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비용 많이 드는 공공의대 설립보다 훨씬 효율적
재교육 프로그램 중요…공공보건의료 유인 방안 마련
사회적 기여뿐 아니라 삶의 질 제고 통한 자기 개발 가능
은퇴의사(65세 이상 원로의사 포함 상근 의료직을 떠난 의사)를 활용해 일차의료 강화를 구현할 수 있으며, 사회 기여 방안의 일환으로 감염병 재난 등 국가 위기 상황에서 공공보건의료서비스 참여를 모색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또 은퇴의사의 공공보건의료 참여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내실 있는 재교육 프로그램의 중요성도 제기됐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최근 발간한 <의료환경 변화에 따른 원로의사의 사회적 기여 방안> 연구보고서를 통해 은퇴의사 관련 다양한 선행연구의 설문조사, 해외 사례 등을 살피고, 사회적 기여 방안으로서 공공보건의료 관련 활용 방안을 제안했다.
재교육 프로그램은 커뮤니티 케어 등 일차의료 의사 역할 수행에 방점이 찍힌다.
대학병원 교수나 기초의학자의 경우 커뮤니티 케어가 생소할 수 있기 때문에 대한의사협회, 대한가정의학회, 대한노인의학회 등이 주도하는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교육을 통해 향후 5∼10년 동안 커뮤니티 케어를 담당할 수 있도록 한다.
교육 내용에는 기본공통교육으로 ▲노인 질환, 만성질환 중심의 질병에 대한 지식과 술기 ▲최신 의료정보 취득 방법 및 비대면 진료 기술 ▲공공보건의료와 커뮤니티 케어 및 의사 윤리학적 관점 ▲책임성·포괄성·조정성·지속성 등 일차의료 핵심 속성 등이 포함된다. 또 기본 교육 외에 각각의 공공보건의료 기관 및 커뮤니티 케어 담당기관의 수요에 맞게 공공보건의료 서비스 내용으로 구성한다.
지원 정책으로는 재교육 프로그램 이수자에 대한 인센티브(예: 연수평점 부여, 세제 혜택, 재교육 비용 정부 부담)와 일정 지역 근무 강제성 부여 방안도 제시됐다.
공공보건의료 참여에 대한 동기 부여 필요성도 노정됐다. 은퇴의사를 공공보건의료에 유인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조건에 대한 세심한 고찰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은퇴의사의 공공보건의료 활용 방안은 의료 인력 정책 관점에서도 이점이 많다.
공공의료인력 양성을 위해서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공공의대 설립 등 구조적 접근보다는 은퇴의사가 의료소외지역에서 교육이나 진료를 제공하는 과정적 개혁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견해다.
해외에서도 은퇴의사를 활용해 의료취약지나 의료인력 부족 상황에 대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사협회는 의료취약지역 의사 파견을 위해 '닥터뱅크제도'를 운영 중이다. 이 제도를 통해 육아 및 출산 등의 이유로 경력 단절이 된 여자 의사들을 대상으로 구인·구직제도를 만들어 지역사회 의료로 재진입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미국은 시간제나 상시 근로를 원하는 각과 전문의들을 일차의료에 재취업하는 일을 지원하고 있으며, 진료을 쉬거나 하지 않던 의사를 위한 재교육 프로그램인 'The Physician Retraining and Reentry Program for primary care physician'을 운영하고 있다. 또 감염병 등 국가적 재난 사태에서 의료진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은퇴의사 활용가이드를 제시하고, 의료현장에 복귀를 원하는 은퇴의사들의 진입을 돕고 있다.
이와 함께 네바다주의 경우 의료인 상호간 교육을 통한 보건의료인력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은퇴 전문의가 사회적 기여방안으로 노인을 돌보는 의료인을 교육하는 과정이다.
이 밖에 영국·캐나다·호주 등에서도 코로나19 상황에서 은퇴의사를 재소집하거나 면허를 인정해 의료인력 부족 사태에 대처하고 있다.
은퇴의사의 사회적 기여 방안과 공공의료 활용에 대한 FGI(포커스 그룹 인터뷰) 결과도 소개했다.
FGI에서 참여자들은 지방 및 필수 인력 수급이 어려운 상황을 의료환경 변화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후배 의사를 교육·수련하는 교육자 입장과 공공의료·커뮤니티 케어 활동을 위한 피교육자 입장을 동시에 취해야 한다고 이해하고 있었다.
또 첨단 검사 등을 이용하기보다 진료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를 진단하는 은퇴의사들이 일차의료에 적합하다고 생각했으며, 젊은 의사보다 업무 부담이 적기 때문에 적은 경제적 보상을 받아들이기 쉽다는 데도 공감을 표했다.
연구보고서는 은퇴의사의 면허 갱신 및 관리 강화 필요성도 짚었다. 은퇴의사, 특히 70세 이상 고령 의사에 대한 불안을 불식하고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신체적·정신적 질환과 관련된 면허신고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견해다.
우봉식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임상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원로의사의 활용은 국가 보건의료 자원 중 가장 중요한 의사 인력의 활용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제"라며 "일본도 인구 고령화로 인해 의사 인력 역시 고령화되면서 신체적·정신적으로도 아직 일할 수 있는 원로의사들이 급성기 병원에서 정년을 맞은 후 회복기 또는 만성기 병원에서 의사로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같은 사례들을 참고해 원로의사들이 풍부한 임상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공공보건의료 분야 뿐만 아니라 일차의료, 지역 중소병원 등에서 정년 후 활동을 통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건강한 노후를 누릴 수 있도록 조직적인 관리와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