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급 중심·의료취약계층 및 의료취약지 한정 원칙 확인
12월 이후 일일 20만명 확진 예상…"먹는 치료제 적극 처방 권고"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이 의사들에게 향후 정책 추진 방향을 직접 설명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임인택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과 임숙영 질병관리청 감염병위기대응국장은 11월 13일 제39차 대한의사협회 종합학술대회에 참석, '국가보건의료정책 현황'와 '코로나19 대응 및 신종감염병 대비 방역체계 고도화'를 주제로 각각 강연을 진행했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한시적으로 허용 중인 비대면 진료에 대한 제도화 추진을 다시 공언했다. 다만, 대면진료의 보완수단으로, 일차의료를 중심으로 한다는 원칙을 지키겠다고 분명히 했다.
질병관리청의 경우, 향후 겨울철 재유행을 예고하면서, 의료인들이 코로나19 백신 독려와 치료제 처방을 더 적극적으로 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보건복지부 "비대면 진료 제도화 추진, 의·정 협의는 지킬 것"
임인택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그간의 보건의료정책 성과와 정책 이슈를 짚고, 새정부 보건의료정책 방향을 설명하면서 '비대면 진료 제도화 추진'을 두 차례 언급했다. 20여 분의 짧은 강연에서 두 차례나 언급할 정도로 비대면 진료 제도화에 무게를 뒀다.
코로나19 전까지 '대면진료'는 흔들림 없는 원칙이었다. 현행 의료법 제33조 제1항에 따라 의사-환자간 정보통신기술을 통한 원격 진단·처방은 엄격히 제한됐다. 비대면 진료는 원격협진 시범사업 형태로 도서산간, 군 격오지, 교정시설 등 극히 제한적인 형태로 진행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상황은 급변했다. 우리나라는 감염병 확산 최소화를 위해 2020년 2월 24일부터 한시적으로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다.
한시적 비대면 진료 허용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 근거를 마련했다. 제49조 3에서는 감염병 관련 심각 단계 이상 위기경보 발령 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범위에서 비대면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임인택 실장은 "2022년 10월 말 기준으로 약 3400만건의 비대면 진료가 실시됐다"며 "이를 통해 코로나19에 확진자된 상황에서도 편리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고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최근에는 '비대면 진료 플랫폼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가이드라인은 무분별한 플랫폼 확장을 막고자 한다는 것이 표면적 목표였다. 하지만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 진료의 제도화를 위한 첫 걸음이라는 평가가 더 우세했다.
임인택 실장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한도 내에서 비대면 진료가 시행될 수 있도록 했다"며 "의무·준수사항을 마련, 업계에 홍보하고, 준수사항을 잘 지킬 수 있도록 계도 중"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새 정부 보건의료정책에서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주요 추진 사항으로 꼽아 주목받았다. 제목은 '일차의료 중심 비대면 진료 제도화 추진'. 비대면 진료에 따른, 쏠림 현상 우려 등을 고려, 의료전달체계에 부합하는 방향으로의 추진을 약속했다.
임인택 실장은 "재외국민 비대면진료 서비스 등 규제특례 및 원격협진 시범사업 등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하며 "ICT 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계획은 의원급을 중심으로 한다는 것이 골자. 대상 역시 의료취약계층 및 의료취약지로 한정했다. 또 대면진료를 보완하는 개념이라는 원칙 역시 확인했다. 해당 안건이 2020 의·정 협의 사안이라는 점도 다시 언급했다.
임인택 실장은 "의·정협의를 존중하고, 이러한 존중을 바탕으로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추진해 나가려고 한다"며 "의료취약지 등 의료사각지대를 해소하고, 환자를 상시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의료계와 충분히 논의하겠다"고 전했다.
이 달 발표를 앞두고 있는 '필수의료강화 대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현재 정부는 의료계가 참여 중인 필수의료민간협의체를 구성, 지속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
임인택 실장은 "많은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 전공의 필수의료 지원율 하락 문제를 크게 보고 있다. 지역간 전공의 수련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조정하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수도권 쏠림 등 지역의료 격차 문제는 조만간 검토를 통해 발전시켜 나갈 생각"이라고 전했다.
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한 대한 개선 의지도 전했다. 최근 지적된 '극과다 의료이용 문제' 를 포함해 재정 안정화를 위한 종합적 개선을 예고한 것이다.
예시로는 뇌·뇌혈관 MRI와 하복부·비뇨기 초음파 재정지출을 들었다. 뇌·뇌혈관 MRI는 연 2053억원이 목표였지만 2021년 2529억원으로, 집행률 123.2%를 달성했다. 하복부 비뇨기 초음파 재정지출은 목표였던 연 499억원 대비 685억원으로, 집행률 137.2%를 기록했다.
극과다 의료이용 환자로 분류되는 500일 이상 외래 의료이용자 역시 2017년 469명에서 2021년 528명으로 12.6%가 증가했다.
임인택 실장은 "비급여를 급여화 하는 과정에서 환자부담이 낮아진 긍정적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급증한 일부 항목 이용량, 그리고 극과다 의료이용 사례 증가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며 "국민들이 의료혜택을 받는 부분을 충분히 제공해야 한다는 기본 기조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관리상 문제나 재정 누수 문제를 점검해 의료계와 협의를 거쳐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고질적 '저수가' 문제에 대한 입장도 전했다.
임인택 실장은 "국가마다 의료체계가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 급여와 비급여가 함께 운영 중이고, 이중 비급여 비중이 높다. 저수가 문제는 전체적 의료체계와 보상 부분을 보면서 논의해야한다는 생각"이라면서 "다만 고위험 수술이나 고난도 치료 등에 대해선 의료 원가 수준, 의료 가치가 제대로 반영될 수 잇는 수가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 충분한 보상이 될 수 있도록 필수의료대책에서도 논의 중인 부분이 있다"고 전했다.
■ 12월∼내년 3월 일일 20만명 확진 예상…의사에 "치료제 적극 처방 권고"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겨울 대유행을 전망했다. 최대 20만명 일일 확진자 규모를 예상했는데, 중증화율 최소화를 위해 의료인들에게 '치료제 적극 처방'을 권고했다.
임숙영 질병관리청 감염병위기대응국장은 "8월 유행과 유사한 수준으로, 12월∼3월 사이 정점 도달 가능성을 두고 있다"며 "변이 유입과 백신 효과 시나리오 등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최대 일일 확진자를 5만명에서 20만명까지 폭넓게 예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질병청은 인구 이동량과 접촉 증가, 계절적 요인으로 인한 실내 활동량 증가, 백신 효과 감소로 인한 면역 감소 등을 재유행 주요 원인으로 추정했다.
다만 일률적 거리두기는 추가하지 않을 계획으로, 현재 방역 의료역량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대응을 진행할 예정이다. 완전한 일상으로의 회복을 염두에 둔 조치다.
임숙영 국장은 "겨울철 유행 안정화 이후에는 완전한 일상으로의 회복을 위해 단계적으로 방역 조치를 완화할 예정이다. 엔데믹 수준의 관리를 위한 중장기 전략 마련 및 대응 역량을 확충해 나갈 예정"이라면서 "재유행이 끝난 이후 일반 병·의원 중심의 진단·검사 방향으로 관리해 나갈 예정이다. 보건소에서의 진단·검사는 단계적으로 축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있는 방역 완화 조치에 대해서는 "확진자 격리의무 7일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는 재유행 안정화까지 유지할 생각"이라면서 "모니터링 및 전문가 논의를 거쳐 단계적 해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동절기 추가접종에 대한 안내와 함께 먹는 치료제에 대한 적극 투약도 권고했다.
방역당국은 오미크론 변이 대응 신규 2가 백신 3종을 중심으로 접종을 시행 중이다. 먹는 치료제의 경우, 2023년도 1분기 도입 예정이었던 물량 20만 도즈를 조기 도입하기도 했다.
좌장으로 참석한 정기석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은 "독감예방주사의 경우, 65세 이상 접종률이 75% 이상이다. 반면, 코로나19 예방접종은 7%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코로나19는 여전히 높은 치명률을 보이고 있다. 매일 30∼50명이 사망하고 있다. 의료진의 적극 권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코로나19 먹는 치료제에 대해서도 "대상환자 중 30%만 처방이 되고 있다. 재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얘기"라고 분석했다.
정기석 위원장은 "팍스로비드의 경우, 금기 약물이 많아 처방을 잘 안 하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 팍스로비드의 중증화 예방률은 43%, 라게브리오는 40%에 달한다. 큰 차이가 없다. 스타틴 등 병용 금기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라게브리오를 과감하게 처방할 것을 권고한다. 그래야 환자가 한 분이라도 덜 돌아가신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며 적극 처방을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