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긴급 총회 열어 기재부 결정 불수용 결정…대국민 호소문 배포
국립중앙의료원(NMC) 신축·이전 사업 축소를 결정한 정부 방침에 대해 부당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번엔 NMC 총동문회에 이어 현직 전문의협의회가 나섰다. NMC 전문의협의회는 정부의 사업 계획 축소와 관련 1월 16일 긴급 총회를 열어 압도적인 비율(98%)로 기획재정부 결정(본원 526병상 포함 총 760병상)을 불수용키로 결정했다. 1월 17일에는 '대국민 호소문'을 배포했으며, 1월 19일부터 신축·이전 축소 계획을 규탄하는 피켓 시위에 돌입했다.
이소희 NMC 전문의협의회장은 "공공병원 진료가 절실한 취약계층 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국립중앙의료원이 처한 참담한 실태를 직시하고 축소 이전 계획을 철회할 때까지 시위를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소희 NMC 전문의협의회장과 조필자 NMC 총동문회장은 1월 16일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공공의료의 백년대계를 위해 국립중앙의료원이 바로 설 수 있도록 해 달라"며 의료계의 협조를 요청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 협의회 대국민 호소문
코로나19로 고통스러운 시대를 이겨내고 계시는 국민 여러분께
그동안 국립중앙의료원은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사스, 메르스 등 국민들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각종 위기와 재난 시에 국가 중추 의료기관으로서 소임을 다하고자 최선을 다해왔습니다.
또한 1958년 외국의 원조로 지어진 노후화된 시설과 민간 의료기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인력과 규모로 국민들이 기대하는 최상의 진료를 제공하지 못함을 안타깝게 여기며 정부가 약속한 대로 하루빨리 제대로 된 신축 이전이 되기를 지난 20년간 소원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기획재정부에서 발표한 국립중앙의료원 신축 이전 사업 축소 결정은 현재의 병원 규모로 건물만 새로 지으라는 통보로 국가의 미래를 위해 절대 받아들일 수 없어 다음과 같이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며 지지를 호소합니다.
기획재정부에서 통보한 신축·이전 사업 규모로는 국립중앙의료원이 부여 받은 필수중증의료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습니다.
그간 정부는 시장 논리로 충족되지 않아서 국민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외상, 응급, 감염병, 심뇌혈관질환, 모자의료 등 필수중증의료 분야에 대해 국립중앙의료원의 기능 강화를 통하여 인프라를 마련할 것으로 국민들에게 약속해 왔습니다.
그러나 본원(모병원)의 규모를 늘리지 않고 감염과 외상 병동만 추가로 얹는다고 필수중증의료 기능이 강화되는 것이 아닙니다. 본원에 다양한 분야의 의료진과 우수한 진료 역량이 평소에 구축되어야 적시에 필수 중증의료 대응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감염병 위기 등의 재난 상황 시에 필수의료 및 의료안전망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필수의료의 국가중앙병원으로서 임상적 리더십을 발휘하며 지방의료격차를 해소하는 중심기관으로서 높은 수준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총 1000병상 이상 (본원 800병상)의 규모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해외 유수 감염병병원의 경우에도 모병원(본원)은 감염병 위기 시 감염병 병원을 지원과 동시에 일정 규모 이상의 필수병상을 유지하기 때문에 대규모의 모병원을 운영합니다(싱가포르 탄톡생병원: 음압격리병상 330병상, 모병원 1720병상/홍콩 감염병센터: 음압 격리병상 108병상, 모병원 1753병상/독일 샤리떼병원: 음압 격리병상 20개 병상, 모병원 3001병상).
기획재정부에서 통보한 신축·이전 사업 규모로는 공공병원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의료취약계층에 대한 적절한 의료제공도 불가합니다.
국립중앙의료원 전체 내원 환자 중 의료급여환자 등 취약계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상급종합병원 대비 월등하게 높습니다.
특히 복합적 질환과 임상적 난이도가 높은 질환을 가진 취약계층 환자에 대한 적정한 진료는 국립중앙의료원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사회적 약자에게 적정진료를 제공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만 새로 짓는 병원마저 병원 규모의 한계로 인해 취약계층에게 적정진료를 할 수 없다면 우리나라 공공의료의 안전망은 포기해야 합니다.
국가 공공의료 중추 의료기관인 국립중앙의료원의 발전을 위한 계획이 과연 있는지 정책 당국에 묻고 싶습니다.
정부는 신축 이전 사업 규모를 진료권 내 병상 초과 공급 현황과 국립중앙의료원의 낮은 병상이용률을 고려하여 축소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국립중앙의료원이 감염병 위기 등의 재난 상황 시 필수의료 및 의료안전망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진료권 내 병상 수라는 산술적인 기준으로 규모가 결정되어서는 안 됩니다.
최근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겪으면서 의료진과 의료취약계층의 희생을 통해 우리 사회가 얻은 교훈이 무엇인지 정책당국이 명확히 인식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엔 기존 의료기관과 비슷한 또 하나의 상급종합병원이 아니라 그동안 없었던 제대로 된 국가 병원이 필요하며 우리 사회와 미래 세대 위해 지금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기재부가 지적한 낮은 병상이용률에 대해, 국립중앙의료원 신축 이전 논의가 20년 넘게 지지부진한 가운데 제대로 된 투자도 없었던 것과 메르스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입원해 있는 기존 환자들을 억지로 내보내 가며 감염병 대응을 하게 한 요인을 고려하였는지 궁금합니다.
의료기술은 날로 고도화되고 있고 공공의료의 중추적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정 투자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현재 수준의 규모와 기능으로 국립중앙의료원 현대화 사업이 진행되면 국가가 기대하는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것이 명백하고 이는 고스란히 국민의 피해로 이어지게 됩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1958년 전쟁 후 혼란 속에 외국의 원조를 받아 개원한 이래 처음으로 제대로 된 현대화 사업 시행을 앞두고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 공공의료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사안입니다. 이에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협의회는 국가 중심 병원으로 제대로 기능할 수 있는 신축 이전을 정부 당국에 강력히 요구하며 국민들의 이해와 지지를 호소합니다.
2023년 1월 17일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협의회 회원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