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 내 덩어리 진단했다면 환자에게 자궁내막암 설명했어야
한의학 변증이론 검증하지 못해…파기환송심 재판부 현명한 판단을
2022년 12월 22일 대법원은, 어떤 한의사의 복부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의료법 위반이라는 하급심 판단을 깨고, 무죄 취지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의견을 써본다.
그간 진료 내용은 다음과 같다.
환자는 먼저 서울대병원에서 자궁내막증식증을 진단받았고, 이후로 피고 즉 한의사에게 가서 2010년 3월부터 2012년 6월까지 총 68회(12일마다 1회 정도)나 복부 초음파 검사를 하며 침과 한약 등 한방치료를 받았다.
그러나 이런 한방치료에도 불구하고 한의사는 환자의 악화를 진단도 치료도 못하여, 2012년 7월에 산부인과의 초음파검사를 통해 자궁에 덩어리 소견을 진단받고, 보라매병원로 전원되어 조직검사 등을 통해 자궁내막암 2기 진단을 받았다.
자궁내막증식증은 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데, 초음파 검사상 자궁내막이 일반적으로 폐경전 12mm, 폐경후 10mm정도 두꺼워지면 소파술을 통한 조직검사를 하여 내막암 진행 여부를 진단하며, 특히 비정형 세포가 보이면 30% 정도에서 암으로 진행할 수 있다.
초음파 검사는 보통 6개월 또는 경우에 따라서는 3개월 간격으로 실시하는데 이 한의사는 68회나 하였으니 이 또한 남용 행위가 아니라 할 수 있을까?
아울러 이러한 한의사의 행위의 책임성 즉 그 행위가 과연 사회적으로 비난받을 만한 책임은 없었는가를 묻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병기 1, 2에 해당하는 자궁내막암은 자궁에 국한되거나 자궁경부를 침범한 경우이며, 조기 자궁내막암의 생존율은 매우 양호하여, 전체 생존율이 1기의 경우 76∼100%, 2기의 경우 46∼85%의 생존율로 좀 더 나빠진다.
그래서 1심과 2심 모두 오진으로 인한 환자의 피해를 판시하고 있으나, 어찌 된 일인지 대법원은 자궁내막암 2기에 이르도록 진단하지 못한 행위, 즉 사건 발단의 본질은 덮고, 단지 초음파 진단기기의 물리학적 특성상 보건위생상 위해 우려가 없다고 하며 이를 이용하여 오진한 한의사의 사회적 책임성 즉 범죄성립 구성요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그리고 판결문을 살펴보면 복진(腹診)을 시행하며 한방병명 즉 석가 내지 장담으로 진단하고 기체혈어형으로 변증을 하였다고 되어 있는데, 위에서 설명한 대로 자궁내막이 10mm에서 12mm 이상으로 두꺼워질 경우 내막암으로 진행할 우려가 많아 소파술과 조직검사 등을 시행해야 한다.
판결문대로 보조적 진단수준으로 초음파를 사용하였다 하더라도 이를 복진 다시 말해 복부를 절진(切診)행위 즉 한의사가 손으로 배를 촉진하여 뱃속 자궁 내부에 있는 내막의 비후화 즉 10mm 이상의 미세한 변화를 알 수 있다고 대법원이 어찌 판시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석가 내지 장담으로 진단하였다는 것은 자궁 내 덩어리가 있음을 알았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기에 이 사정을 알았다면, 한의사는 자궁내막증식증이 진행하여 내막암으로 악화됨을 환자에게 반드시 설명했어야 한다.
그리고 영추(靈樞) 수창(水脹)에서 장담(腸覃)은 크기가 달걀(鷄卵)만 하고 점차 커져 임신한 것처럼 된다고 되어 있고(腸覃者, 寒氣客於腸外, 與衛氣相搏, 氣不得榮, 因有所繫, 癖而內着, 惡氣乃起, 瘜肉乃生. 其始也, 大如鷄卵, 稍以益大, 至其成, 如懷子之狀, 久者離歲, 按之則堅, 推之則移, 月事以時下, 此其候也), 석가(石瘕)는 나쁜 피(惡血)가 자궁 내에서 나오지 못하고 검붉게 엉긴 상태로 머물러 날로 커져 마치 임신을 한 듯하며 월경이 제때에 나오지 않는 것이다(石瘕生於胞中, 寒氣客於子門, 子門閉寒, 氣不得通, 惡血當瀉不瀉, 衃以留止, 日以益大, 狀如懷子, 月事不以時下. 皆生於女子, 可導而下之)로 되어 있듯이 이 두 개의 질환은 서로 같지 않은 것으로 한의학적으로도 이 중에 어느 진단에 속하는지 몰랐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기체혈어형(氣滯血瘀型) 자궁 질환[석가 내지 장담(腸覃)]이란 문구를 살펴보면, 우선은 절진 및 보조적 진단수준의 초음파로 자궁 내 덩어리가 있음을 파악한 연후에, 석가 내지 장담의 진단병명을 내린 뒤에야 비로소 그에 대한 치료방법을 찾기 위하여 변증논치(辨證論治)를 하는 것으로 기체형(氣滯型), 혈어형(血瘀型), 습담형(濕痰型) 즉 3가지 형(型)이 있다고 하거나 또는 기체혈어형, 기허혈어형, 한응혈어형, 담습호결형, 어혈정체형(氣滯血瘀型,氣虛血瘀型,寒凝血瘀型,痰濕互結型,瘀血停滯型) 즉 5가지형(型)으로도 혈어(血瘀)를 변증한다고 한다.
그런데 변증행위를 했을 때, 판결문에서 초음파 영상을 관찰하고, 변증하였다고 쓰여있는데 한의사는 68회의 초음파 검사에서 이상소견을 찾지 못하였으며, 어떤 영상을 근거로 변증을 하였는지 밝히지 않아 어떻게 변증을 하였다는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
마지막으로 한의학계의 논문 등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변증(辨證)이란, 외부에서 얻어지는 증거인 증상에 의해 내부의 본질을 파악하는 과정으로, 변증이론에는 장부변증(臟腑辯證), 경락변증(經絡辯證) 등과 같이 구체적이고도 제한적인 이론과 팔강변증(八綱辯證), 오행변증(五行辯證) 등 범위가 넓은 이론이 있고 이들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있다.
그러나, 실제 한방 임상에서는 호소 증상이 복잡하여 어떤 이론을 선택해야 할지 결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현재까지는 변증 이론의 선택에 대한 타당성을 판단하는 기준이나 방법에 대해 정확하게 설명한 부분이 거의 없으며, 실제로 한의사들이 변증을 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필요한 변증의 논리적 전개, 과정 그리고 기준에 대한 설명을 명확히 제시한 것이 없고, 지금까지 변증에 관한 연구는 많으나 논리적 전개나 정해진 과정에 대해 충분히 설명된 바가 아직은 없다고 여러 한의학 자료에 실려있는 실정이다.
아울러, 중국에서도 진단사고의 일반적 방법에 대해 논리적 사고뿐만 아니라 형상에 대한 직관적 사고와 영감에 의한 돈오(頓悟)의 사고가 있다고 하였지만, 직관이나 돈오에 의한 사고는 학습으로 이루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변증을 결정하는 과정에 대해 검증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보편타당한 방법이라 말하기 어렵다.
그리고 다양한 변증이 있지만 변증을 시작함에 있어서 어떤 이론을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한 기준과 과정에 대한 설명도 없는 실정이라고 하였을 정도로, 아직은 정립되었다고 할 수 없다고 한다.
변증을 함에 있어 어떤 변증이론을 선택했다고 하더라도 그에 대한 적정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검증방법이 제시된 연구도 미비할 뿐 아니라, 여러 가지 변증이론을 선택하기까지의 사고과정에 대해 언급한 바도 없다며, 이에 관한 연구 시도가 논문등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처럼 대법원에서는 본연의 법리심보다는, 오히려 초음파의 물리학적 특성상 보건위생상 위해 우려가 없음만 지적하고, 하급심에서도 언급했던 오진에 의한 환자의 피해는 언급하지 않았으며, 다만 한의학 특유의 이론적 분야인 복진, 절진의 진단행위와 이런 진찰 결과에 따라 치료방법을 선택하는 한의학의 변증에 대한 학술적 판단에만 경도되었다는 내용을 제시했다.
위에서 볼 수 있듯이 실제 한방 임상에서는 이런 분야가 확립되지 않아 연구 중에 있음을 다시금 강조한다.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