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병협 "대학병원 분원 확장 철회" 촉구

대병협 "대학병원 분원 확장 철회" 촉구

  • 김미경 기자 95923kim@doctorsnews.co.kr
  • 승인 2022.12.12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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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전달체계 혼란...보건의료 시스템 황폐화" 경고
"의원급, 중소병원 죽이기로 의료생태계 교란" 우려

ⓒ의협신문
ⓒ의협신문

대한병원장협의회(이하 대병협)가 대형병원의 분원 증설에 "철회"를 촉구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대학병원의 확장은 의료를 황폐화시킬 것이 자명하다"고 짚은 대병협은 "최근 서울대병원을 위시한 아산병원, 연세대병원, 고려대병원, 경희대병원, 아주대병원, 한양대병원 등 굴지의 대학병원들이 최소 6000병상 이상의 분원을 준비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대병협은 "소비가 공급을 촉진하는 경제 원리에 반하는 대표적인 영역이 의료다. 의료관리학자들은 병원의 병상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병협은 "대학병원의 확장에 따라, 치료와 검진을 위해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의 속성상 대형병원은 더 많은 검사를 요구하며 환자들은 당연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이는 건강보험 재정 고갈을 촉진할 뿐 아니라, MRI를 등 여러 비급여 검사 비용은 의원 및 중소병원에 비해 대형병원이 더 비싸기에 개인 의료비 지출을 더욱 증가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보의 비대칭이 시장을 지배하는 특성상, 의료에선 공급이 곧 소비를 창출해낸다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 만들어진 병상은 반드시 채워지기 마련이고, 그에 따라 대학병원의 병상을 유지하는 데 큰 비용이 소요돼 소모적인 악순환이라는 것.

대병협은 "대학병원의 확장 경쟁은 중소병원과 의원급 의료기관의 몰락을 의미하며, 결국 의료전달체계의 근간을 흔들어 보건의료 시스템을 황폐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플랑크톤과 미생물이 없는 생태계를 상상할 수 없는 것처럼, 의원급 의료기관과 중소병원이라는 먹이 사슬이 끊어진 대학병원은 존재할 수 없다. 대학병원과 중소병원, 의원급 의료기관은 각각 역할이 있다"며 "대학병원 증설 경쟁이 중소병원, 의원급 의료기관의 목숨을 끊어 의료라는 생태계를 교란시킬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대학병원 분원은 '겉만 그럴듯한 지역의료 죽이기라고 짚었다. 

대병협은 "대학병원들의 분원 경쟁은 의료 환경이 가장 양호한 수도권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도서 지역에 분원을 건립한다는 소식은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다"며 "수도권 중심의 대형병원 분원 설립은 지역 간 의료 격차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인력 집약적인 의료업의 특성상 수도권 대학병원의 경쟁은 도서지역의 의료 인력을 흡수해 열악한 도서 지역의료 환경을 더욱 열악하게 한다"며 "의료의 수도권 집중과 지역 불균형을 가속시킨다는 불편한 진실이 분원 설립의 정당성을 무색게 한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정책을 조율하지 않는다면 의료비 앙등과 의료 생태계 파괴는 필연적이고, 그 책임은 정부에 있다"며 정부의 책임 있는 정책을 촉구했다.

대병협은 "의료라는 시장에서 실패란 곧 치료받지 못한 환자의 죽음을 의미한다"며 의료전달체계의 교란은 비용이 아닌 환자 '생명'의 문제임을 환기했다. 

그러면서 "대학병원의 분원 경쟁은 의료라는 생태계 피라미드를 뒤집어, 최상층을 두텁게 함으로써 의료라는 시장을 유지할 수 없게 하는 원인이 된다"며 "선의로 가득 찬 미래가 지옥이라는 현실이 되어 한 걸음씩 다가온다는 전문가들의 경고에, 관료들은 귀를 기울여 지옥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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