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대리 사망확인 및 진단서 작성 '의료법 위반'
"검안·사망진단, 의사의 고도 전문적 지식·경험 필요"
의사 부재중에 입원환자가 사망, 간호사가 의사 명의로 사망진단서를 작성·발급한 행위에 대해 대법원이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판단했다. 한의사 초음파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서는 '무죄'를 판단했던 대법원이 이번에는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명백히 갈음, 눈길을 끈다.
대법원은 12월 29일 간호사가 사망진단서를 작성한 데 대해 간호사와 의사 모두가 유죄라고 봤다. 간호사는 '의료면허 이외 의료행위' 의료법 위반죄, 의사에는 의료법위반 교사죄를 적용한 원심을 확정한 것이다.
사건은 2014년부터 시작됐다. A의사는 2014년 1월 1일부터 2015년 5월 20일까지 의료기관에서 외래진료나 퇴근 등 부재 상황에서 간호사들에 환자 사망여부를 확인하고, 사망진단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간호사들은 해당 지시를 수행, 직접 환자들의 사망여부를 확인한 뒤 A의사가 환자 진료일지에 미리 기재한 사망원인을 보고, 사망진단서를 대리 작성, 환자유족들에게 사망진단서를 발급했다.
1심과 원심 재판부의 판단은 갈렸다. 1심에서는 간호사들의 행위가 "사회통념상 허용될 만한 행위"라고 판단,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원심에서는 달랐다.
원심에서는 의사와 의료기관 운영자에게 각각 벌금 100만원의 선고유예를, 간호사들에는 벌금 30만원의 선고유예를 선고, 모두 '유죄'라고 판단했다.
원심 재판부는 간호사가 사망여부를 확인하고, 사망진단서를 발급한 행위가 사회통념상 허용될만한 정도라고 볼 수 없다고 봤다.
판결에서 "검안 및 사망진단 역시 의사 등의 고도의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필요로 한다"면서 "사람의 생명, 신체 또는 일반 공중위생에 밀접하고 중대한 관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환자와 환자 유족들의 원활한 장례절차를 위해 검안 및 사망진단서의 신속한 발급이 필요한 것과 같은 이익이 의사가 환자의 사망을 확인하고 사망진단서 등을 발급하게 해 일반 공중위생에 발생할 위해를 막기 위한 보건상 이익보다 크다고는 할 수 없다고 정리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원심 수긍', 모두 유죄로 보는 것이 맞다는 것이었다. 쟁점은 간호사인 피고인들의 행위가 '무면허 의료행위'인가 였다.
대법원은 사망의 진단은 의사 등이 환자의 사망 당시 또는 사후에라도 현장에 입회해서 직접 환자를 대면해 수행해야 하는 의료행위이라고 봤는데, 특히 "간호사는 의사 등의 개별적 지도·감독이 있더라도 할 수 없다"라면서 면허 범위를 명확히 정리했다.
이번 대법원 판단은 사망의 진단이 사망 사실과 그 원인 등을 의학적·법률적으로 판정하는 의사의 의료행위라는 첫 판례가 나왔다는 데 의의가 있다.
대법원은 '구 의료법 제17조 제1항이 사망의 진단 결과에 관한 판단을 표시하는 사망진단서의 작성·교부 주체를 의사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사망 여부와 사망 원인 등을 확인·판정하는 사망의 진단은 사람의 생명 자체와 연결된 중요한 의학적 행위이며, 그 수행에 의학적 전문지식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