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전공의 기관 따라 수련내용 각각은 '옛말'

내과전공의 기관 따라 수련내용 각각은 '옛말'

  • 김영숙 기자 kimys@doctorsnews.co.kr
  • 승인 2023.01.30 06:00
  • 댓글 1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e-포트폴리오까지 완료..3월부터 연차별 수련교과과정 체계화 본격 시행
박중원 내과학회 이사장 "필수의료 중심은 내과...전공의 700명으로 늘려야"

박중원 대한내과학회 이사장(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알레르기내과)은 지난해 10월 취임 일성으로 "필수 진료과인 내과에 대한 정책적인 지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수련기간 단축에 따른 교육 프로그램 개선, 입원전담전문의 제도가 잘 운영될 수 있도록 해 국민들이 안전하고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계묘년 새해 2만 2354명(전문의  2만 571명, 전공의 1783명)의 회원수를 거느린 국내 최대 규모의 학회 수장으로 임기 4개월차에 접어든 박 이사장을 만나 전공의 교육, 입원전담전문의 등 내과학회의 중점 과제와 최근 의료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비대면진료, 필수의료, 수탁검사 시행령 등 의료현안에 대한 학회 입장을 들어봤다 . 

ⓒ의협신문
박중원 대한내과학회이사장이 1월 26일 대한내과학회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내과 및 의료계 현안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의협신문

Q. 코로나19 이후 정부가 한시적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면서 비대면 진료 시장이 급성장했다. 현 정부의 국정과제에도 포함되면서 '비대면 진료 제도화'가 가시화되고 있는데 비대면 진료의 중심에 놓여 있는 학회의 입장은 무엇이고, 어떤 대비를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내과학회는 기본적으로 비대면 진료에 반대입장이다. 현재의 비대면 진료는 플랫폼에 기반해 서비스하다보니 많은 부작용이 노출되고 있다. 플랫폼 기업의 난립과 약제의 무분별한 처방으로 인해 오남용의 기회가 많아졌다. 병의원도 본질적인 의사의 사명인 환자에게 최선의 의료를 제공하기보다는 플랫폼에서 수집하는 환자의 평가에 신경 쓰게 되고, 의사가 플랫폼에서 요구하는 조건에 끌려가는 것으로 보이는 사례도 발생했다고 본다. 

다만 비대면 진료가 지닌 다양한 문제점의 해결 방안이 있다면 제한된 범위에서 시범사업을 시도해볼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 도서벽지의 인프라 부족 지역, 해외 체류하는 국민,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고령의 환자, 재진 환자만 적용하는 등 지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허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내과적 질환은 처음 진단이 중요하고 한 환자에서 여러 복합적인 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비대면 진료가 대면 진료에 비해 오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시범사업을 통해 비대면 진료가 필요한 상황의 범위를 정하고, 오진의 위험을 낮추는 방안과 책임 소재에 대해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비대면 진료가 대면진료에 비해 의사 업무량의 증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합리적인 건강보험 수가 적용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학회는 합리적인 원격의료 수가 개발을 위한 연구와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내과적 질환은 처음 진단이 중요하고 한 환자에서 여러 복합적인 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비대면 진료가 대면 진료에 비해 오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시범사업을 통해 비대면 진료가 필요한 상황의 범위를 정하고, 오진의 위험을 낮추는 방안과 책임 소재에 대해 분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Q. 학회는 2017년부터 내과 전공의 수련기간을 단축하고 수련환경이나 교육 과정의 내실화에 노력해왔다. 그 과정에 어려움도 많았던 걸로 알고 있는데 현재 진행상황은 어떤가

2013년부터 정부의 전공의 정원 감축 정책이 시행되면서 내과 전공의 정원이 10% 이상 줄었고, 2017년부터는 주간 수련시간이 80시간으로 제한됐다. 더욱이 내과의 경우 수련기간도 3년으로 단축되면서 교육 수련의 효율화와 체계화가 절실하게 필요하게 됐다. 학회는 이러한 변화를 극복하기 위한 일환으로 내과전공의 수련과정의 선진화를 위한 개혁을 시작했다. 강좌 중심의 도제식 교육이나 공통된 수련교육 프로그램의 부재로 인한 한계를 반성하게 됐고, 직업전문성, 인성교육, 윤리교육이 부족했던 점을 개선했다. 전공의가 전국의 어느 수련기관에서 교육을 받더라도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표준화된 교육체계를 만들어, 핵심적인 수련내용은 꼭 수행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구체적으로 전공의 수련과정을 기존의 강좌 중심에서 역량 중심-성과 바탕 교육으로 전환해 2017년에 과거 사용하던 '내과전공의 학습목표'를 대신할 '내과전공의 수련핵심역량집'을 만들어 보급했다. 2020년부터는 보건복지부와 대한병원협회의 지원을 받은 '연차별 수련교과과정 체계화사업'에  참여해 내과전공의 핵심역량평가지침서, 책임지도전문의와 지도전문의를 위한 내과전공의 수련지침서에 이어 전공의와 지도전문의가 양방향 소통할 수 있는 웹기반의 e-포트폴리오 개발까지 모두 마쳤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16개 수련기관에서 연차별 수련교과과정 체계화사업 시범사업을 진행했고, 올해 3월에는 전체 수련기관에서 본격적으로 시행하게 된다. 장기적으로 e-포트폴리오와 전공의기록(과거 전공의수첩)이 통합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 핵심역량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재개정 작업을 통해 시대에 맞는 교육내용이 되도록 할 계획이며, 교육 동영상도 계속 업데이트해 나갈 계획이다.

Q. 최근 정부가 의료계와 필수의료 대책를 논의하고 있는 가운데 '지역·과목간 인력 격차 최소화 방안'으로 비수도권 전공의 배정을 확대하고 과목간 전공의 정원을 조정해 필수과목중심으로 전문의 정원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전공의 비율이 쟁점인데 내과 전공의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현행 6:4로 돼 있는 수도권 대 비수도권 전공의 정원 비율을 5:5로 비수도권 정원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지방 정원을 늘리는 것은 찬성하지만 학회의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 내과학회의 경우 현행 603명의 전공의 기초정원이 수도권 361명, 비수도권 242명으로 돼 있는데 기계적으로 5:5로 바꾼다면 수도권 정원 60을 비수도권수련병원으로 넘겨줘야 하는 상황이 된다. 하지만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의 내과환자의 중증도가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어서 수도권도 진료공백이 큰 문제다.

장기적으로 필수의료 중심으로 전문의가 더 늘어야 하며, 내과는 가장 중심에 있다고 본다. 지난 달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전문과목별 의사인력 수급 추계연구' 보고서를 보면 내과계의 경우 2035년까지 1만 명 이상 부족하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내과 전공의 정원을 과거 700명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늘려야 한다. 다만 전체 26개 전문과목의 총 정원이 3186명으로 고정된 상황에서 내과에 정원을 더 배정하려면 다른 과에서 정원을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과별 적정 전문의 수요를 기반으로 전공의 정원을 조정하는 보건복지부의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의협신문
1월 26일 간담회에는 박중원 이사장과 함께 강석민 총무이사(연세의대 내과/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병원장)가 배석했다. ⓒ의협신문

장기적으로 필수의료 중심으로 전문의가 더 늘어야 하며, 내과는 가장 중심에 있다고 본다. 따라서 내과 전공의 정원을 과거 700명 수준으로 단계적으로 늘려야 한다. 다만 전체 26개 전문과목의 총 정원이 3186명으로 고정된 상황에서 내과에 정원을 더 배정하려면 다른 과에서 정원을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과별 적정 전문의 수요를 기반으로 전공의 정원을 조정하는 보건복지부의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Q. 최근 10년 동안 전공의 정원 감축, 전공의 주간 수련시간 제한 등 많은 변화들로 입원환자를 케어하기 위한 의료진의 확보가 절실해지면서 내과에서 선도적으로 입원전담전문의제를 도입됐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지원을 꺼리면서 정착에 애를 먹고 있다. 학회 차원에서 입원전담전문의들에 대한 지원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최근 필수의료에 대한 논의가 다양한 수준에서 논의되고 있는데, 필수의료를 떠받치는 가장 중요한 핵심부서가 응급, 입원, 중환자 진료이다. 앞서 언급한 이유로 기존의 전공의 인력에 의존하던 시스템으로는 더 이상 고령화로 인한 수요 증가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우리 학회는 입원전담전문의를 도입할 것을 선제적으로 요청했고, 5년여의 시범사업 후 2021년부터 입원전담전문의 수가가 도입됐다. 

하지만 현재 입원전담전문의 인력은 실제 수요에 비해 크게 부족한 상황으로, 새로운 인력 유인책과 함께 기존 입원전담전문의들이 지속 근무가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개선작업이 절실히 필요하다. 현장에서는 입원전담전문의 역할을 부족한 전공의 인력 대체로 설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 경우 입원전담전문의를 단순히 전공의 4~5년차로 인식해 근무 만족도가 떨어지고, 곧 사직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입원전담전문의가 입원 진료 공백을 채우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어떻게 입원진료 전문가로 성장시킬 것인지, 그래서 향후 어떤 역할을 맡길 것인지 기관 차원의 고민이 필요하다. 내과학회에서는 지난해 규정을 개정해 산하에 연구회를 두도록 했는데 '입원의학 연구회'를  처음으로 만들어서 입원전담전문의가 다양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역량을 개발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참고로 내과학회지에 입원의학 세션을 만들어 입원의학 리뷰 논문을 게재하고 있으며, POCUS (point of care ultrasonography) 프로그램 개발, 입원의학 교과서 편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수가 현실화가 필요한데 이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해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유관 학회 및 연구회가 참여하는 입원전담전문의 운영협의체 구성도 절실하다.

현장에서는 입원전담전문의 역할을 부족한 전공의 인력 대체로 설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 경우 입원전담전문의를 단순히 전공의 4~5년차로 인식해 근무 만족도가 떨어지고, 곧 사직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입원전담전문의가 입원 진료 공백을 채우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어떻게 입원진료 전문가로 성장시킬 것인지, 그래서 향후 어떤 역할을 맡길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Q. 최근 입법예고된 수탁검사 시행령 때문에 의료계가 어수선하다. 내과계는 특히 검체검사에 대한 수요가 많다 보니 불안감이 큰데 학회 입장은 어떤가?

기본적으로 이러한 할인율이 발생하는 이유는 '저수가' 때문이다. 위탁관리료는 수탁검사기관의 검사료의 10% 수준이나 검체 채취와 보관, 결과 설명 등의 비용은 반영돼 있지 않아 위탁의료기관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검체 검사 위탁에서 할인율이라는 용어는 문제가 있다. 비용책정이 돼있지 않은 검체검사 항목의 수가를 할인이라는 편법으로 해결해 왔던 관행을 없애려면 비현실적인 위탁관리료를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며 벌점을 부과하는 규제보다는 실제적인 보상을 통해 의료의 질을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보건복지부는 건진, 검체 검사가 많이 이뤄지고 있는 대한내과학회, 대한내과의사회, 대한진단검사의학회 등과 해결 방안에 대해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며, 해결 방안을 마련한 후에 시행령을 실제로 적용할지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초음파를 놓고 한국초음파학회와 임상초음파학회가 양분돼 있다. 최근 학회가 중재에 나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진전이 있는 지 궁금하다. 

아직 큰 진행사항은 없다. 하지만 내과전문의들이 주도적으로 만든 초음파학회가 분리돼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통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 이사장으로서 두 학회와 간담회를 갖고 통합에 어려운 점 등 두 학회의 입장을 먼저 경청해 원만한 합의점을 찾아 조율할 계획이다. 

개의 댓글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