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섬유화 진행 단계별 발병기전 규명

간섬유화 진행 단계별 발병기전 규명

  • 이영재 기자 garden@kma.org
  • 승인 2022.11.28 11:03
  • 댓글 1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시현·정은선·성필수 가톨릭의대 교수팀, 국제학술지 'Cells'에 발표 
디지털공간프로파일링 기법 활용 초기·후기 다른 면역세포 관여 밝혀
간섬유화 단계 따른 정밀 치료계획 수립·치료제 발굴 기대감 높여

■ 왼쪽부터 배시현 교수, 정은선 교수, 성필수 교수, 이재준 국군고양병원 소화기내과 전문의.
■ 왼쪽부터 배시현 교수, 정은선 교수, 성필수 교수, 이재준 국군고양병원 소화기내과 전문의.

국내 의료진이 만성 간질환에 의해 유발되는 간섬유화의 진행에 있어 단계별로 각각 다른 면역세포가 관여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규명했다. 

배시현 가톨릭의대 교수(은평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정은선 가톨릭의대 교수(은평성모병원 병리과), 성필수 가톨릭의대 교수(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이재준 국군고양병원 전문의(제1저자) 연구팀은 사람의 간섬유화 초기 단계와 후기 단계에서 각각 다른 면역단백 발현 양상을 보이는 단핵세포가 관여함을 디지털공간프로파일링(digital spatial profiling)이라는 새로운 기법으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유전체 분석 최신 기술인 디지털공간프로파일링은 인체조직 내 특정한 위치를 지정해 해당 부위 유전체 및 단백질 발현 정도를 분석하는 검사법으로 많은 질환의 발병기전을 밝혀내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이 간질환 환자 83명으로부터 얻은 조직 검체에서 간섬유화와 관련된 유전자 및 단백질을 추출하기 위해 디지털공간프로파일링을 시행한 결과, 초기 간섬유화 단계에서는 조직 단핵구(tissue monocytes)가, 후기 간섬유화 단계에서는 대식세포의 아형인 상흔 관련 대식세포(scar-associated macrophage)가 관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초기와 후기 간섬유화를 구분하고 예측할 수 있는 단백질 조합도 함께 발굴했는데, 6개의 단백질로 이뤄진 이 단백질 조합은 내부검증에서 높은 예측도를 나타내 향후 간섬유화 치료제 개발에 있어 표적물질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 간섬유화 단계에 따른 단핵세포 발현 영상*그림 1 : 면역단백 발현 양상에 따른 단핵세포들의 상대적 위치를 나타낸 지도. 조직 단핵구는 원(∙), 상흔 관련 대식세포는 별(★)로 표시돼 있다.*그림 2 : 단백질 발현 결과에 따른 단핵세포 발현 양상. 그림 1과 비교, 대입해 보았을 때, 초기 간섬유화에서는 조직 단핵구가, 후기 간섬유화에서는 상흔관련 대식세포의 발현도가 높음을 확인할 수 있다.
■ 간섬유화 단계에 따른 단핵세포 발현 영상
*그림 1 : 면역단백 발현 양상에 따른 단핵세포들의 상대적 위치를 나타낸 지도. 조직 단핵구는 원(∙), 상흔 관련 대식세포는 별(★)로 표시돼 있다.
*그림 2 : 단백질 발현 결과에 따른 단핵세포 발현 양상. 그림 1과 비교, 대입해 보았을 때, 초기 간섬유화에서는 조직 단핵구가, 후기 간섬유화에서는 상흔관련 대식세포의 발현도가 높음을 확인할 수 있다.

간섬유화는 만성 간질환에 의해 간이 손상과 재생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간세포에서 발생한 염증으로 인해 정상 세포가 파괴되는 과정에서 간에 흉터가 나타나고, 이런 흉터가 광범위하게 진행되면 간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간경화로 발전한다. 간경화는 간암을 유발할 수 있는 전암 병변이자 다양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는 치명적인 질환으로 국내에는 약 10만명 이상의 환자가 있으며 그 수는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현재까지의 간섬유화 연구들은 다양한 면역세포들이 섬유화 진행에 관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었으나, 이번처럼 다수의 환자 검체를 활용해 다양한 면역세포에서 발현되는 수 많은 면역조절단백을 동시에 분석하고 발병기전을 규명한 연구는 없었다. 이번 연구에 따라 향후 간섬유화에 대한 보다 정밀한 치료계획 수립 및 치료제 개발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배시현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간섬유화 진행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결과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둘 수 있다"라며 "간섬유화 및 간경화에 대한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실정에서 연구 결과를 토대로 향후 간섬유화 치료 약제 발굴에 가속도가 붙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은선 교수는 "간섬유화는 간의 문맥역(portal area)에서 시작하는데, 간문맥역으로 검사 부위를 특정 지어 시행한 이번 연구가 향후 간경화 관련 연구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성필수 교수는 "어떤 면역세포가 관여하는지를 아는 것은 간섬유화 및 간경화의 진행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필수적"이라면서 "초기 및 후기 간섬유화에 각각 다른 면역단백 발현을 보이는 단핵세포가 관여함을 밝혀냄으로써 향후 간섬유화 단계에 따른 섬세하고 정밀한 치료적 접근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Multiplexed digital spatial protein profiling reveals distinct phenotypes of mononuclear phagocytes in livers with advanced fibrosis'라는 제목으로 세포·분자 생물학 분야 국제 학술지 <Cells>(IF=7.666) 11월호에 게재됐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