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탄] NEXT STEP, 비급여·급여권 진입 막아야...어디서?
행위목록 등재 시도 예상...'신의료기술·심평원·건정심' 단계 남아
윤석열 정부의 '비급여 관리 강화 기조'…보건복지부의 선택은?
한의사 초음파 사용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무죄'였다. 판단의 타당성 미흡이나 의료계의 분노와는 별개로, 한의계는 다음 단계를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최종이 아닌 '파기 환송'. 이에 미약하게나마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는 상황이다. 의료계는 판결 무효를 목표로 1인 시위, 삭발, 대국민 홍보, 대표자 회의, 규탄 기자회견 등 쉼 없는 반발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법조인들은 전체 파기 환송 사건 대비 그 확률을 따진다면 1%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Next Step. 의료계가 대비해야 할 다음 단계는 무엇일까? [의협신문]은 파장이 커지고 있는 한의사 초음파 사용 판결과 관련, 판결문의 한계와 기소 단계의 아쉬움을 짚고 실질적인 향후 대응 방안 등을 예측해 봤다.
[기획] 한의사 초음파 사용 어떻게 막을 것인가?
1탄. 대법원 판결문, 그런데 허점이 너무 많아
2탄. 왜 암 진단 지연시킨 한의사 죄 안 물었나?
▶3탄. 대법원 판결은 한의사 초음파 '허용'이 아니다!
'대법원이 한의사 초음파 사용을 허용했다'.
해당 판결에 대한 납득 여부를 넘어 모든 단체들이 이번 판결문을 해석하는 방식이다. 대법원이 초음파를 사용해 자궁내막암을 진찰한 한의사의 행위를 유죄로 보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사용에 대해 죄를 묻지 않는다는 것이 곧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에 대한 허용을 뜻할까?
실제 현장에서 실시되기 위해서는 한의사 초음파 의료행위가 국가에서 관리하는 '의료행위'로 인정받아야 한다. 행위 목록에 등재돼야 한다는 얘기다.
아무리 면허권을 소지한 의료인이라고 해도 아무 시술이나 환자에게 적용할 수는 없다. 이러한 규제 없이 적용되는 시술은 그야말로 임상실험이 될 수 있다.
한의계의 NEXT STEP. 그것은 바로 '실질적 의미의 허용'을 위한 행보일 것이다. 이를 위해 한의계가 취할 수 있는 루트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또 생각보다 만만치 않은 각 단계들이 마련돼 있다.
실제 대법원 역시 보도자료를 통해 '한의사의 초음파 행위에 대한 급여청구를 인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분명히 한 바 있다. 의료계가 굳이 대법원의 결정을 실질적 '허용'으로 폭 넓게 해석해 줄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의협신문]은 의료계가 '실질적인' 한의사 초음파 사용을 막을 수 있는 각 단계를 짚어봤다.
'신의료기술 평가 여부'
한의사 초음파 행위를 급여·비급여로 인정받기 위한 방안으로는 먼저 신의료기술평가를 거치는 방안이 있다.
신의료기술평가제도는 2007년부터 도입된 것으로, 국민에게 사용되기 전에 안전성·유효성을 분석·평가해 시장 진입 여부를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이는 곧 새로운 의료기술의 유일한 진입 통로라는 의미다.
한의계에서도 신의료기술을 신청해 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한의 의료기술은 기존 행위가 포괄적이고, 구체적이지 못해 새로운 기술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특성이 있다. 하지만 '경혈 자극을 통한 감정자유기법'이 한방 의료행위 중 처음으로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으면서 새로운 활로가 찾았다는 자평이 나오기도 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초음파'의 경우 경혈두드리기처럼 한방 의료행위에서 출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용자에 따라 신의료기술평제도를 다시 해야하는가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사안이라는 것.
이는 기존 사례 등을 통해 알 수 있는데, 이들 모두 신청 이후 평가 여부 결정이 보류된 상태기 때문이다.
이미 초음파 처럼 기존에 의과에서 사용하고 있는 기술을 한의과에서도 공동사용하기 위해 신청한 경우가 (10건 내외정도지만) 있다. 하지만 의과·한의과 공동 사용 여부에 대한 결정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제도적인 판단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신의료기술평가 허용 여부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먼저 심의하게 될 것"이라며 "심평원에서 평가 가능 여부를 평가한 뒤 실질적인 평가는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에서 진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한의계 초음파 사용을 통해 어떤 상병을 진단할 것인가도 문제다. 아직 한의계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정리가 되지 않은 걸로 안다"며 "이는 한의계 입장에서도, 정부 차원에서도 쉽지 않은 길"이라고 덧붙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한방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직역 구성은?
한의계의 다른 루트는 심평원 산하 한방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한방 의료행위'로 인정받는 방법이 될 것이다.
한의계는 이 루트를 밟을 가능성이 더 높다. 기존에 의과에서 사용하고 있는 기술을 한의과에서도 공동사용하기 위해 신의료기술을 신청한 경우, 성공 사례가 없었다는 점에서다.
한의계가 심평원에 한방의료행위 목록 등재를 신청할 경우, 건정심 산하 전문평가위원회에서 이를 먼저 평가하게 된다. 이때 '관련 위원회'가 평가하게 되기 때문에 한방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가 '한의사 초음파'를 다룰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심평원 한방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는 어떻게 구성돼 있을까?
해당 위원회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추천을 받아 임명 또는 위촉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규정에 따라, 400명 내외로 구성하게 돼 있다. 현재(2022년 12월 12일 기준)는 총 351명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물리적으로 351명의 모든 위원이 이를 논의하진 않을 터. 해당 사안을 진짜 논의하는 위원들은 누굴까.
심평원 의료기술등재부는 해당 질의에 "매 회의 시마다 학회 5인 이내, 건보공단·심평원 각 1인, 소비자단체 4인, 학계·전문기관 종사자 4인, 협회 6인, 식약처·보건복지부 공무원 각 1인의 23명 내외 위원을 구성한다"며 "학회 및 학계·전문기관 종사자는 무작위 추출로 선정되고, 나머지는 고정 참석 위원"이라고 설명했다.
단 "무작위 추출 부분은 안건에 따라 전문분야 추출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안건에 따라 전문분야 추출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관련 전문가 분야'는 한방 관련 전문가로, 자칫 한의계 관계자 비중을 늘려 임의 추출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의료계는 위원회 구성 단계의 위험성을 미리 인지, 실질적으로 논의에 들어갈 직역의 형평성을 요구해야 한다. '초음파'는 기존 '경혈 두드리기'와 달리, 의료계와의 관련성이 있다는 점에서 더욱 적극적인 참여와 촉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결국 마지막 보루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만약의 경우 한의사 초음파 행위가 신의료기술평가를 통과했다 해도, 또 심평원 한방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에서 한방 의료행위 등재를 용인했다고 해도 최종 결정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하게 된다.
즉 건정심이 마지막 보루라는 얘기다. 의료계는 여기까지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단단한'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
건정심 위원은 국민건강보험법 제4조제4항에 따라 구성된다.
2023년 1월 현재는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위원장이며 가입자단체 8명, 의협(2인)·병협·치협·한의협·간협·약사회·한국제약바이오협회의 의약계 대표 8명, 정부 등 공익대표 8명이 참여하고 있다.
의약계 단체 먼저 보자면, 한의사 초음파 무죄 판결에 환영 입장을 낸 간호협회나 한의협의 경우 설득 가능성이 적어보인다.
간호협회는 대법원 판결 직후 입장을 냈는데, 간호법을 두고 대립하는 형국에 더해 간호사의 진단의료기기 허용에 대한 노림수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또 간호사들이 초음파 검사 행위에 대해 의료법위반 혐의로 고발을 당해왔다는 점에서 한의협과의 이해관계가 맞을 수 있다.
가입자 단체를 보자면 의료계에는 희망적인 메시지가 나왔다. 바로 환자단체의 '한의사 초음파' 사용에 대한 우려 입장이 나온 것.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1월 19일 논평을 통해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문제점을 짚고, 국회와 정부에 제도적·입법적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대법원의 한의사 초음파 사용 무죄 판결에 대해 환자들이 생명과 건강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나선 것이다.
환자단체연합회 역시 건정심 위원으로 참여 중이라는 점에서, 의료계에서는 큰 아군을 얻은 셈이 됐다. 또 가입자 단체들은 환자단체와 마찬가지의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의료 소비자'라는 같은 입장에서 한의사 초음파 사용에 따른 이득보다는 오진이나 오남용에 대한 우려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 역시 환자들과 같은 우려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환자단체 등 가입자 단체들과의 적극적인 교류가 필요해 보인다.
윤석열 정부의 '비급여 관리 강화 기조'…보건복지부의 선택은?
정부의 경우, 어느 한 쪽의 편을 들기는 어려운 상황. 하지만 현 정부의 '비급여 관리 강화' 기조를 봤을 때 선뜻 '한의사 초음파'를 의료체계 안에 흡수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는 최근 2021년도 건강보험 보장률 하락의 원인을 '비급여 진료' 증가에서 찾았다. 이에 올해 초부터 비급여 진료 관리 강화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선언도 이어졌다.
또 오랫동안 미뤄왔던 비급여 보고의무 등 관리 강화 정책을 하나 둘 시작하면서, 실제 비급여 관리 강화에 대한 의지를 지속 표명하고 있는 상태다.
이러한 기조대로라면, 한의계 초음파 사용의 의료행위 등재 역시 쉽지 않을 수 있다. 한의사 사용 자체만으로도 비급여·급여 등재에 대한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이지만, 타 직역에서 같은 루트를 밟을 수 있다는 점에서 후폭풍이 클 것이기 때문.
이에 현 정부의 기조와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선택을 하는 데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대법원 차원에서도 위해성 전체를 부정하지 못했기 때문에 진단에 대한 부분을 한정지어서 위해성이 적다고 했다. 치료는 따로 봤다는 얘기"라면서 "위법은 아니지만 쓰라는 건 아니란 건가? 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급여는 건강보험 재정이 직접 들어가는 문제기 때문에 진입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것이 개인적 판단"이라면서 "비급여 역시 실손보험과 연계된 부분을 고려하거나 최근 비급여 관리 강화 추세에서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