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식탁

따뜻한 식탁

  • 김경수 원장(부산시 금정구·김경수내과의원)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2.12.31 06:00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따뜻한 식탁

식탁은 외로움을 지우기 위한 경제적인 장치이다.
식탁 위에 꽃병을 놓고
꽃병에 물을 부으며 장황한 이야기를 하고
식기를 놓으며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고
소문을 부풀리고 놀라기도 한다.
식탁 위에는 세계여행기 책이 놓이기도 하고
저녁이 되기 전에 이웃집 남자의 그림자가
일어나 울었다는 이야기도 호들갑을 떤다.
하루의 일과日課가 시든 꽃이 되어
이야기는 벌써 식상한 담론이 되었지만
식탁 앞에 앉았는 사람들은
심각하고 재미있는 표정을 짓는다.
식탁보에는 저녁 하늘에서 내려온 별들이 촘촘히 박혀있다.
세숫대야에 떨어지며 내는 빗방울의 소리처럼
이웃이 문을 두드리는 순간은 아름답다. 
찻잔이 넘어져 차가 흘러서 만드는 둥근 자국에서
커피색 구름이 일어난다.
식탁에는 헤어짐이 없기 때문이다. 
식탁에는 만남이 만남을 부르기 때문이다. 
식탁에서는 대화가 장엄한 풍경을 이루고
새로운 상상으로 무장한 신선한 대화를 초대하고 
커피잔이 사람을 잘 이해해 주기 때문이다. 
새빨간 거짓말일 수도 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무수한 상상의 날개로 인해 외로움이 지워지는 것이다. 
실체보다는 현상이 더 아름다울 수가 있기 때문이다. 

김경수
김경수

 

 

 

 

 

 

 

 

 

▶ 부산 김경수내과의원장/<현대시> 등단(1993)/시집 <하얀 욕망이 눈부시다> <다른 시각에서 보다> <목숨보다 소중한 사랑> <달리의 추억> <산 속 찻집 카페에 안개가 산다>/<시와사상> 발행인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