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식 입원율 높다면서 흡입복합제 급여기준 까다로워...정부 지원 나서야
흡입제 교육·상담 수가 '희망 고문'...천식 치료 위해 대국민 교육·홍보 필요
일차의료기관의 천식 흡입제 처방률이 낮다고 한다. 일차의료기관의 관리 부실로 천식으로 인한 입원율이 OECD 평균을 상회한다고 한다.
천식 적정성평가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의료계 언론에는 '개원가 흡입스테로이드(ICS) 처방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기사가 메인으로 장식되곤 한다.
모두 틀린 말은 아니다.
약제 급여 분야에 관심이 많은 필자는 다른 관점으로 말을 하고 싶어 이 글을 쓴다.
일단 흡입제 처방률이 낮은 이유를 일차의료기관 탓이라고 하자. 통계가 그렇게 나오니까.
그러면 과연 정부는 이를 개선시키기 위하여 어떤 노력을 했나?
호주나 핀란드처럼 천식 환자에 대한 교육 또는 경제적 지원을 적극적으로 해본 적이 있나?
왜 OECD 통계에 '천식치료를 위한 각국 정부의 노력'이라는 지표는 없는지 궁금하다.
우리 정부가 한 일이라고는 흡입복합제(흡입스테로이드와 흡입지속성베타작용제 복합제) 약제고시를 통해 급여기준을 만들었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고시 문구대로 철저하게 적용한 심사기준을 만들어 특정내역에 기입된 내용이 없으면 삭감했다.
정부가 한 또 하나의 일은 심평원을 통해 천식 적정성평가를 시행해 흡입제 사용률을 높이려는 시도였다. 적정성평가로 양호기관이 되면 2∼3년 전부터 양호기관이라는 '종이 쪼가리' 한 장을 심평원장 명의로 보내준다. 천식 양호기관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조차 아까워 한다. 더구나 십년 넘게 해준다 만다 설왕설래하고 있는 흡입제 교육·상담 수가는 희망고문이 된 지 오래이다. 이제는 기대하지도 않는다.
하기는 혹시 신설될지도 모르는 천식 인센티브마저도 지난 달부터는 기대하지 않기로 했다. 비슷한 호흡기질환인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에 2023년 평가분부터 2024년에 신설해 지급키로 한 인센티브 금액을 예상해 보니 연간 환자 한 사람당 5000원이 되지 않는다.
의사들의 대표적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흡입복합제 품목으로 검색해보면 가장 많이 나오는 내용이 삭감과 관련된 코멘트이다. 물론 급여기준대로 특정내역에 심평원이 원하는 문구를 기입하기만 하면 삭감되지 않는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 웬 삭감 타령이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세레타이드100디스커스나 세레타이드50에보헬러를 12세 이상 천식 환자에서 전액본인부담이 아닌 요양급여로 처방하면 삭감되던 때가 한동안 있었다. 천식 상병과 특정내역 사유를 빠뜨리지 않고 기입했어도 말이다. 그때의 삭감 경험으로 천식흡입제의 처방을 어려워하는 원장님들의 하소연을 지금도 듣고 있다.
대다수의 개원의들은 천식 환자에게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하는 약제를 굳이 특정내역 기입까지 요구하는 심보를 이해할 수 없다. 이것은 감기약 처방할 때 감기 증상을 특정내역에 넣어야 약제가 인정된다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흡입복합제가 ICS단독제에 비해 부작용 빈도가 높아서 급여기준을 까다롭게 만들었다면 이보다 부작용이 많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도 처방할 때마다 특정내역 기입를 하도록 강제했어야 맞다.
또 흡입복합제가 국내 도입 당시에 약가가 높아 그랬다고 치자. 비용효과성을 중시하는 정부이니까. 하지만 지금은 그 논리가 맞지 않으며 심지어 반값 가까이 인하된 약제도 있다.
흡입복합제는 흡입스테로이드 단독요법에 비해 천식 증상, 야간 증상을 감소시키고, 폐기능을 호전시키며, 흡입속효성베타작용제의 사용을 감소시키고, 천식 악화의 발생을 줄이며, 천식 관련 입원 위험을 감소시킨다.
우리나라의 천식으로 인한 입원율이 높다고 하면서 그 입원율을 줄일 수 있는 약의 사용은 급여기준을 까다롭게 만들어 놓았으니 어처구니가 없다.
천식은 2013년부터 적정성평가 대상 질환이다. 또한 심사체계 개편으로 주제별 분석심사 대상 질환이다. 진료의 질이 좋다고 평가받으려면 흡입제 처방률이 높아야 한다. 이렇게 사용이 권장되는 약제에 대한 처방을 귀찮게 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흡입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하려는 의도가 도무지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또한 시작부터 의료계가 반신반의하였던 분석심사는 '의학적 타당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심사제도라고 정부와 심평원은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 흡입복합제의 처방도 '의학적 타당성'에 근거해 처방하도록 급여기준을 허가사항 또는 진료지침에 따라 처방하도록 내버려 둬야 맞다.
진료지침에서 엄연하게 1-2단계의 천식 환자에서도 흡입복합제를 1안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권고하고 있지 않은가?
정부에 묻고 싶다. 진정 흡입제 처방률을 올리고 싶은가?
먼저 흡입복합제의 현재 급여기준을 없애라. 의사에게 처방을 맡겨라. 병명만 기입되어 있으면 삭감하지 말고. 돈 드는 일도 아니다. 20년 가까이 지속되어온 타성에 젖은 해당 약제의 급여고시를 제발 삭제하라.
둘째 흡입제 교육·상담 수가가 아까우면 양호기관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인센티브를 후하게 제공하라. 여기에는 돈 좀 써라. COPD 인센티브처럼 쩨쩨하게 굴지 말고. 주지 않으려면 흡입제 처방률이 낮다고 탓하지도 말고.
마지막으로 천식 흡입제에 대한 대국민 교육·홍보를 적극적으로 시행해라. 이유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앞으로는 흡입복합제를 처방하면서 특정내역에 기계적으로 '부분 조절되지 않는 천식'이라는 문구를 영혼 없이 넣어야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