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청과 진료대란 목전…대통령 직속 논의기구 설치하라"

"소청과 진료대란 목전…대통령 직속 논의기구 설치하라"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2.12.1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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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청과학회·소청과의사회·아동병원협 16일 '소아청소년 건강안전망 붕괴 위기 극복' 기자회견
내년 전공의 지원율 15.9%까지 폭락…수련병원 75% "소아청소년 진료 축소 불가피" 응답
"소아청소년 중환자·응급 진료 위급 상황" '육성의료기본법' 제정·수가 개선·전담부서 신설 제안

[사진=이정환 기자] ⓒ의협신문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대한아동병원협회는 12월 16일 오후 1시 대한의사협회 4층 대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 단체는 "소아청소년과의 진료대란이 목전에 있다"며 "소아청소년 건강안전망 붕괴위기 극복을 위해 한시라도 빨리 대통령 진속 논의 기구를 만들어 현장 상황에 맞는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청했다. (왼쪽부터) 은호선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의무이사, 나영호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장, 김지홍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이사장,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 박양동 대한아동병원협회장, 정성관 대한아동병원협회 부회장. [사진=이정환 기자] ⓒ의협신문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소아청소년과의 진료대란이 목전에 있다며, 소아청소년 건강안전망 붕괴위기 극복을 위해 한시라도 빨리 대통령 직속 논의 기구를 만들어 현장 상황에 맞는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을 강력하게 요청했다.

코로나19로 소아청소년과 진료량이 40% 급감해 지역 거점 1차 진료체계가 붕괴하면서, 2023년도 전국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270명 모집에 33명만 지원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인력 부족으로 고난이도 중환자 진료와 응급진료가 축소, 환자 안전과 사회안전망이 위협받고 있는 위급한 상황이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대한아동병원협회는 12월 16일 오후 1시 대한의사협회 4층 대회의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소아청소년을 진료할 수 있는 의료 시스템이 붕괴되고 있다며 아이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도록 하루빨리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지홍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이사장은 "소아청소년과는 전 세계에서 유래없는 초저출산과 소아 진료의 특성상 필요한 많은 시간 투입과 업무 강도에도 못미치는 비정상적인 낮은 보상수가로 대량진료에만 의존해 왔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진료량이 40% 급감해 지역거점 1차 진료체계가 붕괴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생명을 다루는 노동집약적 필수진료과에 대한 보상이나 지원정책의 변화가 없고, 중환자진료를 둘러싼 의료소송과 의료진에 대한 책임 전가로 전공의 기피 현상이 최악으로 악화돼 급기야 올해 2023년 전국 전공의 지원율은 15.9%까지 폭락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특히 "인구의 17%인 소아청소년의 필수진료를 담당하는 소아청소년과 전문 인력 부족으로 고난이도, 중환자 진료와 응급 진료의 축소 및 위축이 급속히 진행하면서 환자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면서 "전국 2, 3차 전공의 수련병원의 최악의 인력위기와 진료체계의 붕괴 및 소아청소년과 진료대란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지홍 이사장은 "2023년 전공의가 한 명도 없는 수련병원은 32%에 달할 것"이라면서 "필요 전공의 인력의 39%만 근무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공의가 부족해 교수와 전문의가 당직을 서며 유지해 왔으나, 한계 상황에 도달하면서 수도권 거점 수련병원에서도 응급 및 입원 진료를 축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에서 실시한 전국 수련병원 실태조사 결과, 24시간 정상적인 소아청소년 응급진료가 가능한 수련병원은 36%에 불과하다. 내년부터 진료를 축소할 예정이라고 응답한 수련병원은 75%에 달한다.

김지홍 이사장은 "지난 12월 8일 보건복지부 공청회에서 발표한 필수의료 종합대책에서도 소아청소년과의 현안을 개선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지원대책을 제시하지 못했다"면서 "문제해결의 핵심인 전공의 유입을 유도하는 지원과 수가정책의 변화가 없어 현재 위기 상황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소아청소년과 진료대란을 방지하고, 전공의 인력 유입 회복과 진료인력난 해소를 위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힌 김지홍 이사장은 "대통령 직속 논의 기구를 만들어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기획재정부,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현장 상황에 맞는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국회가 법과 예산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도 요청했다.

[사진=이정환 기자] ⓒ의협신문
[사진=이정환 기자] ⓒ의협신문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최근 은평구에서 소아환자가 열성경련으로 의료기관을 찾다가 겨우 서울대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아찔한 상황이 있었는데, 수도권에서도 소아청소년 진료에 차질이 발생할 만큼 위기상황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 등 수도권을 포함해 중한환자를 받아줄 수 있는 곳이 전국적으로 없을까 굉장히 우려된다"며 "더는 정부가 주저해서는 안 되고, 하루빨리 근본적인 대책이 나와야 우리 아이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양동 대한아동병원협회장은 "소방서는 있지만 불을 끄는 소방관이 없는 불안한 사회가 다가오고 있다"며 소아청소년과의 위기 상황을 비유했다.

그러면서 "2010년 11월 대구에서 복통을 느낀 아이가 경북대병원을 비롯해 대구시내 총 5곳의 병원을 찾거나 치료를 요청했지만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해 사망한 사건에 대해 경북대병원 응급실 소아청소년과 인턴과 레지던트에 대해 면허정지처분을 내린 사건, 2017년 12월 이대목동병원 중환자실 신생아 사망사건 관련해 의료진들이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에 휘말린 사건, 2019년 2월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2년차 전공의가 과중한 업무로 사망한 사건 등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기피에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박양동 회장은 "앞으로 2∼3년 내에 우리나라는 대학병원 소아청소년 응급실 및 입원실 폐쇄 가속화, 대학병원 소아청소년 응급환자 진료 및 입원 난민 현상 초래, 아동병원 소아청소년 중증환자 진료 일반화 부담 가중, 전문의 감소로 회복 불가능한 어린이 진료시스템의 붕괴 가속화 등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따라서 "정부 당국의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으면 정말로 소아청소년 진료 시스템이 무너질 것"이라며 국가의 재정지원을 요구했다.

또 "2018년 일본소아과의사회에서 제안하고 현재 시행중인 '육성의료기본법'에 의거 재정적 지원을 받고 소아 진료시스템 안정화가 되고 있는 것처럼 조속한 시일내에 우리 정부 및 국회에서는 '양육의료특별법'을 제정해 어린이 생명을 보호하는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어린이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포괄적이고 통합적인 보건의료서비스 제공에 관한 기본 이념을 천명하고, 종합적인 대책을 추진하는데 있어 보호자, 보건의료 관계자, 지방자치단체, 국가의 책무와 정책의 기본이 되는 사항을 정하자는 것.

나영호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장은 "지금의 전공의 지원율을 봤을 때 앞으로 분과전문의 배출에도 차질이 예상된다"며 "고난이도 진료를 담당한 분과전문의가 제대로 배출되지 않으면 앞으로 소아청소년들의 생명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문제해결을 위한 개선 방향으로 ▲소아청소년 진료 특성에 맞는 보장 수준의 강화로 의료인력 유입을 유도하고 중증도 중심의 3차 진료 수가개선으로 진료전달체계 개편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수련지원 및 지원 장려 정책 시행 ▲전국 수련병원의 인력위기 극복을 위한 전문의 중심진료 전환(고난이도 및 중증 입원진료의 인력부족 극복을 위한 입원전담전문의 고용지원, 응급전담전문의 고용지원 사업 확대 시행, 입원전담전문의 관리료의 성인대비 소아가산 및 소아청소년과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신설, 전문의 중심 진료와 전공의 인력부족을 지원할 보조인력 고용지원의 병행 필요, 병원평가 및 상급종합병원평가에서 환자안전 평가점수에 입원전담전문의, 중환자실전담전문의 및 응급전담전문의 운영점수 가산 및 합당한 보상지원) ▲1차 진료의 회복을 위한 수가 정상화로 관리, 중재 중심의 1차 진료 형태 전환 ▲소아청소년과 필수의료 지원 및 정책 시행 전담 부서신설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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