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수면 중엔 배내측시상핵 'GRICK4' 소리에 반응 뇌 각성
수면장애·의식장애 이해 증진…디지털헬스케어 분야 적용 가능
동물이 수면 중에도 소리에 반응하는 신경회로의 실체가 밝혀졌다.
김대수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생명과학과)·김정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 연구팀은 동물이 잠을 자는 동안에도 소리에 반응해 각성하는 원리를 규명했다고 2월 20일 밝혔다.
수면은 뇌의 활동을 정비하고 건강을 유지하는 매우 중요한 생리작용이다. 잠을 자는 동안 감각신경의 작용이 차단되므로 주변의 위험을 감지하는 능력이 감소하게 된다. 그러나 많은 동물은 잠자는 동안에도 포식자의 접근을 감지하고 반응한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동물이 깊은 잠과 낮은 잠을 번갈아 자면서 언제 있을지 모를 위험에 대비한다고 생각했다.
김대수 교수 연구팀은 깊은 잠을 자는 동안에도 동물이 소리에 반응하는 신경회로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깨어 있을 때는 청각 시상핵(Medial geniculate thalamus)이 소리에 반응하지만 깊은 잠, 즉 비 램수면 (Non-REM) 동안에는 배내측 시상핵(Mediodorsal thalamus)이 소리에 반응해 뇌를 깨운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 쥐가 깊은 잠에 빠졌을 때 청각 시상핵 신경도 잠을 자고 있었지만 배내측 시상핵 신경은 깨어 있어 소리를 들려주자 곧바로 반응했다. 또 배내측 시상핵을 억제하면 소리를 들려줘도 쥐가 잠에서 깨어나지 못했으며 배내측 시상핵을 자극하면 소리 없이도 쥐가 수초 내에 잠에서 깨어나는 것을 관찰했다.
연구진은 배내측 시상핵 중에서도 'GRICK4' 신경이 이같은 작용을 한다는 사실도 밝혔다.
수면질환 등 다양한 뇌질환에서 보이는 각성 및 감각장애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며 이와 관련된 치료기법 개발에도 단서를 줄 수 있다는 평가다.
각성이 과도한 질환의 경우 배내측 시상핵을 흥분을 낮추는 방법이 필요하고 각성이 낮은 경우는 배내측 시상핵을 자극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감각자극을 통해 각성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적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논문은 수면상태와 각성상태가 서로 다른 신경회로를 통해 청각신호를 전달할 수 있다는 첫 연구로서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2월 7일자로 보고됐으며(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3-00354-0), <네이처>에도 게재됐다(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3-00354-0).
김대수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수면 질환 등 다양한 뇌 질환에서 보이는 각성 및 감각장애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향후 감각을 조절할 수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재단 과제로 지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