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사회 함께 사용…전국 아우르는 중앙회
6·25 한국전쟁 '위기' 회원 단결력·임원 리더십 발휘 성금 답지…1960년 화재 소실
대한의학협회가 전국을 아우르는 전문가단체로 대내외적인 위상을 확고히 한 계기는 1955년 11월 12일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92-28번지 옛 의친왕궁을 매입, 자체 회관을 확보하면서부터다. 회관 건립을 위한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1955년 11월 12일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192-82번지 옛 의친왕궁(사동궁) 일부를 매입, 처음으로 자체 회관을 마련했다.
1960년 11월 화재로 소실되기까지 5년 동안 회무가 이루어졌다. 당시 회관은 서울시의사회와 함께 사용했다. 회원들이 거액의 성금으로 마련한 종로구 관훈동 의협 회관은 6·25 한국전쟁의 와중에 중단된 <대한의학협회지>를 복간하고, 회장의 임기를 1년에서 2년으로 바꾸는 회칙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등 도약을 위한 터전이 됐다.
서울 수복 2년 만에 의협이 자체 회관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전후 혼란 속에서도 의협 회원들의 단결력과 집행부 임원들의 리더십을 꼽을 수 있다. 1958년 6월 열린 정기총회에서는 모자란 회관 매입 기금을 확보하기 위해 의사면허증을 교부할 때 신입회원에게 의협 입회금으로 1만 5000환씩 징수하는 안을 상정, 격론 끝에 1만환을 걷기로 결정했다. 당시 회원 1인당 성금 규모를 현재 수준으로 환산하면 최소 200∼3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당시 금성사 신입사원 한 달 월급 6000환). 회관 매입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200∼300만원 가량의 성금을 납부했다는 사실은 의협 회관 건립을 희망하는 회원들의 바람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 화재로 첫 자체회관 소실…약사회관서 더부살이
그러나 애석하게도 회원들이 피땀 흘려 마련한 관훈동 회관은 1960년 11월 7일 예기치 못한 화재로 각종 서류는 물론 비품과 집기가 하루 아침에 잿더미가 되는 불상사를 맞았다. 의사협회지 발간도 2개월 동안 중단됐다.
첫 의협회관인 관훈동 회관 화재는 큰 손실과 후유증을 불러왔다.
당시 12대 윤치왕 회장 집행부는 취임 한 달 만인 11월 13일 화재 사고의 책임을 지고 총사퇴해야 했다. 직전 11대(1959년 10월 9일∼1960년 10월 8일) 정구충 회장이 13대 회장에 취임, 1961년 9월 2일까지 직무를 수행했다.
어렵사리 마련한 첫 자체 회관이 화재로 소실, 졸지에 길거리에 나 앉아야 했던 의협은 한동안 종로구 관철동에 있던 약사회관 건물로 사무실을 옮겨 더부살이를 해야 했다.
■ 두 번째 쌍림동 회관, 부채 문제 얽혀 1년 만에 매각
약사회관에서 더부살이 하던 의협은 이사회 결의를 거쳐 1961년 1월 14일 관훈동 대지를 매각하고 3월 11일 서울시 중구 쌍림동 151-10번지 건물을 매입해 입주했다.
하지만 회관 입주 후 건물 부채 문제가 얽히면서 한동안 적지않은 후유증에 시달렸다. 어렵사리 매입한 쌍림동 회관은 불과 1년 만인 1962년 5월 11일 3000만환에 매각하고 그해 6월 서울역 앞에 있던 구 세브란스병원(중구 남대문로 5가 115)에 임시 사무소로 이전해야 하는 곡절을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