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MC 전문의협의회·총동문회, 예산 삭감 규탄 국회 앞 기자회견
기재부 조정 예산으로는 미충족 필수의료·의료안전망 제공 불가능
본원 800병상, 중앙감염병원 150병상, 중앙외상센터 100병상 이상 '필수'
"미충족 필수의료 해결과 의료안전망 제공을 막는 기획재정부의 국립중앙의료원 현대화 사업 예산 삭감은 누굴 위한 것인가?"
"국립중앙의료원을 제대로 만들지 않을 바엔 차라리 문을 닫고 민간 의료기관 중심으로 국가 감염병 대응 체계를 만들라."
국립중앙의료원(NMC) 신축 이전 사업 예산 삭감으로 본원, 중앙감염병병원, 중앙외상센터 등의 병상 규모가 당초 계획안보다 대폭 축소된 가운데 정부의 적정 투자 당위성과 필요성을 촉구하는 현직 NMC 의사들과 동문들의 간곡한 호소가 이어졌다..
NMC 전문의협의회와 NMC 총동문회는 1월 31일 오전 국회 앞에서 예산 삭감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서와 함께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두 단체는 연초부터 이어지고 있는 국회 앞 피켓시위와 함께 대국민 서명운동 등을 통해 NMC 현대화 사업의 절박성을 대외적으로 알리며 예산 삭감 철회를 촉구할 계획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소희 NMC 전문의협의회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조필자 NMC 총동문회장(선우&조신경과의원·신경과전문의), 최안나 NMC 전문의협의회 대변인(산부인과 전문의·총동문회 부회장) 비롯 협의회 임원과 회원들이 참석했다.
이소희 전문의협의회장은 먼저 축소한 예산으로는 미충족 필수의료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소희 전문의협의회장은 "정부는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감염병, 외상 등 미충족 필수의료 분야에 대해 NMC 기능 강화를 통해 인프라를 조성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해왔다"고 전제하고 "모병원 규모를 늘리지 않고 감염과 외상 병동만 추가한다고 미충족 필수의료 대응을 할 수 없다. 본원에는 모병원으로서 고위험 감염병 환자에게 동반될 수 있는 혈액투석, 정신질환, 임산부, 소아 등 감염 이외 질환에 대한 대응 능력과 숙련된 의료 인력을 갖추고 있어야 적시에 적정 진료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불시에 닥치는 재난적 의료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미충족 필수의료 대응체제를 공고히 갖추고 국가중앙병원으로서 지방의료 격차를 해소하는 중심 기관이 되기 위해서는 총 1000병상 이상(본원 800병상) 이상 규모가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해외 사례도 소개했다.
아시아 지역인 싱가포르 탄톡생병원은 음압격리병상 330병상, 모병원 1720병상, 홍콩 감염병센터는 음압격리병상 108병상, 모병원 1753 병상을 갖추고 있으며, 유럽 지역인 독일 샤리떼 병원은 음압 격리병상 20 병상, 모병원 3001병상 규모다.
의료취약계층에 대한 적정 의료 제공 역시 불가능하다. 1990년대 이후 제대로 된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낡은 시설과 턱없이 부족한 의료 인력으로는 취약계층에 대한 적정진료는 요원하기 때문이다.
이소희 전문의협의회장은 "새로 짓는 병원마저 규모의 한계로 의료취약계층에게 적정 진료를 제공할 수 없다면 우리나라의 의료안전망은 포기해야 한다"라며 "기재부의 국립중앙의료원 현대화 사업 예산 삭감은 대체 누굴 위한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수도권 병상 초과 공급과 NMC의 낮은 병상 이용률을 고려했다는 기재부의 주장도 정면 반박했다.
이소희 전문의협의회장은 "감염병 위기 등 재난 상황 시 미충족 필수의료 및 의료안전망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진료권 내 병상 수라는 산술적 기준으로 NMC 병상 규모가 결정돼서는 안 된다"라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상급종합병원이 아니라 그동안 없었던 제대로 된 국가 병원이 필요하며 제2의 코로나와 같은 위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바로 지금 만들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조필자 총동문회장은 국가 중앙병원 역할을 해온 NMC에 대한 홀대에 분노를 표했다.
조필자 동문회장은 "1958년 개원 이후 한 때 840병상까지 운영하며 최고의 의료진과 의료시설을 갖춘 명실상부한 국가중심병원으로 역할해 왔다. 1990년대 이후 대형 민간 의료기관들이 줄지어 설립되면서 우수한 의료진이 빠져나가고 병원이 노후화 되면서 현대화 논의가 시작됐지만 답보상태에 머무른지 20여년이 흘렀다"라며 "2002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사태를 비롯 2015년 메르스 위기 때는 기존 환자 진료까지 중단하고 NMC 전 구성원이 총력 대응에 나섰다. 메르스 위기 극복 과정에서 비었던 병상을 채울 무렵 코로나19 팬데믹에 맞닥뜨려 또다시 병상을 비우고 코로나19 환자를 받아야 하는 일이 반복됐다. 이 과정에서 하루빨리 현대화 사업을 통해 제대로 된 국가중심병원이 갖춰지길 고대하는 마음뿐이었다"고 토로했다.
기재부가 예삭 삭감을 이유로 꼽은 '낮은 병상이용률'(2016∼2019 4년 평균 약 70%)에는 분노와 배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조필자 총동문회장은 "2015년 민간병원에 가기 어려운 취약계층 환자까지 억지로 내보내며 메르스 대응에 나서게 하면서 일반 진료를 위축시킨 정부가 이를 근거로 투자를 제한한다는 게 말이 되나"라며 "현대화 사업 예산을 삭감하면 또 다시 감염병 위기가 닥쳐 왔을 때 NMC는 제 역할을 할 수 없다"고 통박했다.
민간 의료기관 중심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수준과 접근성을 담보했다면,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미충족 필수의료를 맡을 국가중앙병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필자 총동문회장은 "본원 800병상을 비롯 중앙감염병병원 150병상, 중앙외상센터 100병상 등 1000병상 이상 규모를 반드시 갖춰야 한다"라며 "기재부가 축소한 규모로는 국가중앙병원으로서 기대하는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며, 결국 국민의 피해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의 약속 이행도 강력하게 촉구했다.
조필자 총문회장은 "세계 수준의 감염병병원 건립과 모병원을 필수증증의료 중앙센터 역할, 지역 공공병원의 3차병원 육성 등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라며 "기재부가 통보한 NMC 현대화 사업 예산 축소는 즉시 철회돼야 하며, 보건복지부·국립중앙의료원, 질병관리청 등 3자로 구성된 공동추진단에서 마련한 기본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국립중앙의료원의 역할에 대한 고언도 이어졌다.
최안나 대변인은 "국립중앙의료원이 제 모습을 갖추면 다른 기관이나 대학병원이 할 수 없는 미충족 필수의료의 질을 높이고 국민의 의료안전망에 기여할 수 있다. 우리의 요구는 최소한의 기준"이라며 "국가병원이라는 자긍심으로 들어왔던 젊은 선생님들은 병원 상황 앞에 좌절하게 된다. 지난해만 17명의 의사들이 병원을 나갔다. 말만 국립병원이고 진료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돼 있다. 어지간한 병원들이 갖추고 있는 의료장비조차 없다. 이게 NMC의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현직 의사로서의 다짐도 이어갔다.
최안나 대변인은 "국립중앙의료원에 대한 투자는 국가의 기본 기능이다. 의사들이 일할 수 있게만 해준다면 우리는 제대로된 국가 중앙병원의 모습을 만들겠다"라며 "예정대로라면 3월이면 기본 설계에 들어가고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이 추진된다. 지금이 가장 중요한 때다. NMC 절박함에 모두가 귀 기울여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호소했다.
NMC 전문의협의화와 총동문회는 대국민 서명 운동과 온라인 지지 서명 등을 통해 취합된 의견을 국회 및 대통령실에 전달하고 대책 마련과 함께 현명한 결단을 촉구할 계획이다. 2월 9일에는 NMC 현대화 사업 관련 국회 공청회도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