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폐 절제 의사 '집행유예 2년'→'벌금형' 확정

환자 폐 절제 의사 '집행유예 2년'→'벌금형' 확정

  • 이정환 기자 leejh91@doctorsnews.co.kr
  • 승인 2023.02.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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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손해배상소송서 11억원 배상 판결이어 형사소송서 '벌금 1천만원' 선고
"환자 동의 없이 진단 이유로 폐 우상엽 절제…돌이킬 수 없는 결과 초래 잘못"

ⓒ의협신문
ⓒ의협신문

환자의 동의 없이 폐를 절제한 의사가 손해배상소송에서 11억원 배상 판결을 받은데 이어 형사재판에서 '벌금형'이 최종 확정됐다.

대법원은 지난 2021년 7월 8일 환자의 동의 없이 폐를 절제한 의사 및 학교법인에 대해 손해를 11억원 배상하라고 판결해 논란이 됐다. 수술을 할 때 환자에게 동의를(설명의무)를 구하지 않고 폐 부위를 추가로 절제한 것은 의료행위에 대한 주의의무 위반 및 설명의무 위반이라고 판단한 것. 이후 형사소송도 함께 진행되면서 최종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관심이 쏠렸다.

사건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환자 A씨는 2016년 2월 11일 B학교법인이 운영하는 D대학병원을 내원해 흉부CT검사를 받았다. A씨는 2016년경 F의료원에서 건강검진결과 결핵일 확률이 높다는 소견을 듣고 상급병원(종합병원)에 가서 확진을 받고자 D대학병원을 찾았다.

D대학병원 E호흡기내과 전문의는 폐렴 진단하에 항생제를 2주간 처방했다. A씨는 2주간 항생제를 복용하고 2월 26일 D병원에서 흉부방사선검사를 받았으나, E의사는 검사 결과상 특별한 변화가 없어 경과를 좀 더 지켜보기로 하고 항생제를 변경해 처방했다.

이후 3월 11일 시행한 흉부방사선검사에서도 특별한 변화가 없자 E의사는 폐결핵의 재발(A씨는 1993년 결핵을 앓은 적이 있음)을 의심하고 3월 14일 A씨에게 기관지내시경검사를 했다. 이 검사에서 결핵균 등 원인균은 검출되지 않았다.

E의사는 4월 21일 시행한 흉부방사선검사 결과 염증이 진행된 것을 확인하고, 폐결핵 재발 의심하에 A씨에게 항결핵제를 처방했다. 5월 12일 시행한 흉부CT검사결과, 기존 병변 부위가 부분적으로 줄어들었으나, 그 아래쪽에 새로운 병변이 진행되는 것을 확인하고, 항결핵제를 계속해 처방했다.

그러나 6월 20일 시행한 흉부방사선검사 결과, 우측 폐상엽의 병변이 진행되는 양상을, 같은 날 시행한 흉부CT검사 결과, 기존 병변 부위는 호전됐으나 주변에 새로운 병변이 진행(확장)되는 양상을 보였다.

E의사는 A씨가 약 2개월간 항결핵제를 복용했음에도 병변이 진행되는 양상을 보이자 결액이 아닌 (희귀 원인균에 의한)폐렴을 다시 의심하고 항결핵제의 투약을 중단했다.

E의사는 A씨에게 정확한 원인균을 확인하기 위해(염증의 원인을 찾기 위해) 폐 조직검사를 권유했고, A씨가 이를 수긍하자 D대학병원 소속 C흉부외과 전문의에게 협진의뢰를 했다.

A씨는 6월 27일 C의사로부터 흉강경을 통한 폐조직검사(쐐기절제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조직검사에 동의해 당일 D대학병원에 입원했다.

C의사는 6월 28일 A씨를 전신마취한 다음 흉강경을 통한 쐐기절제술(병변이 의심되는 폐 조직 일부를 절제해서 하는 조직검사)을 시행해 A씨의 우측 폐상엽 말초 부위 조직(약 5.9×3.7×2.2㎝)을 쐐기 형태로 절제했다.

이 과정(박리)에서 A씨의 병변에서 'caseous material'(치즈처럼 생긴 염증성 물질. 결핵을 비롯한 여러 감염성 폐질환에서 나타남)이 나왔고, 쐐기절제술을 통해 얻은 검체의 냉동생검병리판독 결과, '악성 종양 세포가 없는 염증 소견'이 나왔다.

이 결과를 확인한 C의사는 ▲(냉동생검병리판독 결과 만성염증세포 외에 병변을 특정하기 어려워) 검체로 최종 병리판독을 하더라도 진단이 되지 않을 가능성(원인균을 확인하지 못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판단하고, 그 진단(확진) 및 치료 목적으로 우상엽 전체를 절제 ▲쐐기절제술로 절제한 폐 부위에 염증이 있어 절제된 부위가 다시 잘 봉합되지 않을 가능성이 우려된다(자동봉합기를 이용해 폐절제를 시행한 봉합부위에 염증 등의 소견이 있어 폐절제 부위 치유가 원활히 되지 않은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우상엽 전체를 제거하는 폐엽(우상엽)절제술(lobectomy, 이 사건 수술)을 시행했다.

며칠 후 쐐기절제술을 통해 얻은 검체의 최종 병리판독결과는 건락성 괴사로 '결핵'을 시사하는 소견이고, 이 사건 수술로 얻은 병변의 병리판독결과도 '결핵'을 시사하는 소견이었다.

이 사건은 민사소송에서 의사가 의료행위를 할 때 발생하는 일반적인 설명의무 위반에 해당하는 것인지, 아니면 설명의무 위반과 수술 후 '악결과'에 대한 인과관계가 인정되는 것인지가 쟁점이 됐다.

1심, 2심, 그리고 대법원은 의사(C의사)의 설명의무 위반으로 환자(A씨)의 폐 절제(우상엽 전체 절제)라는 악결과는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 손해배상의 책임도 치료비·간병비·위자료뿐만 아니라 일실수입(소득상실) 등을 고려해 11억원을 인정했다.

민사소송과 별개로 진행된 형사소송에서 대법원 재판부는 2월 9일 C의사에게 유죄를 선고한 1심, 2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다만, 금고형에 집행유예 형량은 너무 무거워 벌금형을 선고했다.

형사소송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지난 2021년 8월 15일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로 기소된 흉부외과 C의사에게 금고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부는 "폐 우상엽 전체를 절제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의사를 확인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고, 긴급하게 절제술을 해야 하는 특별한 사정도 없었는데 이를 시행했다"며 "환자의 폐 우상엽의 영구적인 상실이라는 상해를 입혔다"고 봤다.

이어 "이미 쐐기절제술로 조직을 채취한 상태에서 병리검사를 최종적으로 확인한 후 환자와 상의 후 결정할 수 있었음에도 병명 진단을 위해 폐 우상엽을 절제했다"며 업무상 과실을 인정했다.

2심 재판부도 1심 재판부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판단했으나, 대법원 재판부는 형량이 과하다고 봤다.

대법원 재판부는 "쐐기절제술로 절제한 조직에 대한 최종 병리 판독 결과, A씨의 병변은 악성 종양증이 아니었다. 통상 이럴 경우 약물치료가 우선되고 약물치료의 반응 여부에 따라 약을 변경하거나 필요할 경우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는 점을 고려하면, A씨에게 사전 설명이나 동의를 받지 않고 단순 진단을 이유로 폐 우상엽 절제라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한 침습적 의료행위를 한 것은 잘못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쐐기절제술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표시했던 A씨로서는 악성 종양 등의 제거가 아닌 단순 진단을 이유로 폐 우상엽 전체를 절제해야한다고 설명했다면 과연 동의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사건이었다"고 짚었다.

대법원 재판부는 "다만 C의사는 30년 이상 흉부외과 전문의로 성실히 근무했고, 환자의 치료에 노력하다 이 사건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이고, C의사의 병원 측에서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액 11억원 가량을 줬고,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원심의 형은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을 벌금 1000만원에 처한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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