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장정결제 투여 환자 사망사건…교수 무죄취지 판결

대법, 장정결제 투여 환자 사망사건…교수 무죄취지 판결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2.12.01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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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감독 교수가 전공의에게 의료행위 위임 시 책임 인정 여부 쟁점
대법원 "위임 가능하고 실제 위임 있었다면 교수에게 책임 없다" 판단
전공의는 설명의무·장정결제 투여 과정상 과실 인정…원심 유죄 판결 유지

ⓒ의협신문
ⓒ의협신문

장폐색 환자에게 장정결제를 투여해 환자가 사망한 사건으로 검찰에 기소돼 원심(2심)에서 금고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교수에게 대법원이 무죄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원심에서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공의는 원심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은 12월 1일 업무상과실치사혐의로 원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대학병원 교수에게는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하고, 전공의에게는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의 판결이 적법하다며 전공의의 상고를 기각했다.

장폐색이 있는 피해자의 치료를 담당했던 대학병원 내과 교수(A교수) 지시로 내과 전공의 2년차(B전공의)가 대장내시경을 위해 투여하는 장정결제를 감량하지 않고 일반적인 용법으로 투여하며 별도로 배변양상을 관찰할 것을 지시하지 않고, 또 관련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업무상과실로 피해자의 장이 파열되고 결국 사망에 이른 것이 업무상과실치사죄를 구성한다고 기소된 사안에서, A교수에 대해서는 수임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에 대한 위임의사의 책임을 인정하기 위한 요건 충족 여부에 관한 심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유죄(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고, B전공의에 대해서는 상고를 기각해 원심판결(금고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확정한 것.

사건의 경위는 이렇다.

피해자(82세)는 뇌경색 등을 이유로 ◆◆대학병원 신경과 진료를 받던 중 복부 X-ray와 CT 촬영 등을 통해 '회맹판을 침범한 상행 대장 종양', '마비성 장폐색, 회맹장판 폐색에 의한 소장 확장'이 의심된다는 내용의 영상판독 소견을 받게 되자 대장암 치료 등을 위해 2016년 6월 25일 소화기내과 위장관 파트로 전과됐다. 이에 따라 A교수는 피해자에에 대한 주치의로 지정됐으며, B전공의는 A교수의 지도·감독하에 피해자의 진료를 함께 담당하게 됐다.

B전공의는 전원 당일 오전 9시경, A교수는 낮 12시경 회진 과정에서 피해자의 가족들에게 "대장암이 있는지 여부는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해 봐야 정확히 알 수 있는데, 대장 내시경 검사는 쉬운 검사가 아니고, 피해자가 고령인 데다 현재 뇌경색 증상이 있으며 혈액 응고방지제인 아스피린 등을 복용하고 있으므로, 약을 끊고 기력이 회복되는지 등을 보아가며 결정하겠다. 어디까지 치료를 받을 것인지 가족들이 상의해서 일요일까지 알려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

2016년 6월 26일 오전 9시경 B전공의는 진찰을 하면서, 전날과 마찬가지로 피해자에게 복부 팽만이나 압통이 없으며 배변이 되고 있다는 이유로 익일에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할 수 있다고 판단한 후, 당시 집에 있던 A교수에게 전화로 위 사실과 피해자 및 가족들의 동의도 받았다고 보고했다.

이에 A교수는 피해자에 대한 대장 내시경 검사와 장정결제 투여를 승인했다. 이후 B전공의는 '오늘 저녁 피해자에게 장정결제 2L를 30분 간격으로 4회에 나누어 투여하고, 다시 다음 날 오전 5시경 같은 요령으로 2L를 추가 투여하되, 장정결제 복용 시 환자를 반드시 앉혀서 사레걸림이 되지 않도록 하라'는 처방을 한 후 오전 11시경 퇴근했다.

B전공의 처방에 따라 2016년 6월 26일 저녁 8시경부터 장정결제를 투여 받은 피해자는 장정결제 투여로 인한 가스와 장내 분변 등이 제대로 체외로 배출되지 못한 채 대장 내 팽압 증가로 장벽이 엷어지면서 2016년 6월 27일 새벽 1시경 이후 장천공이 발생, 장내 분변 등이 복강 내로 유출됐고, 이에 따라 호흡곤란, 혈액 내 산소포화도 감소 등의 부작용이 발생함으로써 피해자는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인해 같은날 저녁 9시 37분경 사망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장정결제 투여를 결정한 과실(제1주의의무 위반) ▲설명의무를 위반한 과실(제2주의의무 위반) ▲장정결제 투여 과정상의 과실(제3주의의무 위반) 등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기소해 재판에 넘겨졌다.

제1심에서는 A교수에게 금고 10개월에 법정구속, B전공의는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후 원심(제2심) 재판부도 유죄를 유지하면서 A교수에게는 금고 1년에 집행유예 3년, B전공의에게는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원심재판부는 제1주의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제2, 제3주의의무 위반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했다.

원심재판부는 제2, 3주의의무 위반과 관련 "피고인들이 피해자나 그 가족들에게 피해자의 상태와 이에 따른 장정결제 투여의 위험성 및 부작용을 설명했더라면, 피해자나 그 가족들은 장정결제 투여 자체를 거부하거나, 통상적인 방법에 의한 투여 방법 대신 부분 장폐색 환자에게 적절한 보다 더 조심스러운 방법으로 피해자에게 장정결제를 투여하는 것을 선택함으로써 피해자가 사망에 이르는 결과를 막을 수 있었다고 보인다"고 봤다.

또 "장폐색이 의심되는 환자에게 대장 내시경을 시행하는 경우 소량씩 장정결제를 투여해, 부작용의 유무를 조심스럽게 확인한 후 만일 폐색이 더 진행되거나 흡인성 폐렴 등이 의심되면 이를 중단하고 더 이상의 장정결제를 투여하지 말아야 함에도 피고인들은 부분 장폐색 상태일 가능성이 높은 피해자에 대한 장정결제 투여 과정에서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업무상 과실이 있다"고 봤다.

원심판결에 대해 A교수와 B전공의는 유죄판단 부분에 대해서만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에서는 ▲지휘·감독 관계에 있는 다른 의사에게 의료행위를 위임하였을 때, 위임받은 의사의 과실로 환자에게 발생한 결과에 대한 책임을 위임한 의사에게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전적으로 위임한 것인지 여부) 및 그 판단기준 ▲전적으로 위임한 경우 위임의사에게 설명의무위반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특별한 사정 유무를 판단할 때 고려돼야 할 요소가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A교수와 관련 "해당 의료행위가 위임을 통해 분담 가능한 내용의 것이고, 실제로도 그에 관한 위임이 있었다면, 그 위임 당시 구체적인 상황 하에서 위임의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사정이 존재하고 이를 인식했거나 인식할 수 있었다고 볼 만한 다른 사정이 없는 한, 위임한 의사는 위임받은 의사의 과실로 환자에게 발생한 결과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B전공의가 분담한 의료행위에 관해 A교수에게도 주의의무 위반에 따른 책임을 인정하려면, 원심으로서는 부분 장폐색 환자에 대한 장정결 시행의 빈도와 처방 내용의 의학적 난이도, B전공의가 내과 2년차임에도 소화기내과 위장관 부분 업무를 담당한 경험이 미흡했거나 기존 경력에 비춰 보아 적절한 업무수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심리해 B전공의에게 장정결 처방 및 그에 관한 설명을 위임한 것이 합리적이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한 증명이 있었는지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A교수가 B전공의를 지휘·감독하는 지위에 있다는 사정만으로 직접 수행하지 않은 장정결제 처방과 장정결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에 관한 설명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단정한 원심은 의사의 의료행위 분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파기환송했다.

반면, B전공의와 관련해서는 "B전공의의 제2주의의무, 제3주의의무 위반 부분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 의료행위에 의한 업무상과실치사죄에 있어서의 업무상과실, 설명의무위반, 인과관계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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