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고발
국민의힘 "코로나 대응·의혹 해명 노력 인정해줘야" 반대
백경란 청장 "최대한 제출했다" vs 민주당 "안했다" 대립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이해충돌 의혹이 제기된 주식거래 내역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로부터 고발당했다. 보건복지위원회 의결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백경란 청장 고발에 반대하는 뜻을 표명하며 회의장을 퇴장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11월 7일 전체회의를 열고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이하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을 고발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정춘숙 보건복지위원장은 "국회증언감정법 제12조, 14조 등에 따라 상당한 이유 없이 서류 제출 요구에 응하지 않은 이유로 백경란 증인을 검찰에 고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앞서 10월 21일 진행된 종합국정감사 말미에 정춘숙 위원장은 "위원장과 간사위원 간 협의로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질병관리청에 대해 서류 제출을 요구하기로 했다"며 "제출 기한인 10월 28일 오후 6시가 지날 때까지 요구한 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질병관리청장을 고발하고자 한다"고 안내한 바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백경란 청장이 주식 거래 내역과 관련해 의원들을 찾아가 해명하고 자료를 최대한 제출하려고 했다는 점과, 코로나19 상황에서 질병청장이 많은 노력이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백경란 청장이 나름대로 위원들을 찾아가 의혹을 해명하고 자료를 내는 등의 노력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며 "백경란 청장에게 다시한번 얘기해서 자료제출에 대한 확답을 받는 것이 어떨까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가 재유행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그동안 백경란 청장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많은 애를 썼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은 고발이 불가피하다는 태도를 견지했다.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은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면서도 "지난 국정감사 동안 모든 의원이 질병청장의 떳떳함을 함께 만들기 위해 자료를 요구하고 요청했다. 서류 제출은 끝내 거부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증언감정법 제12조, 14조에 의거해 고발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이번을 계기로 정부 내에 있는 모든 공직자가 자신을 돌아보고 다시 한 번 공적인 자리의 책임감과 감수성을 갖고 국민에게 다가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여야측 뜻을 들은 정춘숙 위원장이 "백경란 청장의 검찰 고발을 그대로 진행하고자 한다"는 뜻을 밝히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그대로 회의장을 퇴장했다.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르면 '국회로부터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증언의 요구를 받거나, 국가기관이 서류 제출을 요구받았을 때 증언할 사실이나 제출할 서류의 내용이 직무상 비밀에 속한다는 이유로 증언이나 서류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제12조(불출석 등의 죄)에는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아니한 증인 ▲고의로 출석요구서의 수령을 회피한 증인 ▲보고 또는 서류 제출 요구를 거절한 자 ▲선서 또는 증언이나 감정을 거부한 증인이나 감정인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제14조(위증 등의 죄)에는 '이 법에 따라 선서한 증인 또는 감정인이 허위의 진술(서면답변을 포함한다)이나 감정을 했을 때에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다만, 범죄가 발각되기 전에 자백했을 때에는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백경란 청장을 고발함에 따라 검사는 고발장이 접수된 날로부터 2월 내에 수사를 종결해야 하며, 검찰총장은 지체없이 그 처분결과를 국회에 서면으로 보고해야 한다.
한편, 백경란 청장은 의혹이 제기된 주식 거래 내역은 충분히 국회에 제출했다는 태도를 보였다.
백경란 청장은 7일 전체회의에서 "보건복지위 위원들이 요구한 자료는 최선을 다해서 제출했다"라며 "청장 업무하고 무관한 사생활에 대한 부분이고, 바이오 종목 거래 수익률 관련해서 질병청과 무관함에도 요구한 자료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백경란 청장의 발언에 대해 야당 의원들은 제대로 된 자료 제출을 받지 못했다고 분명히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백경란 청장이 무슨 자료를 제출했나. 그건 위증이다"고 지적하며 "본인 기준에서 자료를 제출할 게 아니라 위원들이 요구하는 자료를 줘야 한다"고 비판했다.
제출 기한이었던 지난 10월 28일 오후 6시 국회 보건복지위 야당 관계자는 [의협신문]과의 통화에서 "백경란 청장이 자료를 별도로 제출한 내역은 없다"며 "그러나 (백경란 청장이)의원실을 다니며 설명하고 있는 걸로 들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