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D 결핍' 기준 너무 높다…국민 80∼90% '결핍'·'부족'

'비타민D 결핍' 기준 너무 높다…국민 80∼90% '결핍'·'부족'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2.11.22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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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권장섭취량' 잘못 적용…'평균필요량' 기준 더 적절" 주장
비타민 D 선별검사·무증상 성인 뇌MRI 등 "권고하지 않는다"
'한국질병예방서비스특별위' 구성 질병예방서비스 권고문 개발

비타민D 결핍 기준이 과도하게 높게 설정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루 권장섭취량에 상응하는 혈중 농도를 기준점으로 삼다 보니 비타민D 결핍 환자를 양산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이렇다보니 실제로 최근 10여년 동안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비타민D 선별검사가 급증했고, 비타민D 결핍·부족 환자가 대유행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잘못된 기준이 빚어낸 결과라는 판단이다. 

이와 함께 증상이 없는 노인에서의 치매 검진, 무증상 성인에 대한 뇌검진 MRI, 무증상 저위험군 성인의 관상동맥 CT 등도 권고하지 않는 건강검진으로 제시됐다. 또 증상이 없거나 질병이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매년 시행하는 건강검진 역시 학술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질병예방 및 건강 증진에 대한 근거 기반 권고안 개발을 위해 미국질병예방서비스특별위원회(USPSTF)와 같은 (가칭)한국질병예방서비스특별위원회(KPSTF) 설립도 제안됐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11월 21일 서울대암연구소에서 '과잉 건강검진 이대로 좋은가'(2차)를 주제로 제22회 보건의료포럼을 열었다. 1차 포럼에서 ▲저위험군에서 폐암 검진 ▲갑상선암 검진 ▲췌장암 검진 ▲PET CT를 이용한 암 검진 ▲기대여명 10년 미만 고령에서의 암 검진 등을 다룬 데 이어 2차 포럼에서는 암 이외 질병에 대한 과잉 건강검진을 톺아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박병주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부원장이 은 11월 21일 서울대암연구소에서 열린 '과잉 건강검진 이대로 좋은가'(2차) 주제 제22회 <span class='searchWord'>보건의료포럼</span>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박병주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부원장이 11월 21일 서울대암연구소에서 열린 '과잉 건강검진 이대로 좋은가'(2차) 주제 제22회 보건의료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박병주 대한민국의학한림원 부원장은 "건강검진은 조기 발병으로 사망률을 줄이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질병이 없는 사람을 질병이 있다고 하는 위양성 판정과 질병이 있는데도 없다고 판정하는 위음성 판정 등과 같은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이런 원치 않는 건강검진 결과들은 과잉 진단과 과잉 치료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포럼에서는 암 이외의 질병들에 대한 건강검진 사업의 실태와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건강검진 권고문을 발표한다. 특히 미국질병예방서비스특별위원회(USPSTF)와 같은 (가칭)한국질병예방서비스특별위원회(KPSTF) 발족을 제안하는 내용을 다루는 매우 의미 있는 자리다. KPSTF가 인력·조직·예산을 확보해 앞으로 한국인을 대상으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증상예방서비스 결과물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가정의학과 전문의)는 '비타민D 결핍 선별검사'의 문제점을 짚었다. 

비타민D 결핍 기준을 하루 권장섭취량에 상응하는 혈중 농도에 맞추다보니 과도하게 설정됐다는 지적이다. 

권장섭취량의 개념은 미국에서 시작됐다. 미국의학한림원은 1943년 세계적으로 인구의 영양결핍이 심각한 상황에서 주요 영양소에 대한 권장섭취량을 제시했으며, 1974년 권장섭취량 8판에서 '실제적으로 거의 모든 건강한 사람의 영양 필요량을 만족시키는 수준의 섭취량'으로 정의했다. 

이후 미국의학한림원은 1997년 권장섭취량 개념을 확장해 평균필요량과 권장섭취량으로 나눴다. 평균필요량은 '과학적 문헌 리뷰에 근거해 특정 나이그룹의 50% 정도가 필요로 하는 요구량'이며, 권장섭취량은 '각 나이대와 성별에서 건강한 사람들의 대부분인 97.5%가 만족하는 양'이다. 평균필요량은 한 집단의 가장 많은 사람들에 대한 필요량이고, 권장섭취량은 정규 분포에서 가장 극단에 위치한 상위 필요량을 반영한다는 의미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명승권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현재 성인의 비타민D 적정 섭취량(하루 권장섭취량)은 ▲한국 400 IU ▲영국 400 IU ▲미국 600 IU 등으로 권고하고 있으며, 적정 혈중 농도는 ▲국내 병의원·미국 내분비학회 30ng/ml ▲미국의학한림원 20ng/ml 등으로 제시돼 있다.

비타민D 혈중 농도 기준을 20ng/ml로 할 경우 국내 남성 75.2%, 여성 82.5%가 비타민D 결핍이며, 30ng/ml일 경우는 남성 83%, 여성 88%가 비타민D 결핍이다.

실제로 국내 비타민D 결핍 환자는 2017년 8만 6285명에서 2021년 24만 7077명으로 급증했으며, 전체 영양결핍 환자 중 73.7%를 차지했다(2022년 4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명승권 교수는 "미국의학한림원 제시한 한 집단의 영양소 섭취량 목표는 권장섭취량이 아니라 평균필요량"이라며 "대부분의 연구문헌이 특정 영양소의 부족 혹은 결핍을 정의할 때 권장섭취량을 기준으로 사용했다. 이 때문에 영양소를 충족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을 결핍 상태로 잘못 분류했고, 세계적으로 비타민D 결핍의 대유행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연구결과 비타민D 결핍 진단으로 비타민D 보충제를 경구로 처방받거나, 고용량 비타민D를 경구 혹은 주사 처방을 받을 경우 오히려 골절과 낙상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승권 교수는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비타민D 선별검사를 시행하고, 비타민D를 경구나 주사로 처방하는 것은 임상적 근거가 불충분하기 때문에 권장하지 않는다"라며 "80여년 전 만들어진 권장섭취량의 개념은 건강한 사람들의 섭취량 분포에서 상위 2.5%에 해당하는 섭취량을 기준으로 임상적·역학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작위적으로 만들어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과학적인 영양섭취기준 마련을 위해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주관 아래 의학·역학·영양학·보건학 등이 포함된 다학제위원회 구성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정우경 성균관의대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정우경 성균관의대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정우경 성균관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는 권고하지 않는 건강검진으로 증상이 없는 노인에서의 치매 검진, 무증상 성인에 대한 뇌검진 MRI, 무증상 저위험군 성인의 관상동맥 CT 등을 살폈다.

먼저 증상이 없는 노인에 대한 치매 검진은 양성예측도 차이가 심하다고 지적했다. 

85세 이상 등 치매유병률이 높은 경우 양성예측도는 50% 이상이지만, 65∼74세 불특정 대상에 대한 양성예측도는 20%로 떨어진다. 또 같은 진단도구를 활용한 경도인지장애의 민감도 및 특이도 역시 낮다. 치매 신별검사를 통한 이득과 위해의 직접적인 증거가 부족하고, 치매환자에서의 장기적 약물치료 효과도 불확실하며, 아세틸콜린에스터라제 길항제로 인한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정우경 교수는 "캠페인이나 홍보를 통해 증상이 의심되는 잠재적 환자를 주위에서 빨리 발견해 조기진단을 권유하는 것이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방법"이라며 "치매 선별검사보다 치매 진단과 인지치료, 정상 생활을 위한 돌봄, 지원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증상 성인에 대한 뇌 MRI도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우경 교수는 "일반인 대상 뇌병변 발견을 위한 MRI검진은 정당화되지 않는다"라며 "유병률(뇌종양-0.7%, 뇌동맥류-0.35%)이 너무 낮고, 위양성률이 너무 높으며, 뇌동맥류의 조기치료를 위한 발견 이득의 증거도 불충분한데다 고비용이다. 게다가 불필요한 추가검사 및 추적검사로 인한 위해가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무증상 저위험군에 대한 관상동맥 CT 역시 권고하지 않았다. 미국영상의학과의사협회에서도 '무증상 저위험군에서의 관상동맥 CT는 일반적으로 적절치 않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정우경 교수는 "무증상 저위험군 대상 관상동맥 CT는 유병률이 낮고 임상적 이득보다 방사선 피폭에 따른 위해를 더 중요시 해야 하기 때문에 선별검사로 활용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재호 가톨릭의대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이재호 가톨릭의대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이재호 가톨릭의대 교수(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는 매년 시행하는 건강검진의 효과에 대해 학술적인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일차의료 의사를 주치의로 정하고 신뢰관계를 유지하는 가운데 개인의 위험도에 따라 선별검사를 포함한 필요한 예방서비스를 받는 게 더 적절하다는 판단이다.

이재호 교수는 "건강검진이 일상적 진료에 비해 질병 이환율과 사망률을 더 감소시키는지에 관한 메타분석에 따르면, 건강검진은 총 사망률 또는 암 사망률에 거의 또는 전혀 효과를 미치지 못했다. 심혈관 사망률, 허혈성 심질환, 뇌졸중 등에 대한 효과도 없을 가능성이 크게 나타났다"라며 "건강검진은 그 효과에 관해 학술적으로 지지할 근거가 결여돼 있다. 아무런 증상이나 질병이 없는 사람이 일상적으로 해마다 건강검진을 받는 것을 권하지 않는다"고 권고했다. 

박수경 서울의대 교수(예방의학)는 (가칭)한국질병예방특별위원회(KPSTF)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박수경 교수는 "한국에서 일차의료의 역할은 모호하며, 예방 및 건강증진 서비스는 근거에 기반을 두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라며 "근거에 기반을 둔 예방 및 건강증진 서비스 권고문의 개발과 보급을 위해 미국 USPSTF에 상응하는 기구인 한국질병예방서비스특별위원회(KPSTF) 발족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박수경 서울의대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박수경 서울의대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미국질병예방서비스특별위원회(US Preventive Services Task Force·USPSTF)는 16명으로 구성된 예방과 근거 기반 의학 전문가들의 독립적이고 자발적인 기구로서 1984년에 창립됐다. 

USPSTF는 선별검사, 상담, 예방적 약물 등과 같은 임상예방서비스에 관해 근거에 기반을 둔 권고문을 생성해 국민 건강을 향상시키는 데 목적을 둔다. 위원회는 내과, 가정의학, 소아과, 행동보건, 산부인과, 간호학 등을 포함한 예방의학과 일차의료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한다.  

미국의 보건의료연구품진관리청(Agency for Healthcare Research and Quality·AHRQ)은 지난 1998년 미국 의회로부터 권한을 부여 받아 특별위원회를 소집하고 USPSTF의 권고문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박수경 교수는 "KPSTF는 한국 상황에 맞는 예방서비스 개발과 검토를 통해 한국형 예방서비스 권고문을 개발하고, 해외 예방서비스 현황 및 권고사항에 대해 한국전문가위원회를 거쳐 '승인', '불승인'을 판단한다"라며 "권고문 배포와 추후 의견 수렴을 주관하며, 권고된 예방서비스의 정기적 효과 평가를 통해 퇴출과 유지를 결정해야 한다. 또 권고 수준 D 등급(해당 예방서비스 시행하지 않음)·I 등급(해당 예방서비스 근거 부족) 질병 예방 서비스에 대한 근거 마련을 위한 연구사업을 진행해야 한다"고 활동 영역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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