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산의회 "과실 없는 의사 죄인 취급 비상식적…필수의료 몰락 자초"
분만하지 않는 산과 전문의 42.4%…38%는 "의료사고 두려워서"
지난 2월 23일 일명 '불가항력 분만사고 국가책임제'(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와 착한사마리아인법(응급처치 형사처벌 면제)이 모두 법사위 2소위로 회부됐다. 이에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가 엄중한 경고를 남겼다.
두 법안의 2소위 회부는 각각 기획재정부와 예산 다툼이 있고, 기존 형벌체계에 예외가 생긴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분만사고 국가책임제에 대해 황순관 기재부 복지안전예산심의관은 "법안을 실행하기 위해 드는 예산은 1~2억원 사이"라면서 "기존 판례에서도 무과실 의료사고라도 의료기관 분담책임이 있다고 이해하고 있다. 분담 책임이 있는데도 이걸 국가가 100% 피해를 보전하자는 것은 원칙상 맞지 않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에 (직)산의회는 2월 27일 성명서를 통해 "왜 과실이 없음에도 분만을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의사를 죄인시하고 책임을 부과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하는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면서 "애초에 분담책임을 강권한 것이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또 "충분한 이해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분만 자체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가 동반될 수밖에 없는 의료 행위임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아무리 의료가 잘 발달한 보건 선진국이라 하더라도 분만 10만 건당 15명의 산모가 사망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1년에 신생아가 약 30만명 태어난다고 치면 40~50명의 산모는 의료인 과실이 없어도 사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실이 있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나, 과실이 없음에도 분만을 받은 의사라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것.
(직)산의회는 필수의료인 산부인과의 몰락은 오랜 문제라며 "분만사고에 대한 무차별적 형사처벌과 수억 원대 민사소송들로 인해, 지난 10년간 인구당 산부인과 전문의 증가율은 최저였고 분만이 가능한 전국 의료기관 숫자도 1/3이나 감소했다. 2020년 12월 기준 국내 250개 시군구 중 산부인과 의료기관이 없는 지역이 23곳, 산부인과가 있어도 분만실이 없는 지역이 42곳"이라고 전했다.
특히 "전국 산부인과 의사 중 분만을 담당하지 않는 전문의는 절반에 가깝고(42.4%), 그중 38%가 분만을 그만둔 이유로 '의료사고에 대한 우려 및 분만 관련 정신적 스트레스'를 꼽았다"고 호소하며 "산과 의사의 감소는 모성 사망 증가로 이어져, 우리나라 평균 모성 사망비는 10만명당 12.29로 OECD 평균보다 1.5배 높다"고 우려했다.
(직)산의회는 "일본은 2006년~2010년 동안 2조 500억원 재정을 추가로 투입해 분만 1건당 1만엔을 지급하는 등 분만 비용을 현실화했고, 대만도 2015년부터 무과실 분만사고에 정부가 100% 보상하는 법안을 승인했다"고 짚으며 "정부가 신속히 재정을 투입해도 모자란 상황에 1~2억원 예산이 협의되지 않았다고 회부한, 현실파악을 못 하는 정부의 태도에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필수의료 몰락은 전 국민이 아는 상황"이라고 꼬집으며 "불가항력 분만사고 국가책임제와 착한사마리아인법의 빠른 통과를 원하며, 또 다시 이를 외면한다면 필수의료의 몰락, 분만 인프라의 붕괴를 자초한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