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특사경 부여 추진…"현지조사 확대"
'비급여 관리강화·의대정원 확대'까지 담겼다
"필수의료 대책 속에 '필수의료 지원' 대책이 아닌 '의료계 반발' 정책이 들어있다?"
윤석열 정부 '필수의료 지원 대책'이 2022년 끝자락 베일을 벗었다. 아직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 등 절차가 남았지만 굵직한 틀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필수의료 대책'에는 의료계에서 그간 크게 반발해온 정책안이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크게 3가지. 국민건강보험공단 특사경 부여, 비급여 관리 강화, 의대 정원 확대 논의가 그것이다.
■ 건강보험공단 특사경 부여…"현지조사 확대하겠다"
보건복지부는 12월 8일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방안 및 필수의료 지원대책' 공청회를 열고, 필수의료 지원방안 초안을 발표했다.
제목에 포함돼 있듯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방안' 내용이 공청회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재정 건전화를 통해 지속적인 필수의료지원 재정을 마련하겠다는 취지. 하지만 이 안에는 의료계가 그간 반발해 왔던 '국민건강보험공단 특별사법경찰권 부여' 추진 내용이 담겼다.
보건복지부는 "사무장병원, 면허대여약국 등을 집중 관리하고 있지만 행정조사의 한계로 수사가 장기화하고 있고, 은닉재산 발굴에 곤란을 겪고 있다"는 점을 들며 '건보공단 특사경 부여'를 포함한 제도 개선을 예고했다.
건보공단 특사경은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으로,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의료계는 "건보공단 특사경 권한 부여 시 수사 권한을 남발할 우려가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의사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짚었다.
건보공단 특사경 논의가 한창 이뤄지던 2019년, 공단의 사무장병원 적발률은 50% 정도에 그쳤다. 이는 일반적인 요양기관 현지조사 적발률이 90%인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 이에 의료계는 조사 대상에 대한 건보공단의 스크리닝 적합성이 떨어짐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방안'에는 현지조사를 확대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보건복지부는 "현지조사 확대 등 요양기관 부당청구 관리를 강화할 것"이라면서 "요양기관 규모별 조사인력 수 탄력적 구성 및 부당청구감지 시스템 고도화를 통해 조사를 강화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 밖에 경찰 등 수사 공조, 지방자치단체 특사경 협력, 특별징수 TF 운영을 통한 실거주지 현장 징수 등도 함께 개선안으로 내놨다.
■ 비급여 관리 강화…비급여 지급기준까지 마련?
건강보험 재정 건전화를 위한 또 다른 대책으로 '비급여 관리 강화'를 포함했다. 실제 추진 내용에는 없었지만, 건강보험-실손보험 연계 강화 방안으로 '비급여 지급기준 마련'까지 예시로 등장했다.
정부는 실제 '필수의료 지원 대책' 초안을 발표한 직후, 오랫동안 논의를 하지 않았던 '비급여 보고 의무'에 대한 행정예고를 강행했다.
여기서 재정 건전화 방안 '비급여 관리 강화'의 또 다른 예시로 언급된 '중점 관리 비급여' 선정계획이 함께 발표됐다. 예시 형태로 제안된 내용들 역시 벌써부터 추진되고 있다는 얘기다.
'비급여 보고의무'는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가 한 목소리로 반대하는 정책 방향. 특히 '비급여 가격 공개'에 대해 회원들의 피해를 우려,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던 의협은 '보고의무'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협은 보건복지부의 '비급여 보고제도' 행정예고 직후 입장문을 내고 "최근 코로나19 재유행으로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는 상황에서 끝내 비급여 통제정책을 강행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또 비급여 정책과 관련한 의료법 제45조의2 등 위헌확인(2021헌마374, 2021헌마743 등) 소송이 진행 중임에도 비급여 고시를 밀어붙인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 2020 의사 총파업 4대 악법 중 하나인 '의대 증원'까지?
이번 '필수의료 지원' 대책에서는 '의사 절대수 부족'이라는 이름 하에 '의대 증원' 추진에 대한 내용이 여러 번 언급됐다. 이는 2020년도 의사총파업 촉발 이유였던 4대 의료악법 중 하나였다는 점에서 더 주목된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공청회 기조연설에서 "근무 여건 개선과 인력의 양성, 균형 배치를 통해 충분한 의료인력을 확보하겠다"면서 "이를 위해 의·정 합의에 따라, 의료계와 의대 정원 확대를 가능한 조속하게 협의하겠다"고 선언했다.
'의·정 합의'에 따르겠다는 단서가 붙었지만, 보건복지부 장관의 입에서 '의료계와의 의대 정원 확대 협의' 추진 의지가 여과 없이 나온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필수의료 지원 대책에서 2006년 이후 의대 정원이 동결됐고, 의사 고령화 및 의료 수요 지속 증가로 인해 미래 의사 부족을 전망했다.
근거로는 2021년도 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를 들었다. 해당 연구는 작년 초부터 부지런히 의-정 참석 회의에 등장, 의료계의 극심한 반발을 불렀던 '보건의료인력 중장기 수급 추계 연구(신영석 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다.
보건복지부는 동 추계 연구를 보건의료인력정책심의위원회 및 이용자 중심 의료혁신협의체 회의에 잇달아 올리며 논란을 키웠다.
의료계는 인구감소가 시작되고 있다는 점과 함께 보사연 연구에서 의사 1년 근무 일수를 240일, 255일, 265일 등으로 과소 집계했다는 점 등을 대표적 '연구 오류'로 짚었다.
하루 8시간 이상 근무하는 의사가 대부분이므로, 러프하게 계산해도 의사 1년 근무 일수는 최소 278일이라는 주장. 이에 계산상 근무 일수가 275일이 넘으면 오히려 의사 공급량 과잉이라는 결과가 나온다.
더불어 의료인력 추계는 GDP, 의료정책 변화, 문명의 발달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수요·공급량' 만을 단순 비교한 보사연 연구 방식이 현실을 반영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올해 말에도 어김없이 등장한 2021년도 보사연 연구. 2023년에도 OECD 통계만큼이나 정부의 '의대 증원' 논리의 단골 근거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