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의료전달체계 이슈에서 좀 더 고려돼야 할 문제들

특집 의료전달체계 이슈에서 좀 더 고려돼야 할 문제들

  • 옥민수 울산의대 교수(울산대병원 예방의학과)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12.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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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민수 울산의대 교수(울산대병원 예방의학과)

[특집] 의료전달체계의 현황과 외국의 경험(2)

올해는 새정부의 출범과 미래 신종감염병 대응체계 논의 등으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보건의료 분야의 거버넌스 개선과 더불어, 해묵은 난제의 해결방안 모색이 활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계간 의료정책포럼> 2022년 연중 특집 세션의 주제로 '의료전달체계'를 선정했다. [의협신문]은 의료계를 중심으로 각계각층의 다양한 입장과 의견을 살펴봄으로써, 종합적인 시각에서 국민건강을 위한 최선의 대안을 모색해보고자 <계간 의료정책포험>에 실린 특집 원고를 게재한다.
[의협신문]은 첫 번째 '현행 의료전달체계, 의료기과 기능의 현황 및 문제점' 세션에 이어 '의료전달체계의 현황과 외국의 경험' 두 번째 세션을 소개한다.

<글싣는 순서>
1. 의료전달체계 이슈에서 좀 더 고려돼야 할 문제들
- 옥민수 울산의대 교수(울산대병원 예방의학과)

2. 환자중심의 의료전달체계는 무엇일까?
- 윤명 (사)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
3.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위한 대만의 정책사례
- 김계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부장
4. 일본의 의료·개호 전달체계 현황 및 시사점
- 강주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원

* 원고는 필자 개인의 견해로,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의협신문
옥민수 교수(울산대병원 예방의학과)

■ 들어가며

의료전달체계 이슈는 의료를 직접 제공하는 의료계뿐만 아니라 이상적인 의료전달체계를 꿈꾸는 학계에서도 오래된 관심사였다. 우리나라에서는 1989년 전 국민 건강보험이 시작되면서 의료전달체계 이슈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의료전달체계가 보건의료체계 내 하위체계로서 작동하기에 의료전달체계에 대한 논의는 보건의료체계 전반에 대한 논의로 귀결될 수밖에 없고, 따라서 그 고민의 세월은 더 길다고 볼 수 있다. 

의료전달체계 이슈는 그만큼 문제가 복잡하고, 의료 현장의 전문가를 비롯한 여러 분야 전문가들의 각기 다른 목소리가 혼재된 영역이다.

우리나라가 직면한 의료전달체계의 문제가 무엇이라고 한 문장으로써 기술하기는 쉽지 않다. 대신 의료기관 종별 간 미흡한 역할 분담, 과다한 경쟁으로 인한 의료자원의 비효율적인 활용, 대형병원 및 수도권 지역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과 이로 인한 의원의 역할 위축, 의료이용 팽창으로 인한 국민 의료비 부담 및 건강보험재정 지출 증가 등이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 문제로 간주되고 있다.

이러한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도 꾸준하게 있어 왔다. 가장 최근인 2019년에는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이 발표된 바 있다.

2019년 발표된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은 첫째, 중증환자 위주로 진료하도록 상급종합병원의 평가 및 보상체계 개선, 둘째, 적정 의료기관에서 진료 받도록 의뢰 내실화, 셋째, 경증·중증치료 후 관리 환자의 지역 병·의원 회송 활성화, 넷째, 환자의 적정 의료이용 유도, 다섯째, 지역 의료 해결 역량 제고 및 신뢰 기반 구축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한 의료 현장에서는 재정 투입 계획의 부재, 대책의 모호성과 대책 간 상충, 저수가와 상대가치제도에 대한 문제점, 병원급 의료기관 지원책 미흡 등을 제기하며 그 대책의 실효성과 실현가능성에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 단기대책을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과 중장기 대책이 아직 논의 중이기 때문에 이 내용의 효과를 평가하기에는 아직은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다만, 이러한 대책의 내용과 그간의 의료 현장 및 학계의 논의를 살펴보았을 때 의료전달체계 이슈에서 좀 더 고려해야 할 점들이 없는지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의료전달체계 이슈가 복잡한 문제라고 할 때, 어떤 문제가 더 숨어있는지 혹은 덜 다뤄졌는지를 지적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찾고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따라서 이하에서는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를 종합적으로 조망하는 관점에서 관련 이슈에서 좀 더 살펴야 할 문제점과 그 해결방안을 학계에 소속된 한 사람으로서 제시하고자 한다.

의료전달체계 문제는 의료기관 종별 간 미흡한 역할 분담, 과다한 경쟁으로 인한 의료자원의 비효율적인 활용, 대형병원 및 수도권 지역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과 이로 인한 의원의 역할 위축, 의료이용 팽창으로 인한 국민 의료비 부담 및 건강보험재정 지출 증가 등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 ⓒ의협신문
의료전달체계 문제는 의료기관 종별 간 미흡한 역할 분담, 과다한 경쟁으로 인한 의료자원의 비효율적인 활용, 대형병원 및 수도권 지역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과 이로 인한 의원의 역할 위축, 의료이용 팽창으로 인한 국민 의료비 부담 및 건강보험재정 지출 증가 등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래픽=윤세호기자 seho3@kma.org] ⓒ의협신문

■ 본문

1. 환자의 중증도 분류는 타당할까?
가장 먼저 기본적으로 다뤄봐야 할 문제는 의료전달체계 이슈에서 흔히 등장하는 환자의 중증도 분류이다. 올바른 의료전달체계가 강조하는 바는 환자의 중증도에 따른 합리적인 진료체계를 갖추라는 것이다. 

즉, 경증의 환자는 규모가 작은 의료기관에서, 중증의 환자는 규모가 큰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하라는 당연한 논리이다. 2019년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의 첫 번째 내용이 상급종합병원이 중증환자 위주로 진료할 수 있도록 수가 체계를 전환하겠다는 것은 이 논리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또 의료기관의 기능에 맞는 질환군을 보는 것을 평가하는 적합질환군 지표가 제안된 것도 이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함일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니 환자의 중증도 분류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 당장에 환자의 중증도가 상급종합병원 지정 및 각종 평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다 보니 자기 영역에서 보는 질환의 중증도가 다른 영역에 비하여 왜 낮은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더 큰 문제는 환자의 중증도 분류에 기본이 되는 주·부상병의 타당도를 확인, 평가하는 절차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에서 전문진료질병군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데, 전체 전문진료질병군 환자가 급격하게 늘 수 없는 상황에서, 업코딩의 가능성을 확인해 보아야 할 것이다. 

또 입원 시 상병(present on admission, POA) 지표가 행위별수가제 내에서 제대로 수집되고 있지 않은 상황 속에서 주·부상병을 활용한 환자의 중증도 보정에도 유의를 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의료전달체계 이슈에서는 주·부상병의 정확도, POA 지표 수집 등 환자의 중증도 분류의 정확도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반 마련도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

2. 환자의 관점은 어디에 있을까?
의료전달체계 이슈에서 의료기관 간 수직 또는 수평적 역할 분담도 중요하겠지만, 의료 이용자인 환자의 흐름에 따른 역할 분담도 중요하다. 즉, 환자의 관점에서 미충족 의료를 충족시키고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도록 의료전달체계가 설계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의료전달체계 이슈에서 주로 논의된 문제나 대책은 공급자 관점에서 주로 논의되어 왔다.

2019년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에서도 중증·심층 진료 수가 개선, 의뢰 및 회송 수가 강화 등과 같이 공급자 입장에서의 정책이 대부분이고, 환자의 관점에서 마련된 대책의 경우에도 결국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올리는 등 의료이용을 좀 더 불편하게 만들겠다는 것이 주된 내용일 뿐이다.

앞서 우리나라에서 의료전달체계 문제점 중 하나로 대형병원 및 수도권 지역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과 이로 인한 의원의 역할 위축 문제를 언급하였다. 이는 수도권 대형병원에 대한 환자의 높은 선호, 다른 쪽으로 이야기하면 지방 및 중소병원에 대한 환자의 낮은 선호를 의미할 것이다.

그렇다면 환자의 관점에서 볼 때 지방 및 중소병원에서 진료를 받더라도 미충족 의료가 충족되고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들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환자의 의원급 의료기관 이용에 관한 가격탄력성이 현재 높은 편이라고 판단되지 않기에 의원급 의료기관의 환자 본인부담금을 줄여주자는 대책이 의원급 의료기관 방문의 큰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또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진료수가를 올려달라는 주장을 하기 전에 환자의 관점에서 환자에게 어떤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더 제공할 것인지 제안할 필요가 있고, 이것이 환자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부터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3. 환자를 책임질 자는 누구인가?
의료전달체계 이슈가 등장하면 단골로 나오는 대책 중 하나가 진료의뢰 회송 사업인데, 이 사업 또한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진료의뢰서가 형식화되었다는 비판과 같이 현재의 진료의뢰 회송 사업은 사실상 형식적인 정보 전달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현재의 진료의뢰 회송 사업은 단순 정보 전달 사업이다. 환자의 진료기록이 누구의 소유인가에 대한 법적 논쟁이 있기는 하지만, 진료기록의 기본적인 관리·통제권은 일차적으로 환자에게 있다고 볼 수 있다. 

진료기록의 정보를 환자의 동의하에 의료기관끼리 서로 공유하는 것은 어찌 보면 환자의 당연한 권리로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여기에 추가적인 비용을 부과하려면 이 또한 환자에게 단순 정보 전달 이상으로 어떤 이득이 있는지를 명확히 제시해줘야 할 것이다.

의료전달체계 이슈에서 보다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단어가 바로 '책임'이다. 다시 말해, 누가 환자 진료와 치료 성과에 최종적으로 책임질 것인가를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현 의료전달체계에서는 퇴원 이후에 환자의 관리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무척이나 모호하고,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따라서 환자의 진료정보 전달에 지불보상할 것이 아니라, 환자의 증상 관리, 기능 수준 유지, 자기관리 능력 함양, 보건의료복지 서비스와의 연계 등과 같이 환자에게 실질적으로 득이 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 지불보상해야 한다.

의원급 의료기관이 환자들의 신뢰와 선택을 좀 더 받기 위해서는 평상시에 환자들의 진료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환자의 만성질환 치료는 물론이고 질병 예방을 위한 백신 접종 및 검진 안내, 적절한 보건의료복지 서비스 연계, 환자의 추적관리 등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의원급 의료기관은 과연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지부터 살피고, 그 역량을 높여서, '우리가 이 문제를 도맡을 테니 그에 걸맞은 진료비 보상을 해달라'고 주장하는 것이 책임 있는 의료기관의 자세라고 할 수 있다.

4. 지역 내 역량 있는 의료기관이 존재하는가?
의료전달체계 이슈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문제는 의료의 지역화이다.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지역 내 역량 있는 의료기관이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의료 접근성이 좋다고 주장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의료 접근성이 좋지 못한 지역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55개 중진료권 중에서 권역 또는 지역응급의료센터가 하나도 없는 지역이 사천, 거제 등 7곳이나 존재한다.

특히,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의료기관이 단순히 존재하는 정도가 아니라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존재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이다. 우리나라 55개 중진료권 중 응급 뇌졸중의 진료 실적이 없는 지역도 동해, 속초 등 10곳이나 존재한다. 

이러한 지역에서 뇌졸중의 지역친화도는 낮을 것이고, 그 지역의 주민들은 어쩔 수 없이 다른 지역의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에서는 지역책임의료기관 및 지역우수병원(2019년 당시 가칭)을 지정하여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대책이야말로 재정 계획이 존재하지 않아 과연 얼마나 실효성을 가질지 의문이 든다. 

또 의료 취약지의 의료기관을 지원하기 위하여 흔히 논의되는 의료 취약지 가산 수가의 경우에도 만약 진료량에 연동된 체계라고 한다면 그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애초에 수익이 나기 힘든 필수의료 진료량이 발생하고 있는 지역에서 아무리 진료량에 연동하여 곱절의 가산수가를 준다 하더라도 필수의료 진료체계를 유지하는 데에 부족할 것이다. 

지역 내 양질의 필수보건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의료기관의 구조적 여건을 갖추는 것은 당연히 지출해야 할 고정 비용이라고 생각하고 중앙 및 지방 정부의 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의료전달체계 수립을 위한 선결조건이다.

■ 나가며

이 글에서는 의료전달체계 이슈에서 좀 더 고려해야 할 점들로 환자의 중증도 분류의 타당도 문제, 환자의 관점 강조의 중요성, 환자의 진료를 조정하고 책임질 대상의 필요성, 지역 내 역량 있는 의료기관 육성 문제를 제기하였다. 

의료전달체계 이슈에서 여러 전문가들이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이 아닌 문제의 본질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글에서 다룬 내용들이 의료전달체계 이슈의 본질을 찾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는 데에 기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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