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왜 암 진단 지연시킨 한의사 죄 안 물었나?

기획 왜 암 진단 지연시킨 한의사 죄 안 물었나?

  • 홍완기 기자 wangi0602@doctorsnews.co.kr
  • 승인 2023.01.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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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탄] 한의사 초음파, 업무상 과실치상 다루지 않은 이유는?
죄 입증 불명확성 및 검사 기소 단계 '아쉽다' 평가도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그래픽=윤세호 기자] ⓒ의협신문

한의사 초음파 사용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무죄'였다. 판단의 타당성 미흡이나 의료계의 분노와는 별개로, 한의계는 다음 단계를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최종이 아닌 '파기 환송'. 이에 미약하게나마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는 상황이다. 의료계는 판결 무효를 목표로 1인 시위, 삭발, 대국민 홍보, 대표자 회의, 규탄 기자회견 등 쉼 없는 반발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법조인들은 전체 파기 환송 사건 대비 그 확률을 따진다면 1%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Next Step. 의료계가 대비해야 할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의협신문]은 파장이 커지고 있는 한의사 초음파 사용 판결과 관련, 판결문의 한계와 기소 단계의 아쉬움을 짚고 실질적인 향후 대응 방안 등을 예측해 봤다. 

[기획] 한의사 초음파 사용 어떻게 막을 것인가?

1탄. 대법원 판결문, 그런데 허점이 너무 많아
▶2탄. 왜 암 진단 지연시킨 한의사 죄 안 물었나?
3탄. 대법원 판결은 한의사 초음파 '허용'이 아니다!

대법원은 왜 암을 지연시킨 한의사 죄를 묻지 않을까?

한의사 초음파 사용에 '무죄'를 판결한 대법원. 의료계는 분노했다.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이라는 것. 의료법상 허용되지 않은 초음파를 68회나 시행하면서 환자의 암을 발견하지 못했고, 전원을 하지 않아 조기에 암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은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대법원은 한의사가 암을 발견하지 못했다거나 전원을 하지 않아 암 진단을 지연시켰다는 등의 내용을 다루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해답은 '기소 이유'에서 찾을 수 있다. 동 사건은 재판 시작부터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즉 '면허 외 의료행위'로 인한 의료법 위반만을 다루고 있다.

검사는 형사사건에 대해 법원의 재판을 청구하는 신청을 할 수 있다. 이를 공소의 제기, 또는 기소라고 한다. 여기서 법원은 검사가 제기한 기소 이유만을 두고 판결을 내린다.

애초에 '기소' 이유에는 한의사의 오진이나 전원 불이행으로 인한 진단 지연 초래 등은 다루지 않았던 것이다. 기소 당시에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하지만 사건 당시로 다시 돌아가 볼 수는 없는 상황. 실제 왜 그랬는지를 알기는 어렵다. 다만 법조계 인사들의 분석 등을 통해 그 이유를 추정해 봤다. 

"환자가 의료법 위반만 고소해 검사가 해당 내용만 수사했을 수 있다"

형사사건은 피해자의 고소로 시작될 수 있다. 이를 법률용어로는 '사건의 개시'라고 한다. 검사는 피해자가 고소한 내용을 보고 사건을 수사한다. 이때 고소 내용 외 수사도 가능하지만, 고소 내용만을 수사하는 경우도 많다.

A변호사는 "동 사건의 사실 여부는 모르지만, 한의사를 피해자가 의료법위반으로만 고소했고, 이걸 검사가 그대로 의료법 위반으로만 기소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만약에 의료법위반 외로 건다면, 업무상과실치상 정도를 걸 수도 있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A변호사는 "어떤 분들은 업무상과실치상 부분은 초반에 합의했을 수도 있다는 추정을 내놓기도 했다"면서 "하지만 만약 그랬다면 양형사유 등 어떤 형태로건 판결문에 남겼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일러스트=윤세호기자 seho3@kma.org] ⓒ의협신문
[일러스트=윤세호기자 seho3@kma.org] ⓒ의협신문

"업무상과실치상 성립요건이 안됐다고 봤을 수 있다"

앞서 언급된 업무상과실치상은 업무상 필요한 주의를 게을리 하거나 사람에게 상해를 준 경우, 그 가해자에 대해서 주어지는 형벌이다. 흔히 의료분쟁에서 주의의무 위반이나 설명의무 위반 등이 자주 언급되는데 이들은 모두 업무상과실치상에 해당한다.

형사 범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피해 정도에 따라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형사상 처벌과 별개로 피해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까지 지게 될 수 있다.

B변호사는 "검사가 해당 사건에서 한의사 초음파 행위를 업무상과실치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며 "직접적으로 해당 행위를 통해 위해를 끼친 건이 아니기 때문에 진단을 놓친 부분을 상해로 판단하기 까다롭다고 여겼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환자의 암 발생을 특정하기 어려웠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C변호사는 "확실한 상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암 발생시기가 정확해야 한다"며 "68회 초음파 이후 암이 급격히 악화됐거나, 한의사 초음파 이전 자궁내막증을 진단한 병원에서 암을 놓쳤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봤다.

더불어 "의료계에서도 자궁내막증이라고 해서 모두 암으로 가는 것은 아니라고 들었다"며 "오진으로 인한 지연을 상해로 볼 수 있는지 여부 역시 판단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고 덧붙였다.

초기 자궁내막증 시기에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았으면 좋았졌을 가능성도 있지만, 모두 확률적인 이야기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론적으로, 그간의 재판 경향이나 의료법상 '위법'인 무면허 의료행위로 기소하는 것이 가장 명백하고, 입증하기도 수월했을 거라는 예상이 나온 것이다.

더불어 형사재판의 경우, 형사소송법에 따라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 이에 진단 기록이나 초음파 영상 기록 등의 미비로 인해 증명이 어려웠을 가능성도 있다.

"나였다면, 업무상과실치상과 사기죄까지 함께 기소했을 것"

여러 추측이 나온 가운데 직접 "나였다면, 업무상과실치상과 사기죄까지 기소했을 것"이라는 발언도 나왔다. 직접적으로 검사의 기소에 대한 아쉬움을 밝힌 셈이라 더욱 주목된다.

임무영 변호사(임무영 법률사무소, 검사 출신)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포인트만 잘 잡아서 진행했다면 업무상과실치상과 사기죄가 성립됐을거라고 본다"고 밝혔다.

환자의 상태를 빨리 진단하지 못하고, 전원을 지연시킨 것 역시 명백한 과실이라는 의견도 더했다.

임무영 변호사는 "자궁 내막암 2기가 되기까지 방치한 것을 과실로 보고 진행했어야 한다고 본다"며 "한의사의 치료 자체에서 과실을 찾으려고 하다보니 이를 논리적으로 잘못을 짚기 어려웠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기죄는 대표적인 거짓말 범죄. 사람을 기망해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경우 및 제3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하는 죄다.

동 사건에서는 한의사 초음파가 아직 비급여 행위로도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초음파 시행비용을 받지 않았을 터. 이에 대한 사기죄 적용이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다.

임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치료할 수 없는 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한 것 자체가 거짓말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여기서 검사는 이를 사기죄로 걸었을 때, 한의학의 존재 자체를 부인할 수 있다는 생각에 쉽지 않았을 것 같다"고 추정했다.

또 "환자 상태가 나쁘다는 것조차 몰랐다면, 그리고 그러한 판단 능력조차 없었다면 더욱 문제"라면서 "환자가 의료기관을 찾는 이유는 불편함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진찰한 뒤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든다면, 그 즉시 전문적인 병원으로 전원시켜야 했다. 이 지점에서 업무상과실치상과 사기죄를 모두 적용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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