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지원대책 '수가' 어디에 곳간 풀었나?
보장성 강화 후퇴 우려도…"MRI·초음파부터 손 본다"
보건복지부가 광역시를 제외한 분만에 대해 현행 수가의 3배 가량을 보상한다. 추가 수가 지급 방식인데,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는 분만수가의 최대 4배가 지급된다. 이는 윤석열 정부 필수의료 지원 대책의 일환으로, 이번엔 분만에서 가장 큰 폭의 정책수가를 적용했다.
보건복지부는 12월 8일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방안 및 필수의료 지원대책' 공청회를 열고, 필수의료 지원방안 초안을 발표했다.
■필수의료 지원대책 '수가' 어디에 곳간 풀었나?
'수가'를 기준으로, 가장 큰 보상안은 분만진료 수가 부분이다. 이는 지역별 차등수가 제도의 실질적인 시작으로 볼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분만 지원에 대한 효과성 평가를 거친 뒤 중증·응급, 소아진료 등 다른 분야에도 지역별 차등수가 제도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분만 수가 인상안에서는 총 세 가지의 추가 수가를 만들었다. 지역수가, 안전수가, 감염병수가로 모두 '공공정책수가'다.
공공정책수가는 생명·건강을 위해 필수적이지만 진료특성·지역여건 등으로 의료서비스 공급 부족한 경우 해당 분야에 지원하는 건강보험 보상체계를 말한다. 기존 행위별 수가의 한계를 보완하는 방식이다.
취약지역 수가는 광역시를 제외한 전체 시군구에 추가지급되며 분만 수가의 100%수준이다. 불가항력 의료사고 관련 분쟁·보상 부담을 반영해 현 분만수가 100%를 '인적·안정 정책수가'로 추가 지급한다.
여기에 감염병 위기상황 시에는 '감염병 정책수가(현 분만수가 100%)'를 추가,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는 최대 4배까지 분만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간 산부인과계에서 요청해온 '산부인과 다인실 기준 완화' 방안도 담았다. 분만전후 안정적 회복과 사생활 보호, 환자들의 수요를 고려한 요구였다.
현행에서는 분만병원, 산부인과 의원은 다인실을 50%이상 두도록 하고 있어, 현실적이지 못하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다인실 규정을 20% 이상으로 완화했다.
다만 이번 대책에는 함께 다인실 규정 완화를 요청했던 '소아병실'에 대해서는 완화 방안이 담기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이상운 대한의사협회 보험정책부회장은 "보호자가 동반해야 하는 소아환자의 1인실 수요 역시 높다. 분만 다인실 규정 수준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본다"며 "분만 다인실의 경우, 현장의 수요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규정 예외로 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짚었다.
응급진료 보상 강화에서도 가산 확대방안이 나왔다.
중증·응급환자가 응급실 내원 후 24시간 낸 최종 치료를 했을 경우, 가산을 하고 있는 부분을 더 확대하는 내용이다.
현재는 평일 주간에 50% 가산을 주고 있었지만 개선에서는 100%, 평일 야간·공휴일 주간 때는 100%에서 150%, 공휴일 야간의 경우 150∼175% 가산율을 적용한다.
보건복지부는 해당 가산을 권역응급의료센터 40곳, 상급종합병원(지역응급의료센터) 18곳에 우선 적용한 뒤 응급의료체계 개편·확충에 따라 대상기관을 확대할 계획이다.
중증질환 치료 지원과 관련, 상대가치 개편을 통해 저평가된 수술·입원 등 항목에 대한 종별 가산을 확대한다.
매년 병원급 의료기관의 환산지수 조정에 소요되는 재정 중 일부를 수술, 처치 등 저평가된 필수의료 분야의 수가 인상에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고난도, 고위험 수술의 추가 보상 내용도 있다.
수술 및 처치 행위는 난이도와 자원투입의 수준을 반영해 수가 기준을 세분화하고, 고난도 고위험 행위는 추가 보상한다. 우선 심뇌혈관질환 분야에 적용 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의료기관의 중환자 진료 환경 개선을 위해 중환자실 자원 확충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고, 상급종합병원이 중증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중증진료 강화 성과를 보상하는 시범사업도 실시한다.
■ 보장성 강화 후퇴 우려도…MRI·초음파부터 손 본다
보건복지부는 필수의료 지원 대책을 발표하면서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를 함께 다뤘다. 의학적 타당성 등을 검토해 필수적인 항목 중심으로 다소 타이트한 기준의 급여화를 추진한다는 의미다.
문재인 케어로 인해 과다 의료이용 경향이 관측됐다고 강조했는데, 확대된 급여기준을 강화해 필수의료 지원을 위한 재정 기반으로 사용하겠다는 의도다.
이에 일각에서는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괴는 방식'의 필수의료 지원이 이뤄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의료계에 대한 지나친 관리강화나 환자들의 혜택 축소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환자단체는 의학적 근거가 있을 경우, 급여 확대가 기본 원칙임을 강조, 새정부 역시 보장성 강화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 역시 '보장성 약화'를 우려한 지적이었다.
신응진 대한병원협회 정책위원장은 "불법의료기관에 대한 관리 강화는 당연히 적절한 조치다. 다만 효율화 과정에서 현지조사 강화 등으로 선의의 의료기관 피해가 없어야 할 것이고, 적정 지원 운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며 "과다한 의료이용이 의료기관의 책임이라는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도 국민에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국장은 "적정 이용 건강의료혜택은 그대로 유지하고, 누수 부분에 대한 부분을 관리하겠다는 의미"라며 "보장성 축소의 의미가 아님을 알아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급여기준 조정 방안은 뇌·뇌혈관 MRI, 상복부 등 초음파 전체부분이다.
뇌·뇌혈관 MRI는 기존에 신경학적 검사에서 최대 3번까지 가능했다. 개선안에서는 신경학적 검사상 이상소견이 있는 경우에만 급여를 인정하고, 최대 2번으로 제한을 검토한다.
상복부 초음파는 수술 전 초음파 시행 시 급여 적용 기준이 없었는데, 수술 위험도 평가 목적의 초음파는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만 급여를 적용키로 했다. 초음파 전체에 대해서는 동일날 여러 부위 촬영 시 최대 산정 가능개수를 제한하는 기준을 마련한다.
또 급여 적용을 앞두고 있는 근골격계 MRI·초음파의 경우, 제한적인 급여화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의학적 타당성 등을 검토해 필수적인 항목 중심으로 다소 타이트한 기준의 급여화를 추진한다는 의미다.
이외 약제 재평가 등 약품비 관리 강화, 건강보험 자격도용 방지, 환자 본인부담상한제 축소, 과다 의료이용자 관리 강화, 비급여 관리 강화, 불법개설·부당청구기관 관리 강화 등을 재정 건전성 확보 방안으로 제시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공청회에 제기된 의견을 바탕으로 필수의료 지원방안을 재검토,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