을 못한다고 판단되면 어렵겠지만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연속선상에서 지정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환자안전을 위해 중앙환자안전센터가 홀로 있었다면, 이제는 독수리 5형제, 5명의 동료가 생긴 느낌"이라며 "각 지역환자센터의 홍보 덕분에 보고 건수 역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식구가 늘어난 만큼 환자안전이 더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큰 감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더 탄탄해진 시스템을 갖춘 환자안전센터. 이제 남은 것은 더 많은 참여다.

구홍모 센터장은 "환자안전법이 만들어지게 된 '종현이 사건'이 발생한 지 12년이 흘렀다. 당시 종현이 나이가 8세였다. 사건이 없었다면 작년 수능을 치르고 대학생이 됐을 나이"라며 "분명히 이런 사고가 이전에도 있었을 거라고 본다. 사고가 감춰지거나 원인이 숨겨지지 않았다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라는 생각"이라며 안타까워 했다.

끝으로 "나도 의사이기 때문에 잘 안다. 실수를 보고한다는 것에 대한 걱정거리가 있을 수 있다. 두려움도 있을 거다. 하지만 환자안전법은 의료사고에 대한 의료인의 책임을 묻거나 배상을 시키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라면서 "같은 사고가 나오지 않으려면 어떤 시스템이 필요한지, 개인별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재발방지 대책을 만드는 것이 중점이라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한다"며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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