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재난 대응에서 국립중앙의료원의 역할

감염병 재난 대응에서 국립중앙의료원의 역할

  • 김연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장 admin@doctorsnews.co.kr
  • 승인 2023.02.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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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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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재 국립중앙의료원 중앙감염병병원운영센터장

우리나라는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에볼라, 메르스 유행 그리고 2020년부터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대유행까지 반복적인 감염병의 유행을 겪고 있다. 필자는 2014년에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내과 전문의로 근무를 시작하여 에볼라 및 메르스 대응을 했고 현재까지 코로나19 대응을 하고 있는 의료진으로서 감염병 재난 대응을 하면서 생각했던 국립중앙의료원의 역할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과거 메르스 당시에만 해도 감염병 유행의 대응은 검역과 격리가 중심이었다. 하지만 메르스는 병원 내에서 크게 확산이 이뤄졌고 치명률은 매우 높아 중환자에 대한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러한 신종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전문인력은 거의 없었다. 또 신종감염병에 대한 연구를 할 수 있는 실험실도 부족한 상황이었고 환자가 악화되었을 때 환자에 대한 전원 이송 체계도 없어서 의료진 간의 개인적인 연락으로 환자를 이송했다.

메르스 유행 당시의 다양한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감염병전문병원이다. 그래서 감염병전문병원은 법적 기능으로 '전문적인 진료', '의료진의 교육과 훈련', '신종감염병의 연구', '환자의 의뢰 회송'에 대한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이는 감염병전문병원이 단순히 환자를 격리하고 진료하는 기능 뿐 만 아니라 감염병 의료대응의 컨트롤타워로서 감염병 대응 의료기관들의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여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다음 감염병 유행에 대한 준비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로 코로나19라는 전세계적인 감염병 대유행이 발생했다. 'K-방역'이라는 이름으로 방역적인 측면에서는 성과가 있었겠지만 의료체계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환자는 임상적인 상태에 상관없이 입원을 하면서 병상이 부족한 사태가 벌어졌다. 어떤 환자는 입원이 필요하고 어떤 환자는 입원이 필요치 않은지 기준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코로나19 유행 초기 무증상 및 경증환자를 포함해 95%에 이르는 환자가 모두 입원해 병상부족을 초래했다. 또 지역사회에서 대규모의 환자가 발생하면서 중환자 및 분만, 투석, 수술이 필요한 특수환자가 발생했지만 이를 진료할 수 있는 전문의료진이 부족했다. 이런 전문의료진은 임시음압병상처럼 며칠 만에 만들어낼 수 없는 자원이다. 그리고 병상부족으로 타 지역으로의 병상 배정이나 중환자의 전원 등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병상배정과 이송시스템은 카카오톡이 없었으면 불가능했을 정도로 매우 취약했다.

이번 코로나19 의료대응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바로 공공의료기관의 진료역량에 관한 문제였다. 국립중앙의료원을 포함한 대부분의 공공병원은 병상수가 300병상이 되지 않는다. 병상수가 작다는 것은 수용규모를 떠나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인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이다. 이런 경우 여러 진료과가 참여하는 다학제 진료가 필요한 환자를 진료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델타변이 바이러스의 유행 때는 중환자가, 오미크론변이 유행 때는 다양한 기저질환에 대한 치료를 필요로 하는 확진자가 많았다. 따라서 이런 환자 중에는 고도의 의료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대응 병상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공공의료기관은 진료역량이 되지 않아 환자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지기 시작했다. 예를 들어 고위험 코로나 확진 산모는 조산의 위험이 있어 신생아중환자실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대응의 국가중심의료기관인 국립중앙의료원에는 신생아중환자실이 없어 이런 환자들을 모두 돌려보내야만 했다. 

투석을 받아야만 하는 환자도 투석전문간호사가 부족해 환자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환자는 병실을 찾지 못해 길거리에서 대기하고 있었지만 국가중앙병원으로서 우선적으로 배정요청이 옴에도 모병원의 규모가 작아 수용할 수 있는 환자의 범위는 제한적인 상황이었다. 

인력적인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었다. 중환자의 경우 간호인력은 일반코로나 환자의 6배가 필요하다. 따라서 중환자 병실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병실의 개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의료인력의 수가 중요하다. 

하지만 병원규모가 작아 병원 문을 닫고 모두가 코로나19 환자 진료를 해도 인력부족으로 발생하는 환자들을 제한적으로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이에 정부는 민간의료기관에 협조를 요청했지만 민간의료기관이 손실을 감수하고 참여하기는 쉽지 않았다. 급박한 상황에 결국 정부는 5차례의 병상동원 행정명령을 발동하고 중증환자를 입원시켜주면 평소 의료수가의 10배가 넘은 비용을 지원해주면서 참여를 요청하게 됐다.  

감염병 재난에 대한 여러 문제를 극복하고 개선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추진된 이번 국립중앙의료원의 신축이전사업에서 병상수를 결정하는 총사업비 결정의 근거는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국립중앙의료원의 낮은 병상가동률이고 두 번째는 서울지역의 병상공급량 과잉이다. 

우선 낮은 병상가동률과 관련하여서는, 2015년 메르스 유행 시 병원문을 닫고 전직원에 메르스 대응에 매달린 탓에 환자들이 떠나면서 2019년까지 낮은 병상가동률이 지속됐다.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중 코로나19로 두 번이나 다시 병원 문을 닫으면서 병상가동률은 다시 떨어졌다.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코로나19 이후 공공의료기관의 병상가동률이 정상으로 회복되는 기간은 약 4∼5년이라고 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낮은 병상가동률을 근거로 병상수를 축소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병상공급량 과잉논리와 관련하여서는 감염병 대응을 위한 평시 100병상, 위기시 134병상을 운영하는 경우, 감염병 의료 대응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자원요소인 간호인력에 기반에서 생각을 해야한다. 필요한 간호인력을 추산해보면 평시 319명, 위기시 709명이 필요한데, 그렇다면 390명의 간호사를 모병원에서 투입해야 한다. 또 중앙감염병병원의 기능을 고려하면 간호인력의 상당수는 중환자 간호 등이 가능한 전문인력이어야 한다. 따라서 모병원이 유지해야 하는 병상규모는 최소 740병상이다. 이는 다른 권역감염병병원등도 마찬가지어서, 권역감염병병원의 모병원 병상 평균값은 1027병상이다. 따라서 만약 현재의 규모대로 모병원이 지어진다면 감염병병원은 병상만 만들어놓고 운영을 못할 가능성도 있다. 

진료역량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코로나19 유행을 통해 중앙감염병병원이 감염병 대응을 하는 다른 공공의료기관들의 최종치료기관이 되려면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최종치료기관이라고 함은 감염병 대응을 하는 공공의료기관에서 일반적으로 하기 어려운 수술이나 치료를 하기 위해 전원이 가능한 의료기관을 의미한다. 하지만 국립대학병원이나 민간대학병원은 이번 코로나19 대응에서 볼 수 있듯이 경영손실을 감수하고 참여할 수가 없기 때문에 동원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민간의료기관의 병상을 동원하려면 이번 코로나19 유행처럼 수조원이라는 값비싼 가격을 지불해야만 한다. 

국가는 보건의료에 대한 중장기계획을 세우고 이를 기반으로 정책을 수립한다. 제 2차 공공보건의료 기본계획에서는 국립중앙의료원의 신축이전의 목적을 '국가 중앙병원으로서의 획기적 기능강화'로 제시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은 경제적으로 손실이 발생해 민간의료기관이 기피하지만 생명보장의 차원에서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을 필요로 하는 소위 미충족 필수의료 영역인 감염, 외상, 응급, 모자에서 국가중앙병원으로서 국민에게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한다. 또 무너져 가는 지역의료체계에서 권역 지역간 필수 중증의료 연계체계의 중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 그리고 취약계층에게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병원이고자 한다. 하지만 현재의 제시된 병상수로는 이런 역할을 수행하기가 어려운 것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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